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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조끼’ 분노 가라앉지 않았다

‘노란조끼’ 강력 반발, 유류세 인상안 철회한 마크롱 정부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7(Fri) 14:00:00 |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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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과 환경문제로 인한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나? 우린 이달 말이 더 걱정이다!” 분노에 찬 ‘노란조끼’ 시위대의 말이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에너지 전환정책의 일환으로 유류세를 연이어 인상하자 일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드골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68혁명 50주년을 맞은 올해, 파리의 거리가 다시 화염과 최루탄 연기로 휩싸였다.

68혁명 당시, 앙드레 말로 문화부 장관 등 드골 대통령 지지자들은 위기에 빠진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샹젤리제 거리를 행진했다. 그런데 이번엔 마크롱의 하야를 요구하는 과격 시위대가 거리를 장악했다. 이번 시위 물결이 ‘노란조끼’로 불리게 된 건 10월24일 남프랑스의 나르본 출신 정비사인 지슬랑 쿠타르가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시작됐다. 쿠타르는 11월17일 유류세 인상 항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며 노란조끼를 통해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차량에 모두 형광색 노란조끼를 비치하도록 했다. 이 동영상은 한 달 만에 500만 조회 수를 돌파하며 전국적인 지지를 받았다.

유류세 인상에 대한 분노에 더욱 불을 붙인 건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었다. 사태 초기 환경부 장관은 디젤차량을 전기자동차로 교체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기름값 한 푼을 걱정하는 서민들에게 1만 유로 상당의 전기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4000유로를 보조한다는 것은 정부가 시위대의 분노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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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정부=부자 정부’ 이미지 고착

올 한 해에만 프랑스에선 디젤유에 대한 세금이 23%나 올랐다. 가솔린도 17%가 뛰었다. 지난 정부에서도 유류세는 꾸준히 올랐지만, 이번 정부 들어 인상폭이 지나치게 커졌다. 마크롱 정부가 유류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에너지 전환정책 등 환경정책을 내세운 것 역시 패착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푸앙 보도에 따르면, 유류세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돈의 약 20%만이 에너지 전환정책에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란조끼 시위대가 뚜렷한 주체가 없다는 점도 시위 크기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전통적인 프랑스의 시위 문화는 주최 측과 관할 경시청이 시간과 동선을 협의해 진행하는데, 현재 노란조끼 시위는 뚜렷한 주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정권이 위기에 처하는 대규모 시위는 존재해 왔다. 시라크 대통령 당시 노동유연성을 위한 ‘최초고용계약법(CPE) 파동’으로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드빌팡 당시 총리가 낙마했다. 드빌팡의 낙마를 발판 삼아 당선된 사르코지 역시 파리 소요사태를 겪으며 반(反)사르코지 정서를 키웠다. 사르코지와 다를 거란 희망으로 들어선 올랑드 대통령도 상업용 트럭(3.5톤 이상)에 10%의 환경세를 부과하려다 역풍을 맞고 최악의 지지율인 3%로 임기를 마감했다. 그러나 이번 마크롱 정부가 직면한 위기는 집권 18개월 만에 찾아왔다는 것과 프랑스 국민 중 80%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사태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 뤽 페리 전 교육부 장관은 “이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시위대는 본 적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 국민들의 전폭적인 분노는 여러 가지 원인이 중첩되고 쌓여온 결과다. 단순한 유류세 인상으로 이 정도 불만이 쏟아지진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프랑스는 꾸준히 디젤차량을 권장해 왔다. 국민 기업인 푸조와 시트로엥의 주력 엔진도 디젤 모터다.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다다른 건, 11월 디젤유 가격이 가솔린을 추월한 게 기점이었다. 더구나 국민 다수가 마크롱 정부의 부자감세와 친기업적 행보를 탐탁지 않아 했던 터였다.


마크롱 지지율 연일 곤두박질

노란조끼 시위가 확산일로를 걷던 11월27일 마크롱은 에너지 전환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다시 한번 환경문제와 미래 세대를 위한 의무를 언급하며 “정부는 환경문제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모두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간곡한 연설에도 여론은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 국민 76%가 이날 대통령의 발표를 ‘미흡하다’고 평가한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3차 집회였던 12월1일, 샹젤리제와 개선문 주변은 오전 9시부터 화염에 휩싸였다. 극좌 및 극우 시위대가 개선문을 중심으로 공권력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다. 한편 샹젤리제 대로에 운집한 대다수의 노란조끼 시위대는 평화적인 시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들 또한 언론을 통해 정부를 향한 불만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68혁명을 경험한 한 시민은 “68 때도 이렇게 시작했다. 계속 이대로 대치한다면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다른 한 시민은 “그렇게 똑똑한 대통령이라면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불평등의 상징인 유류세 인상을 포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프랑스의 상징인 개선문까지 훼손되는 시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란조끼에 대한 지지도가 7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에 대해 ‘오만하다’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평가 역시 70%대에 이르렀다. 여론을 주시하던 정부도 입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마크롱 정부는 12월3일 심야 긴급 내각회의를 거친 후 이튿날 유류세 인상을 6개월간 유예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12월5일 유류세 인상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관건은 사태가 진정될 것이냐는 의문이다. 샹젤리제 시위 이틀 뒤였던 12월3일 새벽에는 사설 앰뷸런스 종사자들이 600여 대의 앰뷸런스 차량으로 콩코드 광장을 점거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학입시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로 파리에서만 20여 곳, 전국 100여 곳의 고등학교가 휴교하기도 했다. 68혁명 당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시위가 노란조끼를 넘어 확산일로로 접어든 것이다.

12월2일 폴란드의 키토비체에서는 프랑스에서 조인된 세계환경협약(COP24) 총회가 열렸다. 그러나 프랑스는 정작 이번 시위로 불참했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촉발시킨 유류세 논란으로 인해 환경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보도전문 채널 BFM의 정치평론가 브뤼노 조디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대통령이 이제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우파의 프랑수아 바이루 전 법무장관도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서는 통치할 수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인 이폽의 12월5일 발표에 따르면, 마크롱의 지지율은 23%까지 내려앉아 최저치를 연신 갈아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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