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사이버 논객 줄 세우기 경쟁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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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비례대표 선출 움직임에 사이버 세계 ‘술렁’…정치권은 세 모으기 경쟁
“네티즌에게 금배지를 달아주겠다.” 지난 1월7일, 민주당 전자정당추진특위 위원장 김영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네티즌 대표를 뽑아 전국구 의원(10번) 직을 배정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원 역시 당의장 선거에 나서면서 네티즌 2명을 청년 네티즌 비례대표라는 이름으로 전국구 의원으로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나라당도 지난해 9월 이와 비슷한 네티즌 비례대표제 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올해 총선에서 네티즌 국회의원 출현은 이제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 정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네티즌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폴리티즌’(politics와 netizen의 합성어)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인터넷 경선을 통해 네티즌 비례대표 선출을 이슈화하면서 우호 세력을 결집해 투표에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이버 논객들은 네티즌 비례대표제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사이버 논객에 대한 정치권의 손짓이 논객들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팬클럽을 많이 가진 대표적인 사이버 논객들이 정치권에 줄을 설 경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사이버 논객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이버 논객 시장은 지지 성향에 따라 사분오열되어 있다. 대표적인 논객 사이트인 <서프라이즈>만 하더라도 <서프라이즈>(친노, 비호남)와 <동프라이즈>(반노, 친민주), <시대소리>(비노, 비민주)로 분리되었다. 논객의 맹주 격인 서영석 대표가 강력한 친노 노선을 표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민주당은 사이버 논객 줄 세우기를 놓고 물밑에서 경쟁해 왔다. 청와대에서는 노대통령 지지 네티즌 모임에 홍보수석까지 참여하는 열성을 보였고, 이에 질세라 민주당도 김영환 의원이 네티즌 모임을 직접 주관하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인터넷 정치 뉴스 사이트 <브레이크 뉴스> 변희재 기획국장은 이같은 정치권의 개입이 사이버 논객 권력화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논객들이 구조의 문제를 살피지 않고 ‘정치 훈수하기’와 ‘인신공격’ 등 과거 보수 언론의 행태를 재현하고 있다. 네티즌 중에서 비례대표를 뽑으려면 그의 과거 행적을 살펴 ‘곡언아세’한 적이 없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이버 논객은 정치권의 언론 이용하기에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한 사이버 논객은 “청와대 모임에 다녀온 뒤 고위층으로부터 들은 정보라며 청와대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논객들이 있다. 파병 논쟁이 한창일 때 청와대 모임에 다녀온 논객들이 갑자기 ‘비전투병 파병론’을 들고 나와 의아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 논객 ㅅ씨는 청와대 모임이 네티즌 논객을 줄 세우는 자리가 결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하게 밥 먹는 자리이다. 모임도 그리 정례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모임에 다녀온 한 논객도 “단순히 당 지지 네티즌들의 조언 모임이었다. 논객은 거의 없었다”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 논객은 민주당을 ‘저희 당’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민주당에 줄섰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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