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토끼, 건달토끼 됐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2.07.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풍이 유행 보증 수표…쇼핑 중심가 한류가 장악



'나젖 먹던 힘 다해 내 꿈을 이룰 거야. 간다 와다다다 … 어차피 인생은 한판의 멋진 도박과 같은 것. 자 맨발에 땀 나도록 뛰는 거야. 내 청춘을 위하여’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거라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 보여도 난 괜찮아. 난 쓰러지지 않아.’



상하이 최대의 지하 패션몰인 샹싱청 상가. 벅의 <맨발의 청춘>, 진주의 <난 괜찮아> 같은 한국 가요가 끝없이 흘러나온다. 중국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붙잡은 한류는 상하이에서도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 상하이 시내 젊음의 거리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은 바로 한국의 댄스 음악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나이트클럽, 첨단 유행의 기지인 쇼핑 상가, 상하이 춤꾼들이 몰려드는 인민광장에서 한류 열풍은 뜨겁다.



문희준 티셔츠에 김희선 원피스까지 유행



백화점이 10여 개 몰려 있어 상하이의 명동이라 불리는 쉬자훼이에 들어서면 곧바로 한류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식당가를 비롯해 멀티플렉스 극장, 대형 서점, 나이트클럽이 위치한 이곳은 상하이 젊은이들이 여흥을 위해 주로 찾는 곳이다. 쉬자훼이에 오면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동방백화점 건물 전면에 설치된 갤럭시 광고 속에서 한석규가 미소짓는다. 이 광고는 인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쉬리>가 상영된 후 한석규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설치되었다.



쉬자훼이의 나이트클럽에서 한국 댄스 음악은 테크노 음악과 함께 인기 절정이다. 이정현의 <와>와 <바꿔>, 왁스의 <머니> 같은 한국 댄스 음악이 계속 반복된다. 한국 가수들은 상하이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앞면에 ‘문희준’ 뒷면에 ‘평화 통일’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천 쥰씨(21)는 “내 인생을 모두 문희준에게 바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상하이 중심부에 위치한 인민광장으로 가면 최신의 한류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주말마다 인민광장을 찾는 상하이 중고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국 힙합 음악에 맞추어 힙합 춤을 춘다. 인민광장 지하가 바로 샹싱청 상가인데, 이곳에는 한국풍이 유행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브랜드임을 강조한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한글을 써넣은 티셔츠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한국 캐릭터 상품도 잘 나간다. 상하이 청소년들이 건달토끼라고 말하는 엽기토끼는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친구 선물로 엽기토끼를 구입한 양 지아니 씨(23)는 “건달토끼는 누구나 좋아한다. 건달토끼 인형이나 티셔츠, 핸드폰 줄을 하나라도 갖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고급 쇼핑가인 화이화이루 귀퉁이에 조성된 시앙양 상가는 화팅이라 불리는 가짜 외제품이 판을 치는 곳으로 서울의 이태원에 해당하는 곳이다. 최신의 것을 추구하는 상하이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서도 한국 가요를 틀어놓고 호객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쉬자훼이·샹싱청·푸단 대학·시앙양은 상하이의 유행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여기서 시작한 유행은 난징루를 거쳐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김희선 7부 바지, 김희선 원피스, 김현정 선글라스, 집게 머리핀과 머리곱창, 마녀 신발이라고 불리는 끝이 뾰족한 구두 등 이곳에서 발원한 한국풍 유행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올해는 힙합 스타일 바지와 큰 운동화가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