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버리고 유엔으로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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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담당 고등판무관 맡기 위해 결단 내려
메리 로빈슨 아일랜드 대통령(53)이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 담당 고등판무관을 맡기 위해 9월12일 대통령 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는 12월에 7년 임기가 끝나는 로빈슨 대통령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자리를 인수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보수적 카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보수와 편견에 맞서 여성과 소수 집단을 위해 싸워온 로빈슨의 투쟁 경력을 높이 사 그를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로빈슨 대통령은 진보적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90년 아일랜드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재임 기간에 그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9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아일랜드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의 신망이 대단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 대학 유학 시절부터 빈곤 퇴치와 민권 운동에 참여했다. 정계에 진출한 뒤에는 카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피임 합법화·이혼 합법화·낙태허가법 도입·동성연애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해서 눈길을 모았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더블린의 관저에 동성연애자나 실직자 단체를 초대하는 등 여성 권익을 신장하고 소외 계층에 대한 차별을 없애자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92년 소말리아를 방문했고 94년에는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르완다의 학살 현장을 방문해 구호 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로빈슨은 유엔 난민 담당 고등판무관으로 활동 중인 일본인 오카다 사다코(68)와 함께 유엔에서 여성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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