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몸집 키우자 골치 늘었다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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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헝가리·체코 99년 가입 확정… 주도권 공방,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 등 난제 산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동유럽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나토는 7월8일 16개 회원국 정상이 참가한 마드리드 회담에서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3국을 나토 창설 50주년인 99년 4월4일에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불과 7년 만에 나토와 대항해 오던 바르샤바동맹의 일부를 흡인함으로써 나토는 이제 유럽을 총괄하는 안보 기구가 되었다.

나토는 동서 냉전이 시작되자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캐나다와 서유럽 10개국이 49년 4월4일 워싱턴에서 창설한 공동 방위 조직이다. 그 뒤 52년 그리스와 터키가 합류했고 55년 독일(당시 서독), 82년에 스페인이 새로 들어왔다. 99년에 세 나라가 가입하면 회원국은 19개국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나토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세력과 미국이 우선 가입 대상국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폴란드·헝가리·체코 세 나라만을 우선 가입시키겠다는 미국 입장에 맞서 프랑스 등 유럽국은 루마니아와 슬로베니아도 가입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나토의 군사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으나 유럽 국가들이 미국 독주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루마니아와 슬로베니아 가입 문제는 99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선에서 정리되었다.

프랑스, 미국에 남부군 지휘권 이양 요구

마드리드 회담에서 미국과 대립한 대표 국가는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앞서 말한 가입국 문제뿐만 아니라 남부사령관 문제로도 미국과 맞섰다. 프랑스는 현재 미국인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 남부군 지휘권을 유럽인에게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프랑스의 주장은 남부군이 지중해를 작전 권역으로 하고 있는데도 지중해 연안 나토 회원국들이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나토 안에서 프랑스가 가지는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프랑스는 64년 나토의 군사 기구에서 뛰쳐나온 바 있다. 프랑스는 나토에 복귀하는 명분으로라도 나토 군 지휘부에 참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미국은 프랑스의 요구를 묵살했다. 프랑스는 지난 7월9일 나토 확대에 따른 추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루마니아·슬로베니아도 받아들이자는 프랑스 주장을 미국이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거부한 데 대한 보복성 발언으로 보인다.
나토의 또다른 골칫거리는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 문제이다. 나토는 독립국가연합(CIS)과 발트해 연안 국가의 나토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기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7월13일 러시아를 방문해 에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양측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확장된 나토가 과연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관심거리이다. 90년과 91년, 94년 나토 정상들이 동유럽 국가 가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을 때 가장 큰 관심사는 어느 나라를 가입시킬 것인가가 아니었다. 이들의 관심은 확장된 나토가 보스니아의 인종 학살과 같은 지역 민족 분쟁에 대처할 수 있느냐였다.

전문가들은 비대해진 나토가 의사 결정 구조의 혼선 때문에 지역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러시아가 모든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동을 걸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러시아는 만일 자기의 의사가 무시된다면 나토와의 협의체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지역 분쟁에 적절히 대응할지 미지수

미국은 나토가 현재의 정책 결정 과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다른 동맹국들은 러시아 눈치를 볼 것이 틀림없다. 또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동유럽을 포괄하는 과정에서 나토의 군사 지휘 체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견 차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유럽 국가들이 공통된 견해를 보인 대목이 있다. 나토가 직면하고 있는 지역 유혈 분쟁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는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존재 이유마저 논란 대상이 되었던 나토가 새 안보 기구로 다시 떠오른 것은 옛 유고 내전 때문이었다. 보스니아 내전의 전과정을 통해 유럽연합(EU)의 무력함은 낱낱이 드러났다. 미국의 개입으로 보스니아는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미국은 98년 중반에 보스니아에서 지상군을 철수할 계획이다. 나토 외교관들은 이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상회담 막바지에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 역할에 대해 모순된 입장을 드러냈다. 캐나다와 터키, 일부 북유럽 국가들은 거대한 미국이 분리된 유럽을 이끌기 원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와 독일은 미국의 주도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나토의 주도권 공방이야말로 나토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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