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어찌하오리까”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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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문제로 곤욕…이사장 사퇴론이 대세
정수장학회 문제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넘어 박대표 자신의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박대표의 선택은 그녀가 ‘박정희’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극복하고 ‘정치인 박근혜’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아버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그 후광에 갇히느냐 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대표는 일단 정면 돌파하는 자세를 취했다. <한겨레21>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헌납된 것이고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이사장 직을 사퇴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박대표의 입장이 굳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당 안팎에서 ‘나라면 털고 가겠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대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점수를 잃었다. 우선 ‘이사장직 사퇴 불가’를 강조함으로써 기득권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아버지 어머니를 잃었다. 나는 가진 것이 없다”라는, 결연하면서도 초연한 모습이었던 기존 이미지와 거리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정수장학회는) 하자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존속된 것이다”라는 언급은 그녀의 역사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박대표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가 탄생하는 과정이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고 본다면 한쪽 눈으로만 역사를 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대표는 국회의원들이 고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가 5·16장학회로 넘어가는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냈고, 유족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내는 등 진상을 밝히기 위한 몸부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사건 전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는 데다가 기본적으로 ‘박근혜’ 개인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미 여권이 주도한 ‘유신논쟁’의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왔다. ‘박근혜=한나라당’이라는 등식이 서서히 만들어지면서 그 위에 유신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겹쳐지는 흐름이다,

“지도자로서 자생력 키우는 시험대 삼아라”

이 때문에 홍준표 의원은 “정수장학회 문제나 유신논쟁에 당이 대응할수록 문제가 더 커지는 만큼 당과 박대표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박대표 처지에서도 지금 문제가 불거진 것이 나중에 터지는 것보다 낫다. 면역력을 키우고 지도자로서 자생력을 키우는 시험대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의원은 “만약 박대표가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적절한 모양과 절차를 찾아 (이사장직을) 던지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의외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박대표가 자연스럽게 풀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인 박형준 의원은 좀더 전략적으로 사고했다. “결정은 박대표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밀려서 결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서는 곤란하다. (이사장 직을) 털 수 있겠지만 타이밍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팎의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결국은 박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이사장 직을 던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수장학회가 그대로 온존한다면 박대표의 ‘수렴청정’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안이 이미 이사장직 사퇴 여부를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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