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끈기가 최대 밑천
  • 이철현 (leon@sisapress.com)
  • 승인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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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CEO 10명, ‘외유내강·첨단 기술 중시’ 공통점
국가 경쟁력은 기업 경쟁력에서 나오고 기업 경쟁력은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에게서 나온다. 기업이 성공하는 데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60%나 된다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전략컨설팅그룹 모니터컴퍼니의 톰 코플랜드 박사는 “미국의 경쟁력은 천연 자원이나 시장 규모가 아니라 ‘경영 우위’에서 비롯된다”라고 지적했다.

최고경영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은 오직 하나, 경영 실적이다. 최고경영자는 경영 실적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다. 경쟁에 실패하면 가차없이 퇴장당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창출한 최고경영자는 각광을 받는다. 최고경영자들은 경영 비전을 세우기 위해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위대한 경영인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괄목할 만한 경영 실적을 올리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은 어떠한 자질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을까? 이번에 선정된 최고경영자 10인을 취재하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추출할 수 있었다.

최고경영자는 한결같이 겸손했고, 심지어 수줍음을 타기도 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카리스마가 넘치고 저돌적인 성격을 지닌 이는 거의 없었다. 이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쓴 짐 콜린스가 1965년부터 1995년까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오른 우량 기업 가운데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11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조사한 결과와 일치한다. 콜린스는 이 저서에서 ‘위대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뛰어난 경영 능력을 갖추었지만 자기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임직원들을 회사 경영의 주체로 세웠다’고 지적했다.

성공한 최고경영자들은 또 조직 관리에서는 ‘보편 타당한 원칙’, 생산 관리에서는 ‘첨단 기술’을 중시했다. 회사 구성원들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원칙은 최고경영자가 그대로 반영했다. 원칙 위주로 조직 관리가 이루어지다 보니 최고경영진의 인사 평가와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크게 줄었다. 또 임직원들은 최고경영자가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갈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 관료주의에 안주하거나 권위주의에 무조건 복종하는 임직원들의 책상은 치워졌고, 그들의 빈자리에 자기 업무에 충실하고 꾸준히 창의적인 견해를 제출하는 사람들이 채워졌다.

최고경영자들은 기술 개발 현황을 직접 챙겼다. 회사의 미래는 기술이 좌우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 잇달아 기술연구소를 설치하는가 하면, 외국 기술 인력을 적극 유치했다. 또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업체와 기술 제휴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최고경영자들은 냉혹하게 현실을 바라보더라도 결국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시장 여건이 좋다고 낙관하지 않았고, 아무리 혹독한 조건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골몰했다. 외환 위기 때 현금 흐름이 바닥 나고 매출이 급감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해 회사를 건강 체질로 바꾸는 기회로 삼았다.

이번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된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은 “하이트맥주가 언제 다시 2위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을 임직원들에게 반복해 상기시키고 있다. 이 위기 의식이 하이트 신화를 만들어낸 가장 큰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외국의 경영 이론들이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W이론’처럼 토착 경영 이론이 각광받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국적 경영론을 찾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노동·자본·자원 등 생산 자원이 상대적으로 희소하면서도 세계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 한국 기업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경영론을 찾는 작업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시사저널>이 한국의 최고경영자를 선정한 배경에는, 한국 실정에 적합한 한국적 경영론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성공하는 최고경영자의 특성

-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거부한다.
- 나서기를 싫어한다.
- 임직원의 의견을 경청한다.
- 자기 주장이 분명한 임직원을 좋아한다.
- 보편 타당한 원칙을 중시한다.
- 첨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 쉽게 낙관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 중국 시장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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