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논란’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결국 놓는다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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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공론화위원회 ‘건설 재개’ 권고안 즉시 수용 “내년 상반기 착공 최선”

‘건설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가시밭길을 걸어온 광주 도시철도 2호선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숙의 민주주의’로 불리는 시민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찬성’ 의견을 내놓으면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그동안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갈 지(之)자 행정’이 이어졌고, 백지화와 원안대로 추진 등 정책 판단에 따라 냉탕과 온탕도 번갈아 오갔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16년 만에, 시민들의 힘으로 논란을 끝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같은 공론화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결과론적으로는 소모적 논쟁과 오락가락 행정으로 ‘돌고 돌아, 결국 제 자리’라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1호선 지하철에서 나타난 대규모 적자와 낮은 탑승률 등은 광주시와 시민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주어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12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한 광주시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찬성 비율 78.6% ‘압도적’, 논란 마침표…대규모 적자·낮은 탑승률 등 숙제로 남아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시민참여단은 11월 10일 1박2일간의 합숙 종합토론 끝에 표결을 통해 ‘건설 찬성’을 결정했다. 광주시민 25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지난 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한 토론를 벌였다. 설문조사 결과 250명 중 243명이 참여해 191명(78.6%)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52명(21.4%)이었다. 2002년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이 승인·고시된 지 16년만, 지난 7월16일 시민모임이 공론화를 요구한 지 117일만의 결정이다. 광주시는 압도적으로 찬성의견이 나온 만큼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최영태 공론화추진위원장은 12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일시 중단 상태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재개할 것을 이용섭 시장에게 공식 권고했다. 최 위원장은 "시민참여단의 반대 의견에 유의하면서도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재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을 전달받은 이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에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저심도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또 “그동안 중단됐던 설계와 교통·환경 영향평가, 중앙정부 협의 등 행정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건설반대 측에서 제기했던 경제성, 안전성, 미래교통체계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 ‘안전·신속·친환경 명품도시철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6년 가시밭길’…시장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한때 백지화 등 ‘허송세월’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2002년 계획수립당시부터 논란을 빚어왔다. 2호선의 필요성, 건설방식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2014년 윤장현 광주시장의 취임직후, 도시철도2호선 추진에 대한 재검토 지시 이후 4개월 동안 논란을 벌인 뒤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지방선거기간 중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건설반대를 주장했고,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이 공론화 방식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논란이 이어졌다.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두고 광주시와 시민단체의 이견으로 한때 좌초 위기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17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했다.

 

공론화 과정에서도 찬반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치됐다. 현재 1호선 수송분담률은 지난해 기준 3.2%이다. 연간 적자보전액은 453억원. 건설반대 측 시민모임은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 1·2호선의 연간적자보전액이 1319억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연간 730억원 정도가 예상된다고 반박하며, 교통복지와 1·2호선의 복합상승효과 등을 주장했다. 교통체계와 관련해선, 노면전차(트램)와 간선급행체계(BRT)의 도입과 비용문제 등을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숙의 결과,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온 데는 2호선 건설을 중단하더라도, 그 대안이 확실치 않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현재 운영 중인 도시철도 1호선을 없앨 수는 없는 만큼, 순환 노선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은 광주시청∼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으로 이어지는 41.9㎞의 순환선이다. 광신대교와 첨단대교, 북구 양산지구~첨단지구 등을 제외한 전구간은 저심도 경전철 방식으로 건설한다. 오는 2023년까지 1단계 17.06㎞, 2024년까지 2단계 20.00㎞, 2025년까지 3단계 4.84㎞를 건설할 예정이다. 기본설계 기준으로 국비 1조2347억원(60%), 시비 8232억원(40%) 등 총사업비는 2조579억원이 투입된다. 

 

광주시는 곧바로 중단된 1단계와 2단계의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1단계는 실시설계용역이 83%까지 진행됐다. 2단계는 지난 3월 시작한 기본·실시설계용역이 10%까지 진행된 상태다. 시는 용역을 신속히 마무리해 2019년 상반기 1단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교통영향평가, 사업계획승인 신청, 차량시스템 설계 등 행정절차도 신속하게 추진해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단계는 차량기지∼시청∼상무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조선대∼광주역을 잇는 17.06㎞ 구간이다. 올해 1호선 1구간에 대한 착공에 앞서 논란이 제기되자 중지된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건설 추진으로 결정되면서 반대 의견이 많아 사업이 무산됐다면 그동안 상당 부분 진행한 행정절차, 설계용역 등에 투입된 예산과 확보한 수천억원의 국비 등이 백지화되는 부담도 덜게 됐다. 특히 그동안 시장이 바뀔 때마다 건설 여부와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을 거듭해 오던 지하철 2호선 건설 문제에 대해 시민의 힘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1일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찬성’ 결과가 나온데 대해 “16년간의 논쟁에 진정한 마침표를 찍고 광주 협치행정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었다”며 “또 하나의 생활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찬반 공론화 시민참여단·​공론화추진위원회 권고안 제출문

최영태 위원장, 최종권고안 이용섭 시장에 전달…“반대 의견 유의, 재정부담 최소화해야”

 

하지만 2조원대 예산이 투입될 2호선 건설을 두고 오락가락하다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동안 허비한 시간과 비용, 행정력 낭비에 대한 책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이미 착공한 사업을 민선 7기가 뒤집고 공론화에 회부해 행정의 신뢰성을 깼다는 비판도 적잖다. 오랜 논의 끝에 겨우 착공하기로 했던 사업을 대표성에 의심을 받은 일부 단체의 반대 때문에 뒤집고 이를 다시 논의한 것 자체가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깼다는 것이다. 탁영환 한국정책연구원장은 “시의 중요 정책결정은 시장 책임 하에 결정함으로써 책임행정이 구현돼야 한다”며 “앞으로 시민 뒤에 숨는 행정은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대 측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동안 반대 측은 공론화 자체가 공정성이 훼손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찬성으로 결론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불복하겠다는 의견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만성 적자와 낮은 탑승률 등 1호선의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공론화위원회가 이날 권고안을 광주시에 전달하면서 건설비용과 운영적자 등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것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영태 광주 도시철도2호선 공론화위원장은 “건설비용과 운영적자 등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하고 건설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통해 안전한 지하철, 시민의 부담이 덜한 지하철을 건설해주기 바란다”며 “반대 시민중 중 73.1%가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적자 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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