[문학] 바다 시선집 <내 마음의 바다>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6.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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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 <내 마음의 바다>/바다 통해 삶 노래한 근현대 시 4백편 정선
지난 5월31일은 한국에서 바다가 되살아난 날이었다. 유사 이래 대륙으로만 눈을 돌렸던 이 땅에서 ‘바다의 날’이 제정되고, 대규모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는가 하면, 정부에 해양정책을 종합해 담당하는 해양부가 신설된다는 발표 또한 있었다. ‘해양 개발 전쟁’ ‘오염’이라는 환경 변화가 바다에 대한 관심을 비로소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바다는 이 땅의 삶과 정신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앉아 있었다. 최근 시인 김명수씨와 문학 평론가 최영호씨(해군사관학교 교수)가 함께 펴낸 <내 마음의 바다>(전2권·도서출판 엔터)는 우리 시인들이 바다에서 수많은 정신적·정서적 자원들을 길어올렸음을 보여준다. 바다와 결부된 문학 작품이 일찍부터 숱하게 창조되었고 그 질에서도 탁월한 성취를 보였다는 사실을 <내 마음의 바다> 시선집은 새삼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해양문학선집>(전8권)을 펴내면서 ‘한국의 소설들이 건져올린 바다’를 점검했던 최교수는 “우리 문학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소재에서 다양한 얼굴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바다는 한국 문학의 중요한 얼굴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시로 표현된 바다는 지난 백년간 4천 편이 넘는다”라고 소개했다.

<내 마음의 바다>는 그 가운데 4백여 편을 정선해 수록했다. 김명수 시인에 따르면, ‘우리의 삶과 운명과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 바다의 현실을 주목하며,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그 진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없었던 바다에 관한 시들’을 모은 이 책은 이 땅의 시인들이 바다에 보여주는 드높은 애정과 관심을 드러낸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시작된 시 속의 바다는, 김소월 이육사 정지용을 거쳐 한국의 시인이라면 누구나 관련 시 한편씩은 남길 만큼 유력한 소재가 되어 왔다. 우리 시인들은 거의 대부분 바다에 관한 우수한 시를 남긴 것이다. 문학 평론가 김우창씨(고려대 교수)가 “이번 바다에 관한 사화집은 바다를 두고 우리 시인들이 이렇게 많은 관찰과 생각을 해왔던가 하고 우리를 놀라게 한다”라고 평가할 정도이다.

“바다 근처에서 살았든 살지 않았든, 한국 시인들이 바다를 절실하게 체험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서구와 달리 그들은 갯벌의 자정 능력에 특히 주목했고, 바다를 매개로 한 생명·공해·인간 삶의 이야기가 소설보다 시에 훨씬 더 강도 높게 들어가 있다”라고 최영호씨는 말했다. 우리 사회는 지금에 와서야 바다의 중요성을 논하지만, 이육사 같은 시인은 일찍이 바다를 통한 ‘거인의 탄생’을 희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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