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소리만 나와도 부들부들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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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병풍 영화 <보스…>는 음모”…검찰 서기 나오는 <야인시대>도 예의 주시



"병풍에 이어 이번엔 영풍(映風)이다!” 9월5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다음날 개봉 예정인 영화 <보스상륙작전>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장나라당의 김모 대통령 후보가 병역비리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그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검찰은 대선자금 비리를 캐기 위해 룸살롱을 위장 개업한다’는 이 영화의 설정이 명백하게 이회창 후보를 음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의원이 제시하는 음모론의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영화제작사 대표와 감독이 한나라당과 불편한 관계인 MBC 출신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일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홍의원의 표현)인데도 스크린 2백20개를 확보해 국내 영화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 요컨대 누군가가 반창 세력을 움직여 이후보에게 불리한 영화를 만들고,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전국 영화관에서 일제히 상영하도록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한때 이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된 후 관람객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오버했다는 것이다. 9월8일 이 영화를 관람한 30대 회사원은 “흔하디 흔한 조폭 코미디 영화를 놓고 한나라당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 중 병역 관련 부분은 1∼2분 정도에 불과했다. 개봉과 동시에 이 영화를 본 이후보의 심준형 홍보특보 역시 “문제 삼을 만한 영화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그렇게 이 영화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무어니 무어니 해도 이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점 때문이다. 5년 전 이미 ‘병풍’의 위력을 경험한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이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자 이를 막는 데 당력을 총집중하고 있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 고소, 병역비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박영관 부장검사 고소, 병역 의혹을 편파 보도했다며 <오마이 뉴스>와 <신동아> 고소, 역시 병역 관련 보도를 문제 삼아 4대 방송사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거의 모든 정치 행위가 병풍 차단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마당에 영화까지 병역 문제를 다루고 나서니 한나라당이 발끈한 것이다.


“대중 문화계 반창 정서에 과민 반응”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런 한나라당의 예민한 반응이 대중 문화 제작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반창 정서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영화계는 현재 신영균·강신성일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소속된 영화인협회와 문성근·명계남 등 소장파가 주도하는 영화인회의로 나뉘어 있는데, 현장에서는 영화인회의쪽 제작자들이 만드는 영화가 훨씬 많은 실정이다. 방송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뉴스보다 드라마나 교양 프로그램에 대해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남경필 대변인은 “MBC만 해도 보도국보다 제작국 PD나 작가들 가운데 반창 세력이 많은 것이 문제다”라고 털어놓았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한나라당 모 의원은 주변 사람들에게 SBS <야인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극중 김두한이 일제 검찰 서기에게 고초를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는데,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 강도로 묘사되는지 알고 싶다”라는 것이다. 이 의원의 부탁을 받은 한 기자는 “이후보 부친의 친일 행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행여 이 드라마가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한나라당이 요즘 꼭 그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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