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성행위 동영상’ 일파만파…캐디 성추행 위험수위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7 16:32
  • 호수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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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층이 법질서 망각…음담패설에 신체 주요 부위 만지기까지

여전히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일명 ‘골프장 성행위 동영상’으로 인해 골프장 성추행 행위에 대한 사건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갑’인 일부 몰지각한 골퍼가 ‘을’인 캐디에게 던지는 음담패설은 기본이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큼 몸을 툭 치고, 만지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도대체 골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진 = 연합뉴스)


‘골프장 성행위 동영상’ 일파만파 확산

골프장 성행위 동영상이 화제다. 3개월 전부터 증권가 ‘찌라시’로 나돌던 풍문이 실제로 시중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은 모두 3가지. 2가지는 그냥 남녀 둘만 나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여성골퍼를 등장시킨 ‘야동’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골프장이 아닌 외국의 골프코스에서 촬영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의 낯 뜨거운 동영상이 한꺼번에 나돌면서 골프업계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이 동영상의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와 어떻게 유포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처음 시중에서는 ‘전 H증권사 부사장 골프장 성행위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퍼졌다. 상황이 확산되자 당사자로 지목된 여성 A씨와 남성 B씨가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 영등포경찰서가 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증권사를 퇴사하고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어 A씨의 어머니가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동영상을 전달해 준 사람과 동영상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등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동영상의 주인공들과 고소인들은 체형이나 생김새 등이 아주 다르다”고 덧붙였다.

 

골프 라운드 중 경기진행요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2015년 12월16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했다. ⓒ 연합뉴스


동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장소를 골프장 입장객이 한산한 일본으로 지목했다. 라운드 중에 벌인 일이어서 카트에 쓰인 글자가 비록 흐릿하지만 일본어로 쓰여 있고, 수종을 보면 일본이라는 것이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2개의 동영상은 남녀가 동일인이며 골프웨어 및 모자를 다르게 착용한 것으로 보아 날짜를 달리해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1개는 화면의 주인공이 직접 왼손으로 찍은 것과 1개는 휴대전화를 고정시키고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1개는 골프장과 남녀가 다른데, 골프 초보자로 마치 의도적으로 야동을 찍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동영상은 돈을 바라고 제작한 ‘야동’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나돌았을까. 특히 수시로 골퍼들이 플레이하는 곳에서 이런 동영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매너와 예의를 중시하는 골프 바닥에서 왜 이런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까. 몰상식한 한국 남녀 골퍼가 외국에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바람에 그동안 쌓아 놓은 한국 골프의 위상이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하루빨리 한국 골프를 먹칠한 동영상 남녀 주연(?)을 찾아내 최초 유포자와 함께 엄중한 벌(罰)을 내려 재발 방지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최근 골퍼들의 경기보조원인 캐디에 대한 성추행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라운드 중에 남성고객들이 내뱉는 외설적인 성적 농담으로 인해 캐디들이 수치심은 물론 18홀을 도는 동안 얼굴을 붉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비단 음담패설뿐이 아니다. 대놓고 가슴을 만지거나 뒤에서 끌어안는 일도 적지 않다. 경기도 LW 골프장에서 일어났던 일. 이전에 캐디의 이름표는 가슴에 붙어 있었다. 골퍼가 “언니, 이름이 뭐야”하면서 이름표를 슬슬 만지더니 가슴으로 손가락을 옮겨서 문지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캐디는 경기과에 연락했고, 성희롱을 한 골퍼와 동반자들은 바로 쫓겨났다. 그리고 이들의 이름을 골프장 내에 게시해 한동안 출입을 금지시켰다.

일본과 달리 국내 골프장의 캐디는 주로 20대 여성이다. 이 때문에 일부 나이 든 시니어골퍼들은 “스폰을 해 주겠다”며 전화번호를 묻는 등 ‘손녀(?)’ 같은 캐디를 유혹하는 데 여념이 없다.

12월3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따르면,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에 노출된 캐디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18일부터 23일까지 관내 4개 골프장 캐디를 비롯한 종사원 등 692명을 대상으로 고객으로부터의 성희롱 피해 실태조사를 벌인 것인데, 조사 결과 10.26%인 71명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 골프장의 경우 여성 캐디 77명 중 45%인 35명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해 2명 중 1명꼴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성추행 사건 비일비재

수법도 다양하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외설스러운 음담패설은 물론 클럽으로 여성캐디의 신체 주요 부위를 건드리기도 했다. 손으로 직접 가슴을 만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고객인 ‘갑’에게 캐디는 ‘을’ 중의 ‘을’이다.

대표적인 두 가지 사건이 있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건이다. 첫 번째 사건은 2013년 5월 경기도 포천의 한 골프장에서 일어났다. 골프장 여직원이 당시 이 골프장의 회장이었던 신 전 총장으로부터 볼에 뽀뽀를 당하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소송이 벌어졌다. 이 직원은 같은 해 6월 신 전 총장을 고소했다.

그러자 신 전 총장은 자신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직원의 아버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신 전 총장이 1심에서 패소했다. 2018년 6월5일 서울중앙지법은 신 전 총장이 “허위 내용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게 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직원의 아버지를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신 전 총장은 사직을 만류하기 위해 해당 직원을 만난 사실만 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검찰이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직원과 직원 아버지가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번에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신 전 총장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신 전 총장을 무고했다거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면서 “오히려 자신이 기소된 1심에서 고소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고 부분 무죄가 선고됐다”고 밝혔다. 한편, 무고 등 혐의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2014년 9월 강원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캐디를 성추행한 사건이다. 당시 여성캐디에 따르면 ‘기피고객’으로 소문난 박 전 의장은 첫 홀 티오프 시작부터 캐디의 신체를 접촉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가슴과 팔, 엉덩이 등을 만지면서 성희롱도 이어졌고, 홀을 돌 때마다 같은 행동이 반복됐다. 결국 캐디는 라운드 중간에 무전기를 이용해 “캐디를 교체해 달라”고 경기과에 요청했고, 골프장 측은 9번홀에서 남성캐디로 교체했다.

해당 캐디는 다음 날 원주경찰서를 찾아가 박 전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박 전 의장은 자신의 성추행에 대해 “내가 딸만 둘이다. 딸만 보면 예쁘다, 귀엽다고 하는 게 내 버릇이다. 그게 습관이 돼서 내가 귀엽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박 전 의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박 전 의장은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2심은 “피고인의 범행이 순간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니만큼 강제 추행죄가 성립된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전직 국회의장으로서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판시했다. 박 전 의장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2017년 4월28일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물론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골프장에서만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문제다. 다만, 국가를 이끌고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 인사를 비롯한 ‘가진 자’가 ‘골퍼’로 둔갑(?)해 ‘법질서’를 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남녀 프로골퍼들이 전 세계에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면 뭐 하나 싶다. 이런 몰상식한 무늬만 골퍼들이 ‘흙탕물’을 튀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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