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신건강 열풍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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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시장 덩달아 호황 월드컵 이후 ‘여성용’ 수요도 급증



(주)글로벌스포츠 김동렬 마케팅 과장(36)은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가 열릴 때마다 결승선을 주시한다. 1등부터 꼴찌까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을 살피며 기록한다. 순위가 궁금해서가 아니다. 김과장에게는 대회에 참가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어느 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뛰는지, 어떤 기능을 가진 러닝화를 선호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마라톤 대회 때만 되면 글로벌스포츠 마케팅 담당자들과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풀 코스, 하프 코스, 10㎞, 5㎞ 등 코스별 결승선에서 ‘슈 카운팅’(신발 세기)을 한다.


글로벌스포츠는 2001년부터 러닝화 브랜드로 잘 알려진 뉴발란스를 국내에서 독점 유통시키고 있다. 뉴발란스는 지난해 스타 모델을 동원하는 광고 전략보다는 30~40대 신건강족을 향한 ‘풀뿌리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를 협찬하고,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었다. 같은 발 크기라도 발 너비에 따라 최고 5개까지 제품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려 착용이 편한 기능성 러닝화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뉴발란스의 제품 출고액은 2001년 25억원, 2002년 1백1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는 2백2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김동렬 과장은 “직장인들의 마라톤 열풍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러닝 제품 시장만 3천억~4천억원 규모


3040 신건강족의 등장은 휘트니스 클럽, 스포츠 용품 제조업체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이다. 최근에는 최신 시설을 갖춘 대형 휘트니스 클럽이 늘고 있다(<시사저널> 제682호 참조). 스포츠 용품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마라톤 인구가 2백만에 이른다. 러닝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한 게 가장 큰 변화이자 기회이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스포츠 용품 제조업계는 국내 의류 시장에서 스포츠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을 10%, 신발 시장에서 운동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25%로 추정하고 있다. 스포츠 의류와 운동화 시장은 대략 2조원 규모. 이 중에서 조깅화 등 러닝 제품 시장만 해도 3천억~4천억원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유명 브랜드마다 기능성 제품과 마라톤 전문 의류 브랜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심형 스포츠로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 업계와 장비를 마련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산악자전거(MTB) 업계도 신건강 열풍의 대표적 수혜자이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산악자전거 전문점 바이크랜드. 이곳에는 10만원대 입문형에서 천만원이 넘는 맞춤형까지 고루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부터 고급 부품을 모아 고가형 산악자전거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많이 늘고 있다. 이은철 대표(50)는 “실제로 산악자전거를 많이 타는 층은 20대이다. 하지만 비싼 장비를 풍족하게 마련하는 층은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40대들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백화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매장(www.inlinemania.com)을 운영하는 김철현씨(33)는 세분화한 고가형 제품으로 신건강족들의 구매력을 이끌어냈다. 김씨는 살로몬·K2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고가형 제품을 주로 취급했다. 여의도 직장가의 반응은 기대보다 뜨거웠다. 2002년 2월부터 주문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30~40대 고객들이 확연히 늘었고, 여의도 인근 회사에서 단체 주문과 함께 강습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여의도 직장인들 사이에 몰아친 동호회 바람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제품은 품귀 현상이 벌어질 정도였다. 고가형 브랜드인 살로몬은 2002년 5천족에서 올해 2만족으로 수입량이 4배 증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2002년 김씨의 매출도 전년보다 400% 가량 신장했다.
푸마 코리아도 신건강 열풍으로 짭짤한 이득을 얻고 있다. 푸마 코리아 직원들은 2월 중순 미국 동부지역으로 5박6일 포상 연수를 떠난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해보다 300%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푸마 코리아 조원섭 마케팅실장(35)은 “스포츠 시장이 신건강 열풍에 맞추어 라이프 스타일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니커즈류 운동화. 스니커즈는 운동화와 구두를 결합한 신발이다. 고무 밑창을 사용해 운동성이 강하면서도 정장 차림에도 어울리게 디자인을 강화한 제품이다. 푸마는 지난해 스니커즈만 28만켤레(2백80억원어치)를 팔았다. 조실장은 “3040들이 스포츠 웨어나 운동화를 건강과 젊음의 코드로 인식하기 시작해 이전에 비해 수요가 늘었다. 스포츠 브랜드라는 말보다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는 용어가 더 적합한 시대가 왔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가 늘면서 여성용 스포츠 의류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푸마 코리아의 2002년 스포츠 시장 분석과 2003년 시장 전망에 따르면, 스포츠 업계는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정통 스포츠 용품 일변도에서 탈피해 패션이 강화된 여성 제품을 만드는 생산라인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푸마 코리아 최효상 기획조사팀 과장은 “여성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가 재미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운동을 건강·미용과 연결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 스포츠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효상 과장은 “올해 스포츠 시장에서도 기능성과 라이프 스타일 중심으로 시장이 세분화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스노보드·마라톤 등 기능성을 강조한 스포츠 용품 생산 라인이 증가하는 한편, 여성 패션 스포츠웨어의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일반 캐주얼 브랜드 제조업체까지도 스포츠웨어 시장에 대거 참여해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올해 스포츠 용품 시장의 판도는 여성 신건강족의 취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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