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영삼 “DJ, 다시 한판 겨루자”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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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김대중 본격 투쟁 선언하고 정계 복귀… 자금·조직력 없어 앞길 험난
정치 재개를 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미 ‘민주산악회(민산) 재건’ 발언으로 본격 정치 활동을 예고한 그는, 지난 7월26일 퇴임 이후 처음으로 내외신 기자들을 상도동 집으로 불러 내각제 개헌 연기를 ‘김대통령의 장기 집권 음모’라고 규정하고, 정치 활동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날 성명 발표를 포함해 그는 최근 들어 이틀에 한 번꼴로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토록 YS의 행동을 재촉하는 것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내각제 개헌 연기 움직임이다. 상도동은 정계 개편이 본격화하면 내각제 개헌은 결국 유야무야될 것으로 본다. 내각제론자도 아닌 YS가 내각제 개헌 연기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약속 위반’을 내세워 DJ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호재인데다, 내각제 개헌 연기에 어영부영 휩쓸려 들어가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YS는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을 때부터 ‘김대통령의 정치적 임기는 올해 말로 끝’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7월26일 상도동 자택에서 발표한 성명에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정치적 임기 만료’를 거듭 강조한 것까지는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김대중씨의 임기 만료와 더불어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한다’는 대목은, 그가 비로소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정치 일선에 복귀했음을 공식 선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당 창당으로 해석될 소지도 충분하다. 상도동은 민산 재건 선언을 할 때만 해도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었다.

흥미로운 것은 YS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과 동시에 YS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이 YS 발언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와 충돌하는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YS의 ‘한나라당 2중대’ 발언에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하다가 이회창 총재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3중대보다는 낫다’라는 정치적 수사를 내놓으면서 두 세력 간의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민산 재건 발언을 기점으로 이 갈등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민산 재건 선언 이후, 상도동의 이러한 움직임이 한나라당 민주계 일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판단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일부 민주계 의원에 대해 ‘민산 가입 불가’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자 상도동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자택에서 열린 ‘냉면 회동’에 참석하려던 한나라당 노기태 의원과 김영선 의원은 막판에 당 지도부의 급작스런 호출을 받고 불참했다. 상도동은 이를 한나라당 지도부가 YS의 세력 확장을 방해한 것으로 본다. 박종웅 의원은 민주산악회가 무슨 반국가 단체라도 되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확인해 주기라도 하듯 YS는 상도동 성명에서 ‘독재와 장기 집권 음모를 방관하는 것은 공범 못지 않은 죄악’이라며 은근히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DJ 맞설 인물은 YS밖에 없다?

상도동측 인사는 성명 발표 직후 YS의 ‘DJ 임기 만료론’에 대해 설령 DJ가 연내 내각제 개헌 약속을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임기는 올해로 끝난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발동을 걸어놓은 YS가 정국 상황의 변화에 따라 브레이크를 걸기란 결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 인사는 ‘DJ가 어떤 사기극을 벌이더라도’라는 전제를 달기도 했다. YS는 이제 ‘내각제 개헌 연기=DJ 장기 집권 음모’라는 등식을 기초로 해 자신이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하는 논리를 모두 갖추어 놓았다.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워 ‘DJ에 맞설 인물은 나밖에 없다’는 점을 과시하는 순서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민산 재건이건 신당 창당이건 YS 앞에 가로놓인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후3김 시대’라는 여론의 비난이야 특유의 돌파력으로 헤쳐 간다고 해도, 정작 다급한 조직과 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상도동도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민산을 재건하려면 조직력을 가진 과거 간부들이 나서 주어야 하지만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상도동측은 ‘셀 수 없이 많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하고 있다. 자금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까지 조직 재건과 관련한 자금 문제에 대한 상도동측의 공식적 언급은 ‘산에 올라가는 데 무슨 돈이 드냐’는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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