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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 콤플렉스

정두언 국회의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05(Wed) 14:00:00 | 1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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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회에서 ‘남이 질의하는데, 자꾸 야지 놓지 마라’는 발언이 문제가 되어 기사화된 일이 있었다. 야지는 일본 말인데, 일본 말을 공식 석상에서 버젓이 썼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방송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일본어를 쓰는 것은 일종의 ‘금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런 현상이 늘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우리가 평소에 영어 등 외래어를 자주 쓰는데, 다른 나라 말은 되고 일본 말은 안 된다니. 그 이유가 무엇이냐 말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SNS를 하다가 일본어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당구장을 하셨는데, 당구장 주인이 제일 싫어하는 게 비 오는 날 술 먹고 와서 맛세이 찍는 사람이라고 트윗을 했다. 당장 비난조의 댓글이 붙었다. 왜 일본 말을 쓰냐는 것이었다.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을 내 딴에는 앞서와 같은 논리로 반박을 했다가 연 이틀에 걸친 실랑이에 시달려야 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는데, 갑자기 제3자가 끼어들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은 어이 없이 끝이 났다. ‘맛세이는 일본 말이 아니라 프랑스 말입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우리는 왜 일본 말을 프랑스 말처럼 당당하게 외국어로 대접하지 못하는가. 이유는 뻔하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우리말 속에 일본 말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심코 일본 말을 쓰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게 맞는 말일까.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닌가. 일본 말을 있는 그대로 외국어로 인식하고 사용할 때야 비로소 식민시대를 극복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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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 일본문학과가 없다는 것도 같은 이치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다. 요즘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는 외국어가 중국어와 일본어인데, 대한민국의 대표 대학인 국립 서울대학에 일본문학과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식민시대의 앙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혹자는 일본이 진정으로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앙금이 풀리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일은 침략전쟁과 유대인 학살에 대해 진정으로 사죄했기에 피해 당사국들의 앙금이 풀린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독일은 사과하고 일본은 사과하지 않은 이유를 정면에서 날것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과는 내가 아쉽거나 상대방이 무서울 때 하는 것이다. 독일은 유대인들이 실질적으로 컨트롤한다는 미국이 아쉽고 무섭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그만큼 아쉽고 무서울 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다시 말해 진정한 사과를 받으려면 우리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면 일본의 태도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 베트남에 진정으로 사과를 한 적이 있는가. 베트남이 그만큼 아쉽고 무섭다면 우리도 진작 사과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베트남은 우리보다 현명하고 성숙한 듯하다. 미국과 우리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바라지도 않는다. 대신 유연한 자세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무릇 어느 나라든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우리와 같이 세계 4대 강국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더구나 지금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대국굴기를 꿈꾸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관계의 유지 내지 발전은 우리 국익을 수호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본과 계속 삐걱거리며 대립하는 것은 우리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의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반일이 아니라 극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해방 후 73년이면 이제 우리도 일본 말을 외국어로 인식할 때도 된 것 같다. 일본 말을 한다고 눈을 찌푸리는 일은 일본 콤플렉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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