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塞翁之鐵'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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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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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재와 고속전철의 '기연'

고속전철(사진)사업은 이총재에게 변방 노인의 말〔塞翁之馬〕이 될 것인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1993년 문민 정부의 첫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쪽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파헤쳐 단번에 스타로 떠올랐다. 고속전철사업도 그가 감사했던 대상 중 하나였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그는 같은 해 12월 총리로 전격 발탁되었고,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1997년 대선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를 밀어주었던 고속전철사업이 지금은 그를 겨누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버렸다. 한나라당을 집어삼킬 것처럼 번져가는 안기부 정치 자금의 불길은 고속전철 로비 자금 수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고속전철 비자금 수사를 하고 있던 검찰은 프랑스 알스톰 사의 로비스트로 활약하던 최만석씨의 로비 자금이 황명수 전 의원의 차명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황의원 계좌를 정밀하게 추적하다가 안기부 자금을 발견한 것이다.

이총재가 총선 자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검찰 수사는 그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줄 것이다.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정치 자금을 파헤쳐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총재는, 고속전철이라는 집 나간 말이 끌고 온 안기부 정치 자금이라는 말에서 낙상할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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