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마을에 스위스 온천 들어선다
  • 남원·羅權一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8.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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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가든 개발에 스위스 자본 6억달러 유치…국제적 관광 휴양지로 발돋움
춘향의 마을 남원에 스위스 온천이 들어선다.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방안으로 외국 자본 유치가 적극 장려되고 있는 요즘 전북 남원시의 한 온천 개발 업체가 6억달러에 이르는 스위스 민간 자본을 유치해 남원시를 국제적 관광 도시로 탈바꿈시킬 만할 정도의 대규모 온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남원가든’으로 명명된 이 관광 개발 프로젝트는 남원약수온천개발주식회사(회장 임신택)와 세계적인 관광 개발 투자회사인 스위스의 체파스 인테그랄 사(CEPAS Integral:사장 토머스 케카이스)가 올해부터 합작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이다.

온천수 채수량 하루 3천t…성인병·위장병에 효과

남원시와 남원약수온천개발(주) 초청으로 ‘스위스 경제협력단’을 구성해 방한한 체파스 사의 케카이스 사장은 지난 12일 ‘남원가든 온천 개발에 관한 설명회’를 갖고, 이백면 효기리 일대 온천 개발 지역을 포함한 지리산권 관광 개발에 모두 6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리산 자락인 남원시 이백면 효기리 산 42번지 일대 30만5천여 평에 조성될 남원가든 온천 개발은 지난 95년 전라북도가 온천 지구로 지정 고시한 뒤 자금이 부족해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스위스 민간 자본의 투자 결정에 힘입어 관광 도시로 도약하기를 기대하는 남원시민들의 숙원을 이루게 되었다.

지리산 입구 만복대~고리봉 계곡에 자리한 남원 온천 지구는 하루 3천t을 채수할 수 있는 pH 9.0∼11.4의 알칼리성 단순천으로 나트륨·게르마늄 등을 함유해 성인병·위장병에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온천 지구에 조성될 남원가든은 온천장·호텔·스포츠센터·콘도·휴양시설·공연장·워터 파크 등을 갖춘 국제적 관광 휴양지로 개발된다.

남원가든 온천은 국내 여느 온천들과는 다른 형태로 개발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체파스 사의 설명에 따르면, 남원가든은 산악 지형과 계곡 등 자연 경관의 훼손을 최소화해 자연 친화적으로 개발되며, 사시사철 연중 무휴의 안락하고 편안한 휴양 시설이 주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오른쪽 개발 조감도 참조).

체파스 사의 건축 공학 전문가인 마르셀 길겐 씨는 이날 설명회를 통해 “남원은 관광 개발 여건의 필수 조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수려한 지리산의 경관과 풍부한 물이 그것이다. 개발은 물 웅덩이와 구릉 협곡을 그대로 살리고, 인공적인 건축물 또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이다. 건축 양식도 한국 고유의 전통 양식을 도입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북 남원에 스위스 자본이 투자된 것은 남원온천개발(주) 임신택 회장이 지난해부터 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활발한 유치 작업을 추진하면서 비롯되었다. 임회장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하던 김정양 교수를 통해 체파스 사와 접촉했고, 케카이스 사장을 비롯한 방문단이 세 차례 남원 현지를 답사했다. 양측은 지난해 10월10일 남원 온천 개발에 대한 마스터 플랜 용역 계약을 체결해 지난 1월12일 마스터 플랜 설명회로 이어지게 되었다.
남원약수온천개발(주) 임신택 회장은 “관광 선진국인 스위스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남원가든이 완공되면 남원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사시사철 언제나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국제적 관광 도시가 될 것이다. 이번 합작은 외국 자본 유치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21세기 초 관광객 5백만 몰릴 것”

남원시의 적극적인 온천 개발 노력도 스위스 자본 유치에 한몫을 했다. 남원시는 지리산 자락의 수려한 경관을 살려 대규모 관광 휴양 단지가 2000년대 초에 조성된다면 연간 3백만∼5백만 관광객을 불러들여 남원시가 스위스의 융프라우 못지 않은 세계적 관광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원시는 온천 개발이 성공할 경우 현재 19%에 그치고 있는 재정 자립도를 30∼4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할 참이다. 남원시는 관광단지로 이어지는 도로 개설과 포장, 상·하수도 시설 등 모든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정규 남원시장은 “세계적 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것이 11만 남원 시민의 숙원이다. 남원가든 프로젝트는 남원시로서는 하나의 행운이고, 남원시가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인 지원을 다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에 큰 기대

시민들 역시 남원시가 대규모 온천 개발에 힘입어 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남원시 하정동 이상하씨(사단법인 춘향문화선양회장)는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해외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스위스 자본이 남원에 대규모로 투자된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다. 실의에 빠져 있는 시민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원온천이 들어설 이백면 효기리 이장 최준오씨(45)는 “온천이 들어서게 되면 물론 땅값도 오르겠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남원의 산골 마을이 세계적 관광 도시로 발전할 수 있게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남원가든 개발은 앞으로 체파스 사의 계열사이자 동북아권 관광레저 투자관리회사인 체파스코리아(공동 대표 임신택·김기중·김정양)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체파스코리아는 오는 2000년까지 마스터 플랜을 마무리하고 국토 이용 계획 변경과 관광지 지정, 환경 영향 평가 등 공사에 필요한 절차를 밟아오는 2000년에 1차로 9만평 부지에 온천 시설을 착공할 계획이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외자 도입이 시급한 지금 남원의 온천 개발은 민간 기업과 자치단체, 시민이 함께 나서 외국 자본을 유치한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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