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반대한 이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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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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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김삼웅 이사/“지난해부터 줄곧 문제 제기”
3월17일 이사회에서 대체 전시를 적극 주장했던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인 김삼웅씨에게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물었다.

이사들은 회의 1주일 전에 논의될 내용을 우편으로 받았다. 당일 회의 때도 자료가 놓여 있었다. <조선일보> 윤전기 안건은 중요 현안이었고, 총 38쪽짜리 업무 보고 자료 가운데, 2페이지에 걸쳐 상술되어 있었다. 이사 가운데 한 분은 A4 5쪽짜리 의견서를 만들어 오기도 했다.

독립기념관측의 안이한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언성이 높아진 것이지, 이사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사무처장이 관련 내용을 보고하던 중 이사 가운데 한 분이 ‘어떻게 사태가 그 지경이 되도록 놔두었느냐’고 질책하는 바람에 잠깐 보고가 중단되었다. 보고가 끝난 뒤 이사들이 의견을 개진했는데, 참석한 이사 11명 가운데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없었다(강신성일 의원은 예·결산 보고 후 자리를 떴다). 반대가 없는데 표결이고 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또 표결을 거쳐 의결한 전례도 없다.

이사회는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항을 심의 의결할 수 있다. 업무 보고를 한 독립기념관측으로서도 묵과하기 어려운 수준의 현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논의했다. 업무 보고 때 윤전기 관련 파문이 짤막하게 언급되어 있기에 내가 부적절한 전시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철거 여론이 더욱 거세졌고 지난 3월1일에는 철거 퍼포먼스까지 벌어졌다. 다른 이사들도 이제는 독립기념관의 위상을 위협할 만큼 사안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글쎄, 독립기념관측으로서도 줄곧 난감해 했다고 본다. 문제의 윤전기는 1987년 개관 당시 독립기념관측이 요청해 전시된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기증을 요청했는데, <조선일보>만 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기증을 요청해 전시했으므로 일부 바깥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뚜렷한 계기 없이 어떻게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난감한 나머지 이사회에 공을 넘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 추측이고, 관장과 워낙 소원해서 속내는 알 수 없다(웃음).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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