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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부동산 시장이 ‘들썩들썩’

[이영종의 평양인사이트] 아파트와 건물 거래가격 뛰고 일부선 투기현상도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8(Wed) 14:04:04 | 1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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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중심으로 북한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올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대미 유화 제스처로 인한 관계개선 기대감으로 아파트와 건물의 거래가격이 뛰고 일부에선 투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우리 관계 당국과 대북 전문가 그룹의 진단이다. 신흥 자본가인 돈주(錢主)들이 투자한 고급 아파트는 치열한 분양 경쟁률을 보인다. 추첨이나 채권입찰 형태의 서구식 분양까지도 공공연하게 나타난다. 국가 배정 형태의 건설사업이 축소되면서 개인이나 시행사를 통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등의 모습도 드러난다.

새로 지은 고급형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프리미엄(웃돈)’과 같은 거래가 생겨나고 부동산 중개수수료까지 챙기는 현상이 정착되고 있다는 얘기다. 평양의 프리미엄급 아파트나 별장형 단독주택은 ㎡당 8000달러에 육박한다는 전언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북·중 간 경협과 관계증진에 대한 파급효과를 노리는 분위기 때문에 신의주의 주택가격도 지방도시로는 이례적으로 급상승세를 보인다. 맞은편 중국 단둥과 비슷한 1만5000~2만 달러 수준까지 뛰었다는 것이다. 10만 달러는 북한 돈(암달러로 1달러당 8000원) 8억원에 해당한다. 주민 월 평균임금 3000원으로 환산하면 무려 2만2000년의 월급을 꼬박 모아야 하는 돈이다. 달러를 손에 쥘 수 없는 일반 주민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천문학적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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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주택가격도 이례적 급상승세

북한은 토지와 부동산에 대한 권리가 모두 국가에 귀속돼 있다. 북한 당국이 필요에 따라 주택이나 건물을 짓거나 보수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사용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입주하게 된다. “인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원만히 해결해 주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본성적 요구”(살림집법 2조)라는 규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용허가증 없이는 국가 소유 살림집을 쓸 수 없다”(도시경영법 11조)는 규정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주택을 소유하거나 사고파는 게 불법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주택에 대한 이용권이 비교적 장기간으로 발급된다는 점을 활용해 이를 거래 대상으로 매매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탈북 인사들의 전언이다. 부동산 거래는 곧 사용권의 매매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용 허가증의 이름을 아예 바꾸는 방식도 성행한다고 한다. 이런 일을 맡아서 처리해 주는 전문 대행업자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처럼 부동산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좋은 아파트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 건 장마당 경제의 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노동당이 배급과 통제를 통해 주택과 토지는 물론 주민들의 삶 전반을 통제했다면,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이를 상당 부분 시장에 맡겨 놓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란 얘기다.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시장을 거의 단속하지 않고 사실상 묵인하는 정책을 펼쳤다. 김정일 시기 200개 수준이던 장마당은 최근 50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는 게 국가정보원의 대북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다. 이런 시장을 무대로 유통과 상품판매에 뛰어들어 막대한 돈을 거머쥔 신흥자본가 그룹은 잉여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부터 펼쳐온 평양과 지방도시의 부동산 및 건설·건축 드라이브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평양 대동강변의 고층 아파트군 건설과 미래과학자거리 등 뉴타운 형태의 도심개발이 대표적이다. 핵과 미사일 관련 유공자와 과학자·교수 등에게 주기 위한 시혜성 개발 차원이었지만 최고급형 아파트와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대동강변에 들어서면서 거래와 투자의 대상이 됐다. 고위 탈북인사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한 한 공학교수의 경우 무려 3~4채의 집을 선물받았다고 한다”면서 “이를 돈주에게 팔아넘기거나 임대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방도시 쪽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집권 초 강원도 문천시에 마식령스키장을 건설했고, 최근에는 원산 갈마지구의 해양관광리조트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원산 해안관광리조트 건설을 지시한 김정은은 5월 건설현장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 생일인 내년 4월까지 완공을 독려했다. 이후에도 김정은은 수시로 현장을 찾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에서 건설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천년책임, 만년보증의 원칙에서 건설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백두산 지역인 삼지연군에도 새로운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등 지방거점 개발에 관심을 보여왔다.


김정은, 시장 단속하지 않고 사실상 묵인

최근에는 김정은이 신의주 개발계획을 보고받고 구체적인 건설 관련 지시를 내린 상황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조선중앙방송은 11월16일 보도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평안북도 안의 당, 행정 및 설계기관의 책임일꾼(고위 간부를 의미)들과 함께 신의주시 건설 총계획을 검토하시며 지도하셨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국가적인 지원 밑에 5개년 계획목표를 세우고 연차별, 단계별로 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신의주 건설사업이 “몇 해 안에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건설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려 한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신문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병력 30만 명을 건설사업 인력으로 전환할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적극적인 외교로 제재 해제가 예상돼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건설노동자 수요 급증에 대비해 전체 병력 120만 명 중 30만 명의 신분을 군 총참모부에서 인민무력성으로 전환해 건축과 토목 현장에 투입할 계획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해 온 우리 관련 업계와 전문가 그룹은 대북 진출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국내 건설·건축 업계에 대북 인프라 투자 등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4 선언에서 합의한 북한 철도·도로·항만 현대화에도 탄력이 붙으면 업계에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돈다. 대북제재 위반 여부로 주춤하던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사업에 미국이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1월20일 워싱턴에서 미국 측과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를 마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한 것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의 허들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의 엘리트 그룹과 돈주들 사이에서는 올해 안에 북·미 관계에 획기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초조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실행과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북한의 부동산 시장도 거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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