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적조 대책, '밑빠진 바다'에 황토 붓기
  • 박병출 부산 주재기자 ()
  • 승인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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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 퇴치하려고 올해 10만t 넘게 뿌려…효과·생태계 영향 불확실
남해와 동해를 붉게 물들였던 적조가 물러갔다. 지난 9월2일부터 소강 상태에 들어간 적조는 4일 이후 밀도가 급격히 낮아졌고, 경남 사천·통영·고성 해역에서는 소멸했다.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하던 동해안의 적조도 6일 내린 비로 바닷물의 표면 온도가 떨어지면서 점차 약해지고 있다. 국립수산진흥원(수진원)은 올해 적조가 예년보다 앞서 발생한 뒤 급속하게 밀도가 높아져 영양 염류를 대량 소비하고 일찍 소멸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1982년 이후 사용 안해




올해 첫 유해성 적조는 지난 8월14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해역에서 발생했다. 남해를 휩쓸고 북상해 강릉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두 주일. 수진원과 각 지방자치단체, 어민은 물론 해군 함정까지 나서서 전쟁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에 황토를 풀어 넣는 것말고는 아직 이렇다 할 적조 퇴치법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마저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황토를 이용한 적조 퇴치법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착안했다. 1977년 수산청 위탁 사업으로 연구를 벌인 일본 정부는, 황토 속의 철분과 알루미늄 성분이 적조 생물에 흡착해 가라앉히고 알루미늄 이온은 세포를 파괴해 적조 생물을 소멸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일본은 1982년 이후 몇 차례 시도했다가 이 기술을 사실상 용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들인 비용에 비하면 실제로 적조 퇴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한 연구자는 "적조 발생 초기나 실험실의 '세숫대야 적조'라면 몰라도 대규모 적조는 황토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수진원 적조연구과 배헌민 연구관(공학박사)은 "각 자치단체가 사전에 수진원의 적조 구제 효과 시험을 거친 황토만을 골라 살포하고 있어 황토에 노출된 적조 생물은 대개 90%까지 소멸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문제는 살포 면적이 얼마냐이다"라는 말로 황토 살포 효과의 한계를 인정했다. 황토를 뿌린 곳의 적조는 소멸하는데, 주변에서 금방 그 자리를 메워 겉보기에는 표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조 해역 전체를 동시에 황토로 뒤덮지 않는 한, 그야말로 한강에 배 지나간 자리가 되고 마는 셈이다.




위의 맨 왼쪽부터 우리나라 유해 적조의 주종을 이루는 코클로디니움과 그것을 확대한 모습, 독성이 강한 적조인 김노디니움.


쏟아 붓는 황토가 적조는 잡지 못하고 바다 생태계만 잡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배연구관은 "적정 규모 이내로만 살포한다면 황토는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자연친화적 적조 퇴치제이다"라고 주장했다.


1996년부터 적조 방제용으로 바다에 살포한 황토는 줄잡아 50만 t에 달한다.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올해도 10만 t 넘는 황토를 바다에 뿌린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물고기 4백88만 마리가 폐사해 67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1995년 (피해액 7백64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당장 효과가 있는지, 수십 년 뒤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매년 여름만 되면 바다에 황토를 쓸어넣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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