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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바꾼 마오의 한 수 '미국과의 화해'

마오쩌둥의 성공과 실패(3)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6(Tue) 17:00:00 | 1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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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10월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는 대통령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리처드 닉슨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베트남 전쟁 이후의 아시아(Asia after Viet Nam)’. 닉슨은 이 글에서 미국이 베트남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아시아 전략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 이상 중국을 국제사회의 바깥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더 이상 그들의 광적 분위기를 조장해서는 안 되고, 그들의 원한을 키워서도 안 되며, 그들이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는 것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이 조그만 별 위에서 10억의 인구를 분노의 고립 상태에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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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민 닉슨, 화답한 마오

마오가 어떤 경로로 포린 어페어즈에 실린 닉슨의 글을 발견해서 읽어보게 됐는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마오의 영어 독해 능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의 마오 전문 학자 로스 테릴이 쓴 마오 전기에 따르면, 마오는 17세 때 고향 샹탄(湘潭)을 떠나 신식 학당을 다녔는데, 거기서 외국 유학파 교사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마오는 1970년 미국 기자 에드가 스노우와 인터뷰하면서 자신이 국민당을 대상으로 걸었던 ‘전면내전(全面內戰)’을 영어로 “올 라운드 시빌 워(all round civil wa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73년 닉슨의 외교고문 헨리 키신저와 만나 대화하면서 키신저가 “주석께서 만들어낸 영어 단어가 있는데”라고 하자 “그렇지, 내가 만든 영어 단어는 페이퍼 타이거(Paper Tiger·종이 호랑이)라는 게 있지”라면서 크게 웃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마오는 외교실무를 총지휘하고 있던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포린 어페어즈에 실린 닉슨의 글을 읽어보라고 했고, 마오의 뜻을 알아차린 저우언라이는 외교부에 “앞으로 미국의 중국 정책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중국 측 기록들은 전하고 있다. 저우언라이는 또 마오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1968년 11월25일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중국과 미국 대사 채널을 통한 접촉 재개를 제의했다고 중국 외교기록들은 전하고 있다.

마오의 희망대로 미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1969년 1월 제37대 미 대통령 취임 연설을 통해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열 것임을 시사했다.

“모든 국가들은 미 행정부가 모든 대화 채널을 열어놓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세계를 추구할 것입니다. 모든 사상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놓을 것이며, 모든 인적·물적 교류의 문을 열어놓을 것입니다. 어느 민족이건 그 인구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분노의 고독 상태에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마오의 의중을 읽고 있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969년 1월28일 닉슨의 취임 연설을 옮겨 실으면서 “닉슨은 우리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분노의 고독 속에서 살고 있었다고 표현했는데, 그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논평을 게재했다.

닉슨이 포린 어페어즈를 통해 연꽃을 들어 보이고, 마오가 미소를 지음으로써 시작된 미ㆍ중 화해는 1971년 7월9일 키신저와 저우언라이의 세기의 비밀회담으로 현실화된다. 키신저는 파키스탄을 방문하던 중 배탈이 났다는 이유로 사흘간 잠적한 뒤 극비리에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중국 총리와 세기의 대화를 하게 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과 1950년 한국전쟁 이래 마오가 추구하던 외교 전략은 ‘소련 일변도’ 전략과 ‘초영간미(19세기 세계 최강 영국을 넘어서고, 20세기 세계 최강 미국과 한판 붙는다)’ 전략이었다. 그러나 소련과 사회주의 국가 종주국 문제와 이념 문제로 불화가 시작된 중ㆍ소 관계는 닉슨이 취임한 직후인 1969년 3월2일 중·소 국경 우수리강 유역의 진보도(珍寶島ㆍ러시아명 다만스키)에서 무력충돌이 빚어짐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미국과 소련이 지배하고 있던 양극화 국제사회를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량의 ‘천하 3분론’을 원용해서 3극화(Tripolar) 세계로 만들려는 꿈을 갖고 있던 마오는 닉슨의 미국을 이용해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닉슨은 닉슨대로 영어판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해 소련 견제 전략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세기의 담판, 세기의 화해

미국과 중국의 두 정치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이 세기의 악수를 나누고 마주 앉아 대화를 한 것은 1972년 2월이었다. 장소는 중국 최고 권력자들의 집단 거주지 중난하이(中南海)에 있던 마오의 서재 풍택원(豊澤園). 당시 마오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닉슨 도착 9일 전에 심장발작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마오와 닉슨의 대화는 오후 2시50분부터 3시55분까지 1시간 남짓 이어졌다. 마오와 닉슨이 주고받은 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렇다.

“소련은 왜 귀국과의 변경지대에 유럽과 국경지대에 배치해 놓은 병력보다 많은 병력을 배치해 두고 있습니까. 일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일본을 중립적이고 무방위 상태에 두는 것은 어떻습니까. (중략) 내가 지금 말하는 것들은 철학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국제관계에서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진공 상태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우언라이 총리도 말했지만, 미국도 손을 뻗치고, 소련도 손을 뻗치는데 문제는 어느 쪽이 더 위험하냐는 것입니다. 미국의 침략이 더 위험하냐, 소련의 침략이 더 위험하냐, 이 점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닉슨)

“미국이 중국을 침략하는 문제보다는, 중국이 미국을 침략하는 문제가 비교적 작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두 나라 사이에는 현재 다퉈야 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요. (중략) 우리 양국 간의 사이는 현재 기괴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22년간 내내 대화가 없었지요. 현재 우리는 탁구를 시작한 지도 10개월이 안 됩니다. 바르샤바를 통한 대화채널을 연 것도 2년이 채 안 됩니다.”(마오)

그렇게 시작한 마오와 닉슨의 대화는 2월28일 상하이 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마오가 1976년 사망한 뒤에도 이어져 1978년 12월의 양국 수교 공동선언으로 발전해 1979년 1월1일 덩샤오핑(鄧小平)의 중국과 미국은 수교를 하게 된다. 1958년 대약진운동과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된 문화혁명이라는 악수(惡手)를 연속해서 두던 마오는 세상을 떠나기 9년 전 회심의 한 수라 할 수 있는 미국과의 화해라는 묘수를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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