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불참해도, 자격 미달해도 합격…채용비리 ‘여전’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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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방경찰청, 채용비리 혐의로 함안군보건소장 구속영장 청구

지난해 1월 경남 함안군보건소는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면접에 불참한 A씨(53)를 뽑았다. 채용 당시 해외여행을 떠나 면접에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합격한 A씨의 친인척은 함안군 의원이었다. 

 

또 함안군보건소는 통합건강증진사업(방문 건강) 분야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해당 분야 경력이 없는 지원자를 합격시켰다. 당시 합격자의 경력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함안군은 최초 합격자를 탈락시키고 해당 분야 경력 소유자인 불합격자를 합격시키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와 함께 함안군보건소는 올해 18명의 무기 계약직을 공개 채용하면서 전 군의원 며느리와 조카, 군청 공무원 자녀와 배우자를 포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들 18명의 근무 기간은 2~8개월로, 다른 계약직 직원들의 근무 기간에 비해 짧아 특혜성 채용 문제가 드러났다.  

 

급기야 함안군보건소의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1월5일 전 함안군 보건소장 B씨(56)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간제 근로자 20여 명을 뽑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B씨에게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전·현직 함안군 의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B씨의 지시를 받고 채용 비리에 관여한 보건소 계장과 면접위원 등 7명도 입건됐다.

 

11월2일 출범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추진단 ⓒ 연합뉴스


채용 비리에 청년 박탈감 커져…정부, 3개월간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

 

이 같은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경남도에서 제출받은 ‘2017년 채용 비리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남무역·경남발전연구원 등 총 12개 경남지역 공공기관에서 40명이 채용 비리로 징계를 받았다. 

 

고용세습 의혹도 마찬가지로 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 1203명 중 임직원의 친인척이 3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강원랜드도 재직자 3713명 중 99명이 친인척 관계이며, 이 중 29명은 정규직 전환형 인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잇따른 채용 비리에 고용세습까지 겹치며 청년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11월5일 창원대학교 정문에서 만난 대학생 김아무개씨(22)는 “채용 비리는 대다수 청년에 대한 다른 형태의 갑질 행위”라며 “공정한 기회를 통해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아무개씨(21)도 “‘능력이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했던 정유라의 말이 떠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근절추진단을 출범시키고, 11월6일부터 3개월간 전국 14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 전반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인사·채용 비리 행위에 대한 신고도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 비리 전수조사에 호흡을 맞춰 특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대상은 인사청탁과 시험점수 및 면접 결과 조작, 승진·채용 관련 부당지시 및 향응·금품수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 특혜 등 인사·채용과정 전반에 걸친 부패 및 부정청탁 행위 등이다. 

 

정부는 접수된 신고에 대해 신속한 사실 확인을 거쳐 감사원·대검찰청·경찰청에 감사·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필요시 해당 부처에 송부해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계부처와 공조해 처리할 방침이다. 특히 추후 신고로 채용 비리가 밝혀지는 등 공익 기여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고자에게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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