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투톱 동시 교체…청와대, 정말 뒤로 빠질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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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실세' 정책실장·'조율형' 부총리 선택하며 "부총리가 원톱"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청와대 정책실장·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동시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새로운 정책실장은 대통령 최측근이자 실세고, 부총리는 '조율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책실장과 부총리 '투톱'으로 추진했던 경제정책을 이제 부총리 책임하에 두는 '원톱' 체제로 간다고 공언했다.

       

지난 5월25일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오른쪽)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장하성·김동연 동시 퇴진…사실상 '문책성' 인사

문재인 대통령은 11월9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동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득주도성장(장 실장)과 혁신성장(김 부총리)을 책임지며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상징으로 통했던 두 사람이다. 경제 위기 속 숱한 퇴진 압박에도 자리를 지켰던 이들은 결국 1년6개월 만에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지난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국정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평가받은 가장 큰 부분은 경제·민생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고용 쇼크, 소득 양극화 지표 심화,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이 경제 투톱을 압박했다. 또 각각 학자(장 실장)와 관료(김 부총리) 출신인 두 사령탑은 경제정책을 놓고 잇단 엇박자를 노출해 왔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이 부담을 무릅쓰고 두 사람의 동시 교체와, 이를 발판으로 한 쇄신을 다짐하게 된 계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장 실장 후임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임명하고, 김 부총리 후임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아울러 새 국무조정실장에는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청와대 사회수석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포용사회분과위원장 겸 미래정책연구단장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각각 발탁됐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가 야전사령탑으로서 경제를 총괄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 수석을 정책실장으로 기용한 데 대해선 "김 실장은 (문 대통령이 주창한)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포용국가의) 실행을 위해서 (김 실장이) 홍 후보자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는 경제정책이 투톱이 아닌 원톱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투톱간 갈등 없는 '부총리 주도 경제' 정말 실현될까

경북 영덕 출신인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도시공학 석사와 환경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뒤 서울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2005년 국민경제비서관 재직 때는 '8·31 부동산종합대책' 수립을 실무적으로 이끌고,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사회 분야에서 풍부한 국정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정책 마련을 도왔고, 2017년 대선 당시엔 선거캠프의 정책특보로서 도시재생 정책 등을 맡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정책실 산하에 신설된 사회수석으로 임명돼 보건복지, 주택도시, 교육문화, 환경, 여성가족 등 사회정책 전반에서 대통령을 정책적으로 보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강원 춘천 출신으로, 춘천고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영국 샐포드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그는 공직 생활 대부분을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예산청·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 등 예산·기획·재정 담당 경제부처에서 했다. 경제관료 시절 재정·예산 분야 전문가로 손꼽혔다. 홍 후보자가 2016년 초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으로 임명됐을 때 부처 안팎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으나, 미래부에서도 창조경제·연구개발·과학기술전략·미래인재 정책 업무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고 평가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는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중용됐다. 국정 전반에 두루 능통하고 인품도 온화해 청와대의 부총리 교체 부담을 최대한 덜어줄 적임자라는 평이다.

정책실장에게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은 일단 청와대의 이날 '부총리 원톱' 발표로 묻혔다. 하지만, 향후 경제정책 운영이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많다.

앞서 홍 후보자의 경우 전면에 나서 상황을 주도하기보다, 정책·실무적으로 청와대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 후보자가 관료 시절 거시경제 컨트롤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른바 '그립'(조직 장악력)이 센 김동연 부총리가 장하성 전 실장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것을 지켜봐 온 청와대가 일부러 '조율형' 부총리를 선택했다는 추론이다. 김 실장은 장 전 실장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문 대통령과 함께해온 측근 중의 측근이다.

한편, 일각에선 현재 초래된 경제 위기에 김 실장의 책임도 상당 부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건설중단, 대입제도 개편, 부동산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이슈들이 모두 청와대 사회수석 소관이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부동산에 관해선, '노무현 정부 때에 이어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폭등한 데 김 실장의 책임이 크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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