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도 캐도 끝없는 비리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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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로비에서 보물 소동까지 ‘이용호 게이트’ 전말

이용호씨는 1996년 광주에서 반도종합건설을 운영하다가 3백억원대
부도를 내고 서울로 도피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이용호 게이트 수사의
핵심은 이씨가 IMF 사태를 겪으면서 어떻게 천억원대 재산을 모으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정·관계와 검찰에 어떤 로비를 펼쳤는가
하는 것이다.



세종산업개발을 모체로 1998년부터 합병·매수 업계에 등장한
이씨는 인터피온·KEP전자·삼애인더스·레이디·조흥캐피탈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1999년부터는 증시에서 급성장해 한때 금융가의
‘성공 신화’로 회자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4일 대검이 이씨를 4백50여억 원의 구조 조정 자금을
횡령하고 삼애인더스 주가를 조작해 1백54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해 ‘게이트 정국’ 막이 올랐다. 수사 결과 이씨는 ‘사업 파트너’인
대양상호신용금고 대주주 김영준씨(42·구속)와 함께 삼애인더스
주가를 조작하고 불법으로 주식을 거래해 3백억원대 불법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 조작과 구조 조정 자금 횡령, 불법 주식 거래가
천억원대 재산을 모은 비결이었던 것이다.


로비 ‘몸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용호씨와 수백억원대를 거래하고 진정 취하
합의금 명목으로 42억4천만원을 받은 조폭 경력의 사업가 여운환(48)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이씨의 사업 파트너이자 ‘해결사’인 여씨가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과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여권 인사들과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은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도 일부 밝혀졌다. 이씨가 민주당
이정일·강운태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민주당 박병윤 의원과 오상범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정치자금 성격의
후원금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용호씨 로비의 핵심인 ‘몸통’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청탁 대가로 5천만원을 수사관에게 전달한
허남석 총경의 사촌동생 허옥석씨(43), 여운환씨로부터 로비 대가로
천만원을 받은 이기주씨(58)도 줄줄이 구속되었다. 이용호 게이트는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 그리고 이형택씨와 이용호씨를 연결한 허옥석씨
등이 이용호씨와 광주상고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전형적인 ‘향우회’
비리라는 비난을 들었다.


이씨는 또 2000년 5월 횡령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검찰 간부들의 비호
덕분에 하루 만에 풀려난 사실도 밝혀졌다. 이 파문으로 임휘윤·임양운·이덕선
씨등 2000년 당시 검찰 수사 계통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여운환씨 부탁으로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이 1억원 수임료를 받은 것이 드러나 호남 검찰
인맥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결국 정치권의 합의로 ‘특검법’이 통과되어 지난해 12월11일부터
이용호 게이트의 전모를 파헤칠 차정일 특별검사가 출범했다. 특검 수사
결과 이용호씨는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씨를 6천6백66만원을
주고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G&G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영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로비를 부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차정일
특검팀은 신승환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 처리해 결과적으로 신승남
검찰총장의 옷을 벗겼다.


지난 1월21일 삼애인더스가 뛰어들기 훨씬 전부터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 사업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SBS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특검팀은 현재 보물섬 소동의 흑막을 벗기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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