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영입 대상사 명단 공개
  • 성자영기자 ()
  • 승인 1999.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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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 영입 대상 명단 입수/수도권 강세, TK·강원도 인물난…상당수 인사 참여 유보
지난 8월30일 국민회의 중앙위원회가 신당 창당을 공식 결의한 뒤로 영입 대상 인사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알파’라는 신당 구도에서 ‘알파’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국민회의 핵심 당직자들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영입 대상 인사들을 선정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사저널>은 국민회의가 탐내는 ‘알파’ 명단을 확보했다. 물론 영입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당사자들의 신당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 명단은 국민회의가 추구하는 신당의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편집자>

국민회의가 추구하는 신당은 세대로는 노·장·청(老壯靑) 통합 정당을, 이념으로는 신중도 개혁 정당을, 지역으로는 전국 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영입 대상자 역시 이러한 신당 성격을 각 분야에서 채워줄 수 있는 인사 중심으로 짜여 있다.

각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신당의 원로급 인사로는 한완상 전 통일 부총리, 조선대 총장을 지낸 이돈명 변호사, 기독교 원로인 박형규 목사, 이만열 숙명여대 교수 등이 거명된다. 이 밖에도 신당 창당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인사로는 명노근 한국 YMCA 전국연맹 이사장, 이수금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사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김찬국 상지대 총장 등이 있다. 이들은 이미 ‘21세기 개혁 정치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구성해 전국을 돌며 신당 창당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불러일으킨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들 중 일부는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신당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인사들도 상당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신진 인사 영입설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거론되던 원로급이어서 국민회의가 신당 창당을 통해 노리는 상승 효과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인상·유홍준·장하성·손석희 등 ‘신선한 인물’ 모으기

오히려 창당발기인대회를 전후해 입당이 점쳐지는 인사들이 신당의 ‘신선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회의가 노리는 인사들도 대부분 참신한 비정치권 인물이다. 이들 중에는 노동계를 아우를 수 있는 박인상 한국노총 회장, <한겨레> 신문 출신 언론인 임재경씨 등이 대표적 영입 대상 인사로 거론된다. 군 출신 인사로는 12·12 쿠데타 참여를 거부했던 장태완 재향군인회장과 공군대학 총장을 지낸 최명상씨 등이 명단에 올라 있다.

시민단체나 재야 출신 인사들도 영입 대상이다. 대표적 인물이 새 정부 들어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장에 취임한 강문규씨. 강씨는 신당 창당 발기인으로 거명된다.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으로는 인천시의회 의장을 지낸 신맹순 인천시의회 의원, 이부영 전교조 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학계 출신 인사로는 리영희 한양대 객원교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 영남대 교수, 민화협 정책위원장인 외국어대 이장희 교수 등이 있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여온 이은영 외대 교수와 조혜정 연세대 교수도 영입 대상 인사로 지목된다. 이북 출신인 한명숙 ‘참여 민주사회 시민 연대’(참여연대) 공동대표도 거론되지만 본인이 승낙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40∼50대 중·장년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 중에는 청소년 문제 전문가로 새 정부 들어 청소년보호위원장을 맡은 강지원 검사나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이 제일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학계에서는 정운찬 교수(서울대·경제학),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아 소액주주운동과 재벌 개혁 캠페인을 주도한 장하성 교수(고려대·경영학), 진보 정당 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는 오세철 교수(연세대·경영학)가 영입 대상이다.

영화계 인사 중에서는 감독 정지영씨나 배우 안성기·문성근 씨가 업무 추진 능력과 대중적 인기도를 강점으로 영입 대상으로 꼽힌다. 여성계 몫으로는 신혜수 여성의전화 대표나 오숙희 김포여성민우회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KBS 앵커 출신으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찬숙씨나 KBS 기자 출신인 전여옥씨 등도 여성이라는 이점과 방송 출연을 통해 쌓은 인기를 바탕으로 신당의 영입 대상 인물로 꼽힌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정치 참여 의사를 내비친 시사 평론가 정범구씨나 문화방송 손석희 아나운서도 신당의 1차 영입 대상이다. 특히 정씨는 97년 대통령 선거 때 텔레비전 토론을 매끄럽게 진행해 대중적 인기를 높였는데 지금 독일에 체류하고 있다.

민변 소속 변호사·이인영 등 386세대 대표 주자에게 ‘손짓’

40대 전문가 그룹 중에는 아무래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이들 중에는 이미 15대 총선에 출마했던 인사들도 있어 상당수가 16대 총선을 목표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15대 총선 때 서울 성동 갑에 출마했던 임종인 변호사가 대표적인 경우.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전국연합) 대변인을 맡는 등 재야 활동 경력을 가진 임변호사는 같은 지역구를 목표로 이미 출마 준비에 들어갔다. 민변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윤기원 변호사나, 장정일씨 소설의 음란성 여부를 둘러싼 재판의 변호를 맡았던 강금실 변호사도 영입 대상이다. 전북 김제 출신인 임홍종 변호사처럼 이미 국민회의 당적을 가진 법조인들도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최재천 변호사 역시 유력하게 거론된다.

방송 진행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오세훈 변호사나 의정부 법조 비리를 폭로한 뒤 사법 개혁 운동을 주도하는 손광운 변호사 등 소장층 변호사도 국민회의가 탐내는 인물군이다. 참여연대 활동을 주도하는 박원순 변호사, 전국연합 인권위원회·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한 차병직·이기욱 변호사도 단골로 영입 대상에 오르고 있으나 본인들의 승낙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민변 소속 변호사 중 최소한 5∼6명 이상이 16대 총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학생운동 경력을 가진 386세대 대표 주자 중에는 이인영 전 전대협 의장, 우상호 전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꽤 있다. 이 밖에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정우 변호사나 제주 출신 원희룡 변호사도 영입 대상이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30대 여성 인사로는 ‘신세대 철학자’로 알려진 이주향 교수(수원대·철학)나 방송인 정은아씨가 있다.국민회의가 이처럼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유명 인사를 영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수도권 지역에 전력을 집중해 압승을 거둔다는 내년 총선 전략 때문이다. 이러한 인사들의 출신 지역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호남당 이미지를 가진 국민회의 간판을 내리기로 결정하면서까지 내년 총선을 통해 전국 정당을 건설하려는 신당으로서는 수도권에서 내세울 수 있는 유명 인사 못지 않게 각 지역에서 명망을 얻고 있는 친여권 인사를 발굴해 영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특히 취약 지역인 대구·경북의 경우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엄삼탁 부총재 등 중량급 인사들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았지만 안심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기존 여권 정치인 중에서 내세울 만한 인사가 많지 않은 이 지역에서는 군·기업인 출신이 주로 거론된다.경주고를 졸업한 박춘택 공군참모총장이나 경북 봉화 출신인 김홍대 법제처장, 대구 출신인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 등이 우선 영입 대상에 올라 있다. 이 밖에 경북 청도 출신인 김준곤 변호사, 구미 출신인 김성태 대구방송 전무, 의성 출신인 신주식 제일제당 상무, 경주 출신인 최병권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전문성이나 지역 인지도를 기반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이미 부산 북·강서 을 출마를 공식 선언한 노무현 부총재가 영입 인사들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인기가 낮은 이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유력한 인사를 발굴하기는 쉽지 않다. 부산 출신으로 영입 대상에 오른 인사로는 장혁표 전 부산대 총장, 유삼남 전 해군참모총장, 윤광웅 전 해군참모차장이 있다.

경남 지역에서는 경남 진주 출신인 김재홍 담배인삼공사 사장, 같은 지역의 김영일 <국민일보> 사장, 경남 진해 출신인 최일근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의령 출신인 원대연 삼성물산 부사장, 진주 출신인 허동수 LG 칼텍스 정유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창원 출신으로 KBS 심야 토론을 진행했던 김규칠 산업기술정보원장도 거론되고 있으며, 울산 출신인 안우만 전 법무부장관과 고원준 울산 상공회의소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 현정부 주요 각료 중에서는 경남 통영 출신인 정해주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강원 출신 엄기영·이계진, 충청 출신 홍재형·이원성 물망

강원도 지역 역시 인물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인물난이 심각한 만큼 명망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소수 정예 인물군이 신당 영입 대상에 올라 있다.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강릉 출신이라는 점에서, ‘경제 정의 실천 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을 지낸 김일수 고려대 교수가 명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입 대상이 되고 있다. 동해 출신인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 차관, 정선 출신인 황창주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장도 국민회의가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강원도 출신 방송계 인사들 중에서는 원주 출신 방송인 이계진씨가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으며, 윤세영 서울방송 회장이나 이형모 KBS 부사장, 엄기영 MBC 보도국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 법조인 중에서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양양 출신 함승희 변호사가, 기업인 출신 중에는 강명구 현대전자 부사장, 유인균 인천제철 사장이 거명되고 있다.

충청 지역 인사로는 청주 출신인 홍재형 전 부총리, 안병우 중소기업특별위원장, 윤경식 변호사, 충주 출신인 이원성 전 대검 차장, 임 호 변호사를 영입 대상자 명단에 올려 놓고 있다. 경찰학교장을 지낸 유병국 한국가스공사 감사의 출마도 거론된다. 유씨는 이미 국민회의 총재 보좌역을 지낸 바 있다. 대전·충남권에서는 대전 출신으로 국민회의 정책위 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서울시 정무 부시장의 16대 총선 출마가 유력하고, 김원웅 전 의원 영입도 추진하고 있으며,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도 영입 대상에 올라 있다. 대전시장을 지낸 논산 출신 염홍철씨나 아산 출신 김종구 전 법무부장관, 당진 출신 차재능 안진회계법인 대표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국민회의의 영입 대상자 명단에 오른 상당수 인사가 신당 참여에 유보적이라는 것이다. 강지원 청소년보호위원장은 ‘청소년 전문가가 정치에 뛰어들면 청소년 문제를 망치는 것’이라는 말로 정치권 진출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고, 참여연대 실행위원인 이화여대 박은정 교수는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고 해서 정치권으로만 끌어들이려 한다면 남아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이부영 위원장이 거론되는 데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조직의 특성상 개인 판단보다 조직 내부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국민회의가 얼마나 많은 신진 인사를 영입할 수 있느냐는 창당 과정에서 이들 대상자에게 신당의 진로와 관련해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 영입 대상에 오른 한 30대 인사는 “기존 정당과 달리 정책 노선에서부터 차별화한 ‘상품’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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