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 ‘4차 산업혁명 특별시’ 다운 행사였나?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6 11: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년보다 빈약한 프로그램…4차 산업혁명 기술은 어디로?

 

과학도시·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표방하는 대전시의 대표적 과학축제인 ‘2018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이 지난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엑스포시민광장·무역전시관 ·대전컨벤션센터 등에서 개최됐다.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은 2000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다. 20개가 넘는 국가출연연구원을 포함해 40개가 넘는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엑스포 과학공원’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해 왔다. 과학창의재단에서 개최하는 ‘대한민국과학창의 축전’과 함께 국내 대표적 과학행사로 꼽힌다.

 

사이언스페스티벌 주제전시관. ⓒ시사저널 김상현

 

 

올해는 특히 민선 7기를 맞이해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표방하면서 사이언스페스티벌을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2018년 행사 결산 결과 보고서에는 사이언스페스티벌​이 과학도시 이미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 방문객들의 평가는 다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보여준 것도 없고 식상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난해 행사 결과 보고회에서는 2018년 행사에는 △행사기간 변경 △트램 홍보 △출연연 오프닝 데이 △특구 연구소 연계 투어 프로그램 △대학생 취업정보 △과학 관련 도서 전시·판매, 관람객 분산계획 마련 △SNS·학생기자단 등을 활용한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행사기간 변경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역시 예년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행사장 근처에나 와야 가로수 광고물이 보였고, 신경 써서 검색하지 않는 이상 행사 정보를 쉽게 알기 어려웠다. 누가 봐도 홍보 부족이다. 과학과는 관련 없는 푸드트럭이 20대 넘게 배치돼 관람객의 먹거리는 제공했다. 푸드트럭 또한 지난해 개선 지적 사항 중 하나였다.

 

가장 중요한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든 느낌이다. 지난해에는 표면적으로나마 대기업의 참여가 있었으나 올해는 그마저 없어졌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에 대한 전시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중소업체 몇 곳에서 VR, AR, 드론, 3D 프린터를 들고 나와 홍보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VR과 AR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VR 게임장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기술 원리에 대한 설명보다는 단순 체험에만 그쳤다. 한 중소기업이 VR을 이용한 바이오 교육 프로그램을 들고 나와 체면치레는 했다. 드론 역시 중소기업의 작은 제품을 실내에서 체험하거나 구경하는 데 그쳐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 모습은 아니었다. 

 

주제전시관 대부분을 출연(연)에서 맡아 운영하는 것은 예년과 다를 바 없었다. 예년에 비해 참여 기관이 많이 줄었다. 전시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인 ICT를 대표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행사에 불참한 것도 아쉬웠다. 현장에서 만나 본 출연연 관계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행사에 대해 큰 애정을 보이지 않았음을 알수 있었다. 가능하면 불참을 원하는 기관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말이다. 차라리 매년 열리고 있는 ‘출연(연) 과학기술한마당’을 가는 것이 이 기관들의 제대로 된 연구성과를 볼 수 있는 기회다. 대전시와 출연연 간의 협력이 쌍방간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출연연들이 행사에 소홀하면 과연 얼마만큼의 볼거리를 제공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행히 관람객은 많았다. 주제전시관 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체험장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 ‘제9회 대전영재페스티벌’과 연계해 대전시내 초중고의 과학동아리들이 관람객에게 과학 체험을 제공했다. 이 체험이 학교의 ‘현장 학습’으로 인정돼 학교를 통한 모객이 수월했다는 느낌이다. 체험 프로그램에 사람이 몰리면서 주인공이 돼야 할 주제전시관은 뒷전으로 밀리는 느낌이었다. 영재페스티벌만 가지고도 비슷한 수의 관람객을 유인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의견일 정도다.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타이틀로 내세운 10대 기술관. 누가봐도 빈약할 따름인 전시물이다. ⓒ시사저널 김상현


이번 행사는 민선 7기 출범후 처음 진행하는 만큼 대전시의 간섭이 심했던 모양이다. 행사가 한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세부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업체 섭외 등이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행사에 참여한 한 업체는 행사 시작 2주 전에서야 참석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전마케팅공사 관계자는 “예년과는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협의 시간을 오래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는 씁쓸하다.

 

사이언스페스티벌은 대전시에서 대전국제와인페어와 비슷한 예산으로 운영한다. 와인페어는 매년 "대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와인 축제를 왜 하느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 행사 결과 보고회에서 뭐라도 만들어보기 위해 대전에 대형 와인 창고를 만들고 세계 와인 유통의 중심지로 대전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냈다고 한다. 억지로 행사의 당위성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는 말로 해석된다.

 

반면 사이언스페스티벌의 주 종목인 과학은 이미 1970년대부터 대전시의 주력 콘텐츠였다. 말로만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구현하겠다며 소문만 낼 것이 아니라 진정한 대전시의 주력 콘텐츠가 무엇인지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엑스포 과학공원도 새롭게 변신을 하고 있다. 출연(연)들은 기관의 주요 시설을 타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은 여전히 과학도시를 강조한다. 과학도시라는 닉네임이 실제로 대전시민 다수가 얼마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끼는지 실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시는 내년에도 사이언스페스티벌을 개최 할 것이다. 그러면 20회째가 된다.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