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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의 ‘어이없는’ 추락···‘시민운동 대부’ 빛을 잃다

‘점입가경’, 4억 뜯긴 윤 前시장, ‘가짜 권양숙’ 자녀 취업까지 알선?

광주 = 정성환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4(Tue) 19: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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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들은 시민운동가 출신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광주의 위신을 더 이상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윤 전 시장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모(49)씨에게 거금을 뜯긴 사실이 밝혀질 때만해도 그가 순수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한 윤 전 시장이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김씨의 자녀 취업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광주시민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의 성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양반이 어쩌다 그 지경까지 몰렸는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주변의 온정적인 반응과 달리 검찰과 경찰의 입장은 단호하다. 일부 시민들은 ‘어이없다’며 허탈해 하고, 지역 시민단체도 사과와 이실직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 전 시장이 한때 150만 광주시민을 대표했던 시장이 당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되고 피의자로 전락하면서 속절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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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권양숙에게 돈과 일자리 내준’ 윤장현 前 시장, 피의자 전환 신세

 

당초 보이스피싱 사기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졌던 윤 전 시장은 검경 수사 과정에서 사기범 자녀들의 채용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12월 4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이 재임 시절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광주 사립중학교에 김씨의 자녀들을 채용해달라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문제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광주 모 중학교를 압수수색해 입사지원서 등 채용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해 분석을 마치고, 윤 전 시장이 출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간절한 호소에 윤 전 시장이 또 한 번 속아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권력을 부적절하게 행사하는 것은 범법행위인 만큼 그 부분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 전 시장은 해당 지방공기업에 김씨의 아들에 대한 채용 지시를 하면서 “도와줘야 될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이 과정에서 지방공기업에 조씨를 정규직으로 뽑으라고 했으나 채용 비리를 우려한 지방공기업 측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경찰은 또 현재 광주지역 한 사립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인 김씨 딸의 채용 과정에도 윤 전 시장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했다. 김씨 아들인 조아무개씨는 7개월여 근무하다 지난 10월 그만뒀고, 김 씨 딸은 1년간의 계약이 끝나지 않아 지금도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를 전 대통령의 부인을 사칭해 윤 전 시장으로부터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 사이 4억5000만원을 갈취한 혐의(사기 등)로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씨와 그 가족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혐의까지 포착했다.

 

 

尹 지인들 “어쩌다​ 안타깝다”

 

사태를 지켜본 대다수 시민은 “시민단체 활동을 많이 한 윤 전 시장이 시장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존경받는 지역의 어른으로 남았을 텐데 참 안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인사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에 대한 애잔함을 윤 전 시장이 누구보다 더 깊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건드린 보이스피싱에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입장은 단호하다. 윤 전 시장이 4억5000만 원 가운데 3억5000만원은 은행대출로, 1억원은 지인에게서 빌려 마련한 사실을 파악한 경찰과 검찰은 정확한 자금 출처와 공천을 기대하고 송금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특히 윤 전 시장이 사기 당한 돈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을 앞두고 경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건넸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의 측근과 지인들이 공천과 관련해 “재선을 노리던 윤 전 시장이 컷오프 당하기 전까지도 신의 한 수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이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그의 근황에 관심이 쏠렸다. 광주지검 특수부와 전남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윤 전 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채용비리 등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로 출석을 요구하지만 윤 전 시장은 아직까지 출석 여부에 대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9일 남겨두고 있다. 

 

의학박사 출신인 윤 전 시장은 최근까지 네팔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네팔 다무와 마을에서 열린 ‘네팔 광주진료소 개소 2주년 기념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의료봉사단 일행은 모두가 귀국했는데도 혼자 남아 네팔에 머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이실직고하라“ 싸늘한 반응…광주·전남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지역 시민사회는 ‘어이없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인데 이어 그 돈의 출처와 대가성 여부에 의문을 키우고 있다. 참여자치21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 전 시장은 이번 사기사건의 전모, 자금 출처, 채용연루 의혹 등에 대해 광주시민에게 이실직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어 “임기 동안 인사·돈 관련 소문들이 끊이지 않았던 윤 전 시장이 한번도 만나지 않은 여성에게 거액을 보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면서 “이 여성의 자녀 채용비리 연루 의혹까지 불거져 단순한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광주와 전남이 이 사건을 빌미로 정치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 지금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광주와 전남을 비난하는 글들도 많이 보인다”면서 “전임 광주시장이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당하면서 광주와 전남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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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누구?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겸손함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시민운동가로 정평이 나있다. 광주출신인 윤 전 시장은 광주서중과 살레시오고를 거쳐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83년 중앙안과(현재 아이안과)를 개업해 인술을 펼치고 있는 안과의사 출신이다. 

 

그는 의료계보다는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을 지내는 등 시민운동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시민운동 대부’로 불릴 정도로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윤 전 시장은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아름다운가게 전국대표 등 소외계층에 눈높이를 맞추며 활동해왔다. 광주·전남 남북교류협력협의회 상임대표, 광주·전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광주·전남 6·15 공동준비위원회 상임대표 등 남북교류에도 남다른 공을 쏟았다. 5·18 광주정신의 세계화에 온 힘을 쏟으며 인권 운동가로도 국내외에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드러내고 과장하지 않는 성격으로 인해 광주시장 출마 전까지는 시민들에게는 그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지역에 대한 사랑은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가 부도났을 때 회생을 위해 뛰었던 그의 노력과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쏘울’ 1호차를 구입한 일화에서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올해 4월 작고한 95세의 아버지와 98세의 장모를 한 집에 모시고 봉양할 정도로 ‘효심’이 깊고 만나는 사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겸손한 자세로 대하는 태도도 지역에서 회자됐다.

 

윤 전 시장은 ‘안철수 신당’인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아 광주시장 후보가 됐다. 하지만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적 여론으로 선거 막판까지 고전했지만 ‘뒤집기’에 성공하며 민선6기 광주시정을 이끌게 됐다. 재임 기간 내내 친인척비리 등 숱한 인사농단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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