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지식의 최전선>
  • 강철주 (출판평론가) ()
  • 승인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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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변화 예고하는 첨단 학문 ‘큰 그림’



지난 5월 출간 때부터 이미 문제작으로 지목되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지식의 최전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더 새롭고 더 창조적인 발상들’을 전하는 데 주력하되, ‘지식의 최전선’에서 숨가쁘게 변화하는 ‘전황’을 제대로 보고함으로써, 그 전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지식의 최전선>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동시다발적 접근을 통한 총체적 조망을 시도한다. 지식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그 자체가 상호침투적이고 복합적이므로 이에 대한 진단과 전망 역시 분과 학문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러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글 70편은 각각 퍼즐 조각처럼 분과 학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작은 그림이자, 우리 시대 전체 학문의 큰 그림을 구성하는 일부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각기 다른 쟁점을 언급하면서도 동일한 문제 의식 아래 엮이는 글들이 자주 발견되는 까닭이다.





가령, 푼수 역의 대명사인 전원주가 들판을 달리는 모습을 담은 텔레비전 광고를 일러 한국 광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라고 단언하는 김홍탁의 <뻔지르르한 광고에 딴지를 건다>와, 한 세기 이상 지탱해온 한국 사회의 음악관을 서태지가 뒤흔들었다며 모더니즘의 권위로부터 음악과 음악가가 해방되기를 바라는 주성혜의 <조수미 김덕수 서태지 그리고 나>가 던지는 메시지는 묘하게도 닮았다.


반면 동일한 주제를 놓고 상이한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전망을 담은 유향숙의 <생명의 원리를 밝혀낸다>와 임종식의 <유전자 지도가 주민등록증을 대신한다>가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이 책에는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분야를 비롯해 미시사나 사회 복지, NGO운동 등 이제 막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적 담론들이 연출하는 ‘경이로운 사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류의 앤솔로지가 흔히 그렇듯 각각의 글들이 보여주는 풍경이 골고루 경이로운 것은 아니다. 정작 놀라운 것은 모두 52명이나 되는 필자를 한묶음으로 엮어 이만한 짜임새를 갖춘 책을 펴낸 기획의 힘이다. 개념 풀이와 더 읽어야 할 책, 관련 사이트 등을 덧붙여 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들춰 볼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인다.



추천인:구춘권(서강대 대우교수·국제정치)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학) 함인희(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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