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를 배우는 산사의 외국인들
  • 이문재 기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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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외국인 수행자 한국문화체험
인류학자 강신표 교수(인제대)는 20여 년 전부터 외국 학자들이 방한하면 송광사 같은 고찰에서 하룻밤씩 묵게 한다. 짧은 시간에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는 데 사찰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하룻밤 묵어본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국 예찬론자’가 되어 돌아간다고 한다.

지난 11월3일부터 나흘간 석굴암을 시작으로 해인사·하회마을·용인 민속촌으로 이어지는 ‘제1회 외국인 수행자 한국문화 체험’이 열렸다.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무심 스님 등 조계종·태고종·진각종·원불교 소속 외국인 수행자 45명이 참가해 한국 전통 문화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했다. 외국인이기 이전에 수행자여서 한국 불교는 낯설지 않았지만,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 경판을 직접 인쇄하거나, 하회마을에서 꽹과리를 칠 때는 영락없는 ‘외국인’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년은 199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한국 방문의 해. 관광 한국을 말할 때마다 내걸리는 표어가 ‘한국 불교는 세계적인 관광 상품’이라는 것인데, 한국 불교의 정통성과 독보성은 자주 논의되면서도 정작 천년 고찰의 사하촌들은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아직 역부족이다. 강교수를 따라 고찰을 찾은 외국 학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을 테지만,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산사를 찾아가는 길이나 숙박 시설, 기념품은 물론 한국 불교 안내 프로그램이 세련된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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