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공방에 무등산 ‘들썩’
  • 광주·나권일 주재기자 ()
  • 승인 1996.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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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여 평 온천 지구 개발…‘지역 발전’·‘환경 오염’ 논리 팽팽
 
온천 개발을 둘러싼 개발 업체와 환경단체간 공방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광주 무등산 ‘운림 온천’ 개발 논란은 단순히 ‘보존’과 ‘개발’간의 공방에 그치지 않고, 전국 6대 도시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열악한 광주시 여건을 타개하기 위한 발전 방향론과 연계되면서 치열한 쟁점으로 도드라질 전망이다.

운림 온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주) 프라임 월드(대표이사 이승화)는 광주 지역 백화점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주)청전가든백화점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으며, 지방 일간지 <광남일보>도 모기업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이다. 프라임 월드는 광주시 동구 운림동 무등산 증심사 지구 부지 12만여평에 2005년까지 대규모 국제회의장과 특급 호텔을 갖춘 온천 휴양 시설을 건립한다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운림 온천 지구는 90년 6월 지하 6백85m에서 황산나트륨 성분을 함유한 수온 26.5℃ 온천수가 발견되어 온천 지구로 지정된 뒤, (주)프라임 월드의 전신인 (주)청전농원이 매입한 땅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삼림 파괴와 지하수 고갈, 오·폐수 발생 등 환경 파괴와 개발 지역의 지형적 조건에서 오는 대기 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면 온천 지구 주변 소나무와 삼나무 숲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데다, 온천수를 뽑아 올림으로써 지하수를 고갈시켜 장기적으로 시내를 관통하는 광주천과 영산강의 건천화 (乾川化)와 수량 감소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프라임 월드측은 온천장과 특급 호텔 등 각종 건물은 개발지구 내의 저수지를 메운 공간에 들어서기 때문에 삼림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건물과 부대 시설이 들어서는 면적은 온천 지구 12만평 가운데 1만5천평밖에 안된다며 온천 개발을 ‘무등산 파괴’로 보는 시각을 반박하고 있다. 온천수의 경우도 법이 규정한 하루 사용량(1인당 2백50ℓ)을 초과하지 않을 예정이고, 오·폐수는 차집관을 통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방류하는 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온천 개발 반대 논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공박한다.

이와 관련해 이성기 교수(조선대·환경공학과)는 개발 업체가 수익을 남기려면 온천장 외에 위락· 휴양 시설 등을 건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온천 개발은 사실상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남 지역에서는 현재 화순군과 구례군에 온천장이 3개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영암군이 ‘월출산 온천지구’에 온천과 연계한 대규모 관광·휴양 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등 ‘관광 전남’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온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정 확충을 기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논리가 온천 개발 남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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