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폭력성 보도 막는 시민단체 ‘음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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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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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신문 음란·폭력성에 잇단 제동
음대협(공동 대표 손봉호). 음악대학 협의회가 아니다. ‘음란 폭력성 조장 매체 대책 시민협의회’를 줄인 말이다. 일명 ‘스포츠 신문 킬러’.

9년 전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형태로 태어날 때부터 이들은 스포츠 미디어의 거대 권력에 맞서 왔다(현재 33개 단체 참여). 이들이 거둔 승리는 눈부셨다. 결성한 지 1년 만에 음대협은 음란성·폭력성의 상징이었던 스포츠 신문 만화 부록(가판용)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지난 9년간 스포츠 신문들이 ‘더 이상 지면에 음란물을 싣지 않겠다’며 음대협에 보내온 항복 공문은 40여 통에 이른다.

음대협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불매 운동. 스포츠 신문에 광고를 내는 회사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협박’을 기업체나 신문사는 무시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음대협은 자본의 이중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광고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3개 스포츠 신문사에 나누어 주던 광고를 끊을 명분을 찾아 즐거워했다. 신문사는 신문사대로 용지대를 절감하게 된 것을 기뻐했다.

97년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음대협과 스포츠 신문의 싸움은 차원이 달라졌다. 음대협은 불매 운동말고도 ‘청소년 보호법에 의거한 고소·고발’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실제로 음대협은 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스포츠 신문 3사 편집국장과 이들 신문에 만화를 연재하는 만화가들을 고발했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만화가들을 고발한 것 때문에 음대협은 ‘창작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융통성 없는 보수주의자들’이라는 일부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대해 음대협 간사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권장희 총무는, 정작 본질적인 공격 대상이었던 스포츠 신문은 놓아두고 음대협과 만화가 사이에 대립 전선이 형성된 양 외부에 비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음대협은 최근 <스포츠 투데이> 창간에 맞서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새 신문 창간 이전부터 스포츠 신문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에 이르렀다는 것이 음대협의 판단이다. 공급 과잉이 경쟁을 더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방향으로 변질시킬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자본 논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스포츠 신문이 헤어 누드를 마구 드러내는 일본 신문처럼 ‘막 가지’ 않는 것은 음대협 같은 견제 기구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권장희 총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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