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55돌 맞은 중국, 정치 개혁 박차
  • 베이징·이기현 통신원 ()
  • 승인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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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돌 맞은 중국, 의회 강화·당 체질 개선 주력
지난 9월 이래 중국 정치 무대에 중요 일정이 연이어 있었다. 16기 4중전회가 열렸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성립 55주년을 맞았으며, 지난 10월1일은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55주년 기념일이었다. 이 일정들의 서막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50주년이 있었다.

9월15일은 중국의 의회인 전인대가 성립되고 중국의 헌법이 반포된 날이다.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 기관은 인민을 대표하는 전인대이다. 그러나 전인대는 공산당과 정부의 정책에 딴죽 한번 걸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한다고 해서 ‘고무 도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제4 세대 지도부가 들어선 뒤 후진타오를 정점으로 한 개혁 세력은 정치 체제 개혁을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인민의 대표 기관인 전인대의 권한 강화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중국 남부 광둥성 인민대표회의(이하 ‘성 인대’)는 중국 정치 체제 개혁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 광둥성은 중국 최초로 성 인대 재정위원회와 성 재정 부서 간의 연결망을 구축했다. 지역 언론들은 성 인대가 성 정부의 예산 집행 내역을 실시간으로 감독할 수 있게 되었다며, 성 인대의 감독권 강화 조처를 쌍수를 들고 반겼다. 광둥성 인대 재정위원회 리위징 부주임은 “과거에는 정부가 예산을 어디다 쓰는지 밖에서는 알 길이 없었고, 인민 대표의 감독도 정부의 간략한 보고를 듣는 수준이어서 매우 형식적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광둥성 인대는 성 정부의 예산 집행에 관한 청문회를 두 차례 열었고, 이 자리에서 광둥성 재정청 부청장이 인민 대표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혼쭐이 났다”라고 밝혔다. 성 인대의 변화상을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관료들을 거침없이 질타하는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비교하면, 중국 인민 대표의 위상은 초라하기만 했다. 또한 각 지방의 최고 권력자들인 공산당 간부들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중국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광둥성의 경우처럼 중국 전인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선거 정보 사이트인 차이나일렉션(Chinaelections.org)은 중국이 지방 인민 대표를 직접 선출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8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되었고, 현재 지방 인대의 선거 개혁을 위한 연구팀들이 각 지역에 파견되어 있다.

당내 민주화·투명성 확보 노력

선거 개혁에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은 단연 광둥성이다. 광둥성 인민 대표들은 “대표들이 선출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매우 많았다. 대표에 출마하고 싶어도 상부의 눈에 거슬리면 최종 결선 투표에 가보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할 수밖에 없는 현 선거 제도는 개혁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월1일은 중국 건국 55주년 기념일(국경절)이었다. 이 날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이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권력 투쟁의 불씨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제4 세대 지도부가 큰 잡음 없이 권력을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몰아준 뒤 국경일을 맞이한 것은, 중국의 정치가 안정적임을 대외에 알리고 정책 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진타오의 위상이 강화됨으로써 정치 개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점이다. 후진타오의 4세대 지도부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당의 집행 능력 강화. 중앙당교 부교장 리쥔루에 따르면, 이는 중국 체제 변화를 위해 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어서 당이 정치 체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9월26일 공개된 4중전회 관련 공산당 문건에서도 공산당은 당내 민주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정책 결정에 대한 각계의 참여를 권장하며, 투명성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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