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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우파 대항마 녹색당

바이에른·헤센州 기민련·사민당 참패 혐오 정치에 인도주의로 맞선 녹색당

강성운 독일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8(Thu) 08:00:00 | 1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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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독일에서 치러진 두 차례의 지방선거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0월14일에는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에서, 2주 뒤인 28일에는 중서부 헤센주에서 지방의회 선거가 열렸다. 28일 저녁 개표 방송을 본 사람들은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기독민주연합(CDU·기민련)과 사회민주당(SPD·사민당) 만찬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한 분위기인 반면, 녹색당 만찬장은 환호와 박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마치 2주 전 바이에른주 지방선거 자료화면을 그대로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익숙한 장면들이었다.

두 지방선거는 하나의 뚜렷한 흐름을 보여줬다. 바로 독일 연방정부의 여당인 기민련(바이에른주에서는 기독사회연합(CSU·기사연))과 사민당의 충격적인 참패, 그리고 극우파 독일대안당(AfD)의 의회 입성과 녹색당의 대약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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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련·사민당, 난민 내분으로 표심 흩어져

기민련을 비롯해 바이에른주의 자매 정당 기사연·사민당은 모두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치명타를 입었다. 바이에른주에서는 기사연이 37.2%, 사민당이 9.7%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해 ‘양대 대중 정당’이라는 칭호가 무색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2013년 지방선거보다 각각 10%가량 줄어든 수치다. 특히 사민당은 녹색당, 무소속, 독일대안당에 이어 5위에 그치는 충격적인 참패를 기록했다. 헤센주에서도 두 정당은 27%와 19.8%의 득표율을 기록해 2013년에 비해 각각 11% 정도 줄어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두 대중 정당은 연방정부에서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내분으로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잃었다. 독일 신문의 정치면은 지난여름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대표와 호어스트 제호퍼 기사연 대표 간의 갈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각각 독일 연방 총리와 내무부 장관직을 맡고 있는 두 거물 간 갈등은 당내뿐 아니라 기민련과 기사연, 사민당이 참여하는 연방 연합정부 자체의 위기로 커졌다.

메르켈 총리와 제호퍼 장관의 갈등은 지난여름 이른바 ‘추방 센터’ 설치를 두고 정점에 이르렀다. 제호퍼는 그동안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 “난민이 모든 정치적 문제의 어머니”라며 공공연히 이슬람 혐오주의를 내비쳤다. 반면 메르켈은 난민에 대한 포용 정책은 포기했지만, 독일의 우경화를 우려해 유럽 국가 간의 협력을 통한 난민 관리 시스템 개선을 주장해 왔다. 올해 초 제호퍼는 독일 국경 지대에 난민을 심사해 즉각 추방시키는 추방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방센터는 난민 신청자가 적법한 변호를 받지 못하고 관청의 결정까지 무기한 수용돼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르켈이 난색을 표하자, 그는 내무부 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메르켈은 결국 지난 7월 다른 EU 국가들과 합의해 이와 비슷한 기관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제호퍼는 가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메르켈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독일대안당이 난민 혐오 선동으로 세를 키우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유권자는 독일대안당을, 제호퍼의 ‘변화’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다른 정당을 찍음으로써 제호퍼의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한편 사민당은 2005년과 2013년, 2017년 총선 이후 기민련-기사연과 연합정부를 구성해 정권에 참여한 것이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도좌파 성향인 사민당이 보수 성향인 기민련이 주도하는 정부에 참여하면서 노동, 사회보장제도 등 핵심 정책을 빼앗겼고, 메르켈의 존재감에 가려져 대중적으로 아무 특성과 인물이 없는 정당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2017년 총선 당시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대표는 “대연정은 다시 없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당의 풀뿌리 지지층과 산하 청년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르켈과 손을 잡아 지지층을 실망시켰다. 더구나 제호퍼와 메르켈이 난민 정책을 두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사민당은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한 채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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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2021년 정계 은퇴 선언

10월 지방선거의 가장 큰 이변은 녹색당의 대약진이다. 녹색당은 바이에른주에서 17.5%, 헤센주에서 19.8%를 기록하며 기사연에 이어 제2당이 됐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각각 8.9%와 8.7% 상승한 수치로, 녹색당은 각 지역에서 4년 만에 지지율을 거의 두 배로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독일 언론은 녹색당이 선전(善戰)한 원인이 “확고한 정치적 스탠스”에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공영방송사 WDR의 라디오 시사평론 프로그램은 “녹색당은 분명한 태도로 인간성과 인권을 대변해 약진했다”고 분석했다. 진보 성향의 일간지인 ‘타게스 슈피겔’ 역시 선거 전 녹색당에 대해 “자유로운 사회, 인도주의적인 난민 정책, 친(親)유럽 지향을 뚜렷이 표방하고 있다”며, 특히 난민 문제에 있어 유일하게 당 전체가 이견 없이 신념을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헤센주 유권자들은 녹색당의 소신 있고 일관된 정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81%가 “녹색당이 열려 있고 관용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녹색당이 연방정부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항목에도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평균 70%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즉, 녹색당은 좌우를 막론하고 유권자에게 안심하고 찍을 수 있는 정당이라는 신뢰를 준 것이다.

녹색당이 대변하는 이러한 가치들은 극우파인 독일대안당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녹색당을 독일대안당의 대항마로 보고 뽑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스사이트 ‘슈피겔 온라인’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 헤센주 지방선거에서 기민련과 사민당을 뽑은 유권자 중 각 10만 명과 13만2000여 명이 녹색당에 표를 줬다. 전통적인 대중 정당의 지지자들도 독일대안당을 막기 위해선 녹색당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10월29일 기민련의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단계적으로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회의를 앞두고 당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메르켈은 오는 12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총리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이후엔 어떠한 관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의 결단으로 제호퍼 장관도 압박을 받게 됐다. 독일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이러한 흐름이 내년도 유럽 의회 선거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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