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소주 시장, 제2 삼국 시대 돌입
  • 李哲鉉 기자 ()
  • 승인 1997.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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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소주 시장 ‘제2 삼국 시대’ 도래…두산 청색시대·보해 곰바우, 진로 아성에 도전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95쪽 도표 참고).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지난해 말 전체 소주 시장의 5%에서 5월 말 현재 8%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6월 나온 진로의 참나무통맑은소주는 매달 1천3백만∼1천5백만 병씩 나가고 있다. 보해양조가 3월 말에 출시한 곰바우는 벌써 8백만 병이 팔리는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두산경월도 뒤늦게 청색시대라는 프리미엄 소주를 내놓고 프리미엄 소주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갑자기 커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98년 예정된 주류 시장 개방으로 외국 소주, 특히 일본 소주의 국내 진출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주류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한 것이다.

참나무통… 전체 시장의 80% 차지

그 변화의 유형은 대략 세 가지이다. 우선 소비자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건강을 중시하게 되면서 고급주와 저알콜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또 양주가 대중화하면서 소비자의 입맛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프리미엄 소주 대부분이 뒷맛이 깨끗하다든지, 숙취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실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화하고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주류회사는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제품의 종류를 다양하게 선보이려고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프리미엄 맥주나 패션 맥주가 특정 계층 사이에서 사랑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상자 기사 참고). 이에 반해 청장년층은 숙취가 적고 뒷맛이 깔끔한 소주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소주를 생산하는 주류회사는 청장년층을 집중 공략했다.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선구자는 보해양조의 김삿갓이다. 보해소주는 지난해 3월 말 감미료로 천연 벌꿀을 사용한 김삿갓을 출시해 프리미엄 소주 돌풍을 일으켰다. 시판 첫달 판매 실적이 1백50만 병이나 되었다. 그러자 진로측이 김삿갓 돌풍을 팔짱 끼고 관망하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6월 말 순쌀을 사용해 만든 참나무통맑은소주를 출시해 김삿갓 돌풍에 맞불을 놓았다. 진로는 참나무통맑은소주의 출고가를 김삿갓보다 3백12원 낮은 6백45원으로 책정했다. 그러자 김삿갓 돌풍이 가라앉으면서 참나무통맑은소주가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새로운 왕자로 등극했다. 두산경월도 청산리벽계수를 내세워 참나무통맑은소주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참나무통맑은소주는 올해 1/4분기까지 전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삿갓이 패퇴한 뒤로 절치부심하던 보해양조는 참나무통맑은소주와 경쟁할 수 있는 새 제품을 올해 3월 선보였다. 김삿갓을 개발했던 보해양조 중앙연구소 이광렬 소장이 개발을 주도한 곰바우는 출고가를 참나무통맑은소주와 같게 책정했다. 곰바우가 참나무통맑은소주의 맞상대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소비자 취향 잘 맞춰야 성공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곰바우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곰바우 열풍을 일으키며 출시 한 달 만에 3백36만 병이 나갔다. 지난해 출시한 김삿갓 판매 실적의 2배가 넘는 양이다. 보해양조는 곰바우 개발팀에게 특별 상여금 200%를 지급하고 대리급 연구원 2명을 과장으로 승진시켰다.

청산리벽계수를 출시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물러났던 두산경월도 프리미엄 소주 시장에 다시 돌아왔다. 두산경월이 선택한 주력마는 청색시대. 두산경월은 6월12일 젊은 세대와 청장년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소주 청색시대를 내세워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삼분하겠다고 나섰다. 출고가도 참나무통맑은소주에 맞추었다.

참나무통맑은소주가 호령하던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이제 제2의 삼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주류 회사가 가진 소주 양조 기술 수준은 비슷하다. 치열한 프리미엄 소주 시장 쟁탈전의 승패는 결국 주류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신제품을 계속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회사가 결국 삼국 시대의 대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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