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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적폐청산의 사각지대

정두언 국회의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7(Wed) 17:00:00 | 1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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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국회의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국감의 초대형 이슈는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와 소위 고용세습 문제였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전반적인 감사원 감사와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개정으로 이어지면서 문제가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고용세습 문제는 처음 비리가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만 결정됐을 뿐 후속 조치는 논의만 무성하다.

고용세습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예를 보면, 전 직원 1만7084명 가운데 친인척 직원이 1912명으로 나왔다. 11.2%면 열 명당 한 명꼴이다. 오랜 기간 누적돼 온 결과라는 뜻이다. 그리고 고용세습 문제는 일부 몇몇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시작된 고용세습적 채용비리는 각 상임위의 국정감사를 통해 전국의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에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주로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산하의 대기업 등에서는 아예 노사 간 단체협약에 ‘자녀 1명의 경우 동일한 조건에서 우선 채용’이라는 조항을 명시해 고용세습을 노골적으로 관행화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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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문제가 왜 이제야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는가. 사회적인 맥락에서 볼 때, 소위 ‘일자리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역으로 고용환경,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악화되면서 그동안 잠재돼 온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분출됐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개별 기업의 내부적인 맥락에서 볼 때, 관련 기업의 임직원과 노조의 합작품이라는, 즉 노사의 공모관계라는 짙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 전 분야에서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후의 성역이어야 할 사법부까지 소위 ‘사법농단’이라는 이름으로 적폐청산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적폐청산의 유일한 사각지대, 즉 성역이 아직도 있다. 곧 노동조합이다.

왜 그런가. 현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이 노동조합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조의 조직률은 전체 노동자의 10% 정도다. 이런 노조도 대부분 민노총과 한노총이 주도하고 있다. 양대 노총 산하 노조의 다수를 차지하는 대기업 노조는 조합원들의 평균소득이 우리나라 국민소득 상위 10% 안팎을 차지하며 소위 ‘귀족노조’라 불린다. 이러한 귀족노조가 여당의 핵심 지지층으로서 여당의 당 내외 각종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의 선진 각국에서는 노동의 유연성 강화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노동개혁이 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네덜란드·독일·스페인 등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이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친(親)노조적인 사민당 정권에서 과감한 노동개혁을 단행해 지금과 같은 독일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도 인기 하락을 감수하고 노동개혁과 씨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동개혁이라는 이름 넉자를 들어본 적이 없다.

모든 조직도 생물과 같이 흥망성쇠가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노동조합 역사를 보면 생성기, 발전기, 극성기, 후퇴기가 있다. 미국의 경우 노조의 극성기는 1950년대였다. 이때 미국의 노조들은 부패할 대로 부패해 ‘데이브 베크’ ‘지미 호퍼’ 등 전설적인 악당들이 노조를 쥐락펴락하면서 미국 산업을 농단하고 있었다. 여기에 메스를 가한 칼잡이는 반(反)노조 당인 공화당이 아니라 친(親)노조 당인 민주당이었다. 훗날 케네디 행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대통령 후보가 됐다가 피살된 로버트 케네디가 그 주역 중 주역이다. 그는 《내부의 적》이라는 저서에서 국가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에 의해 무너진다는 소신을 펼치며 노조를 개혁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작금의 고용세습 파동은 우리나라에서 노동개혁이 시급하다는 신호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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