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 첩보원 된 ‘미스터 빈’ 엽기 발랄 대소동
  • 김봉석 (영화 평론가) ()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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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빈의 특기는 잘난 척하면서 작은 소동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잉글리시는 첨단 위치 확인 기기를 거부하여 옆 건물로 침투하고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의사와 간호사를 파스칼의 비밀 실험실 직원이라며 위협한다. 알고 있는 지식도 정말 희한하다. 팔다리가 묶여 감옥에 갇힌 잉글리시는, 과테말라의 휘파람 무당은 일정한 음파로 휘파람을 불어넣어 자물쇠를 연다면서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다. 가장 위험하고, 가장 확실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첩보 세계에 들어간 미스터 빈의 활약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악당들을 압도한다.

<쟈니 잉글리시>를 제작한 회사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 등을 만들어 할리우드 공략에 성공한 영국의 워킹 타이틀이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하여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는 워킹 타이틀의 <쟈니 잉글리시>는 영국 코미디가 할리우드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증명한, 기발한 오락 영화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다.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 빈이 스파이가 된다면? <미스터 빈>을 단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웃음이 터질 것이다. 아는 척하다가 망신당하고, 가는 곳마다 엉망진창을 만들어놓고는 모른 척하는 미스터 빈이 스릴 넘치는 스파이 무대로 간다면? 악당들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그를 멀리하고, 그의 생각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어서(사실 생각이 없기 때문에) 어리둥절해 하고, 결국은 엉뚱한 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쟈니 잉글리시>의 악당인 파스칼 소바쥬(존 말코비치)가 그랬듯이.

<쟈니 잉글리시>는 아주 간단하지만, 너무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코미디 영화다. ‘멍청이’ 미스터 빈이 스파이가 된다는 한마디만 들어도 감이 온다. 1970년대에 나온 <핑크 팬더>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괴도 핑크 팬더를 쫓는 클루조 경감인데, 그는 미스터 빈과 꼭 닮았다. 사건 수사에 나서면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해결된다. 클루조에게 시달리던 상관은 결국 돌아버리고, 속편에서는 정신병원에 갔던 상관이 탈출해 클루조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로완 애킨슨이 연기하는 쟈니 잉글리시의 엽기적인 행동은 클루조 경감에 맞먹는다.영국 첩보국 직원인 쟈니 잉글리시는 모든 첩보원들이 떼죽음하는 바람에 실전에 투입된다(그 이유도 잉글리시의 과실 치사라 할 수 있다). 영국 왕관 도난 사건을 수사하게 된 잉글리시는 전세계에서 민간 교도소를 운영하는 프랑스인 사업가 파스칼에게 혐의를 둔다. 잉글리시는 훨씬 똑똑하고 성실한 후배 보프와 함께 파스칼의 뒤를 쫓지만, 하는 일마다 어그러진다. 파스칼이 영국 왕위 계승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잉글리시가 국장에게 보고하지만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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