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들은 정말 다 내 집이 있을까?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0 16:01
  • 호수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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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 도시의 복잡성은 도시의 힘…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 노력 지속해야

대한민국 건국 이후 우리 사회는 항상 저 머나먼 곳의 이상향을 그려왔다.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어지는 어떤 나라의 모습은 부럽기도,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많은 이들에게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은 이상향이 되었다. 오죽하면 ‘북유럽 앓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살게 되면 작지만 예쁜 집 하나는 어렵지 않게 장만해서 집 걱정 없이 잘살 수 있을 것 같고, 꼭 내 집이 아니더라도 깔끔한 임대주택에 입주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테니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스웨덴의 2017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2008년과 비교했을 때 81.8% 올랐다. ⓒ 연합뉴스


치솟는 북유럽 주택가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북유럽의 주택가격은 2017년까지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2008년을 전후한 저점과 비교했을 때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스웨덴 81.8%, 노르웨이 79.9%, 덴마크 27.4%, 핀란드는 23.3% 상승했다. 전국 평균이 아닌 수도와 대도시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그 상승폭은 훨씬 가파르다.

북유럽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주택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초저금리와 최장 100년 만기로 제공되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매했다. 높은 세금과 사회보장비용 부담으로 인한 낮은 가처분소득, 그리고 이로 인해 주식 등에 투자하기 어려운 북유럽 국가의 중산층에게 주택 구입은 거의 유일한 자산증식 수단이 되었다. 모두가 경쟁적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다 보니 집값에는 거품이 끼었다. 오죽하면 2018년 미국 블룸버그가 스웨덴의 주택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으로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임대주택은 어떨까? 복지국가 스웨덴은 소득에 관계없이 희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전체 주택의 30%를 차지하는 임대주택은 스톡홀름 지역의 경우 월평균 임대료는 50만원 수준으로 민간주택의 3분의 1에 불과하며, 인상률 역시 연 2~3%로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런 곳에 입주해 살면 되지 않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 자체가 여의치 않다. 2017년 가을을 기준으로 스톡홀름에는 약 58만 명이 임대주택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데 입주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선호 지역의 경우 19~23년, 비인기 지역의 경우에도 10년 이상은 대기해야 한다. 스톡홀름뿐만 아니라 전국 290개 지자체 가운데 255곳이 주택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성년이 되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1997년 15%에서 2017년 25%로 높아지고 있다.

북유럽 국가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주택가격, 낮은 임대료로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독일마저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베를린의 임대료는 76% 상승했으며 뮌헨·함부르크·프랑크푸르트 등 다른 대도시 역시 급속한 임대료 상승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복지국가는 충실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체계를 통해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은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안전망과 복지체계는 역설적으로 주택시장이 붕괴하더라도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인식되어 국민들로 하여금 더 공격적으로 주택 매입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아울러 스톡홀름·코펜하겐 등 대도시로의 인구집중 역시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주력 산업이 되어 가고 있는 정보통신 및 지식기반형 서비스업의 성장은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신규 일자리의 75%는 코펜하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도시의 복잡성(complexity)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며, 혁신의 기반이다. 아이디어 교류와 빠른 변화는 대도시의 특권인 것이다. 대도시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래서 일자리가 생기고, 다시 사람이 몰리는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전통적인 도제식 기술습득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방 인구 감소와 대도시 인구 증가, 이로 인한 대도시 주택가격 및 임대료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여기에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주택가격과 임대료 상승 등이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5년간 필요 주택은 약 28만 가구였지만 실제 공급되는 주택은 15만 가구에 불과했다. 여기에 지자체의 재정난으로 인한 임대주택의 지속적 매각, 건설인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주택가격 및 임대료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복지국가에서도 주택 문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마지막 남은 파랑새,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마지막으로 남은 이상향이다. 전체 주택 가운데 60%에 이르는 임대주택 비율, 세후소득의 18% 수준에 불과한 임대료(영국의 경우 50%)로 유명하다. 다른 유럽의 주요 도시와 마찬가지로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요인은 1930년대를 전후해 확보한 풍부한 국공유지와 더불어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다. 2016년의 경우 3만 명의 인구가 증가했는데 1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되었으며, 계속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과거 산업단지 및 공항 등을 주거지역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임대주택 개량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주택 공급 30% 확대를 위해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비롯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표준화와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건축비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져 ㎡당 1100유로(약 150만원) 수준이 되어 2018년 우리나라 표준건축비인 ㎡당 185만9000원보다 더 낮아지게 되었다.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주택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공급 부족이다. 더 좋은 직장과 기회를 찾는 수요를 억지로 누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을 낮출 뿐이다. 어떻게 해도 서울은 더 복잡해지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패배주의를 걷어내야 한다. 도시의 복잡성은 도시의 힘이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수요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 기존 주택의 지속적인 개량, 효율화 추구가 어우러질 때 도시는 쾌적해지고, 주거는 안정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결국 당연해 보이는 일을 누가 더 열심히, 꾸준히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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