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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소싱’ 모델 도입해 대박 낸 레고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잘만 활용하면 어떤 비즈니스 모델보다 강력해…레고·P&G 등 성공사례 주목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9(Thu) 11:00:00 | 1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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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중국 항공기가 평양에서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착륙했다고 다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그 비행기에는 북한 측 선발대가 타고 있으며 김정은의 안전을 위한 시범비행 성격이 짙다고 예측했고, 이 보도는 나중에 사실로 확인됐다. 이렇듯 정확한 실시간 정보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 정보의 발원지는 주변국 정보기관이 아닌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라는 비행정보 플랫폼이다. 스웨덴의 항공덕후(御宅) 두 명이 2006년 개설한 이 사이트의 비행 정보는 각국에 포진한 ‘항덕후’들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ADS-B 수신기를 보유한 항덕후들이 인근 상공의 항공기로부터 항법 데이터를 직접 받아 플라이트레이더24에 제공하는 구조인데, 우리나라에서도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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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곧 공급자가 되는 비즈니스 모델

앞서 언급한 플라이트레이더24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대중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답을 공개적으로 요청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소위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기반 모델이다.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이 모델은 이타적 노동성이 강해 과거에는 주로 정부나 비영리기관에서 주로 활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01년 자발적 참여자 클릭워커스(ClickWorkers)를 활용해 우주실험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유럽의 일부 일간지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매도와 탈세에 대한 조사를 크라우드 소싱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민간기업에서 혁신모델로 채택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2001년 젝 휴즈(Jack Hughes)가 설립한 미국의 ‘탑코더(Topcoder)’가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기업의 기술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를 토너먼트 식으로 개최한 뒤, 우승팀에 제안사가 리워드(reward)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받아 단기간에 고도화해 주는 ‘IT 팩토리’로 발전했다.

참여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뿐 아니라 데이터 과학자, 생물학자에 이르기까지 130만여 명이 넘는다. 이들이 문제 해결을 도운 고객으로는 하버드 메디컬스쿨, 런던 비즈니스스쿨 등도 있다. 최근에는 생물학(Biology) 과제에서 BLAST(DNA 염기배열을 비교하기 위한 논리체계)보다 정확하고 1000배 빠른 알고리즘을 개발해 관련 학계를 놀라게 했다.

기업이 직접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을 만들어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의 비디오게임회사 닌텐도(任天堂)는 아날로그 시대의 오타쿠들에게 아이디어를 받아 히트 게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인터넷 플랫폼 기반으로는 레고(LEGO)와 P&G의 사례가 단연 돋보인다.

덴마크의 장난감 기업 레고는 2007년 론칭한 ‘레고 아이디어스(LEGO Ideas)’ 플랫폼을 통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이용자 투표와 심사를 거쳐 상용화로 이어간다. 채택된 아이디어 제안자에게는 매출액의 1%를 리워드로 제공한다. 최근 판매를 개시한, 접어서 펼치면 블록으로 만들어지는 팝업북(Pop-up book)도 1만 명의 채택을 받아 상품화했다. 미국의 다국적 소비재 기업인 P&G도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C&D(Connect&Development)를 통해 신제품의 채용 비율을 35%까지 늘렸고, R&D 생산성은 60%까지 끌어올렸다.

이처럼 연구소나 기업은 인력채용으로 인한 장기간의 고정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기술이나 신제품 아이디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크라우드 소싱을 이용하고 있으며, 참여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도 협업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기술 숙련도를 높여가는 효과를 얻고 있다.

캐나다에서 2000년 설립된 아이스톡(iStock)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수백만 개의 사진이나 삽화, 클립 아트, 비디오 및 오디오 트랙을 사고팔 수 있는 사이트다. 구하기 힘든 사진이나 영상을 여기에서 구할 수 있다. 이 역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올려놓고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오픈마켓이다. 매달 50만 개 이상 업로드되는 콘텐츠들 중 0.22달러에서 10달러 정도면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크라우드 소싱의 진수를 보여주는 사례로 인릭스(INRIX)를 들 수 있다. 이 회사의 사명(Mission)인 ‘전 세계의 교통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서 보듯이 참여자의 차량을 통해 GPS 데이터, 기간별 교통 데이터, 주차 정보, 사고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마이닝(Mining)한 뒤 필요한 고객에게 재판매하는 기업이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교통방송을 연상하면 된다.


재가공 통해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

65개국 3억 대 이상의 차량 및 장치에서 교통에 미치는 변수 데이터를 수집해 인접 데이터와의 조합을 통해 산출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상 시장은 실로 다양하다. 교통 병목현상을 분석해 향후 도시의 구조변화와 확장방향을 필요로 하는 정부기관,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소매, 부동산, 보험사 등 다양한 기업에 데이터를 SaaS 혹은 DaaS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LA 운전자들은 매년 평균 102시간 이상을 길에서 낭비하고 있다. 교통정체로 인한 직간접 손실도 연간 192억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도 여기에서 나왔다. 인릭스를 미러링한 기업으로는 한국의 블루시그널이 있다.

크라우드 소싱 모델은 원시자료의 수와 참여자 아이디어의 질이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비즈니스 모델보다 강력한 미래형 혁신모델이 될 것이다. 크라우드 소서들이 공급자이자 소비자가 될 수도 있고, 재가공을 통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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