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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픽업] 들쑥날쑥 ‘심신미약 감형’에 들끓는 민심

“1000원 안 돌려줘” 칼부림한 ‘PC방 살인’ 피의자에 100만 명 분노

조문희 기자 ㅣ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3(Tue) 16: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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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타투하고 안경 쓴 손님.”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피의자 김성수(29)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김씨의 모습은 그와 정확히 같았습니다. 그가 밝힌 범행 동기는 “게임비 1000원을 돌려주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1. 김성수 잔혹함에 100만 명 분노

그가 저지른 범행이 너무나 참혹해서일까요.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신상까지 공개된 그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입니다. 김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한 청와대 청원은 100만 동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 어느 청원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는, 그가 ‘심신미약’을 주장해서입니다. 심신이 미약하다는 게 받아들여지면 처벌의 수위가 통상 기대하는 것보다 낮아지는데요. 김성수는 우울증을 호소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불친절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김성수가, 어쩌면 감형 받을 수 있는 상황인 거죠.



2. 3년간 ‘심신미약’ 주장 1500여 건, 인정 300여 건

이 사건 말고도, 판결문에는 심신미약이 자주 등장합니다. 통계를 보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1심에서 피고인 측이 심신장애를 주장한 사례는 1597건입니다. 대법원 코트넷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입니다. 이는 2018 《한국심리학회지 : 법》 제 9권에 실린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실려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비율은 20% 내외입니다. 앞서 언급한 1597건 중에서 법원이 피고인의 손을 들어준 건 305건입니다. 19% 가량입니다. 어떤 질환이 이 숫자에 포함됐을까요?



3. 정신질환 인정, 조현병 42% 지적장애 15%

심신미약이 인정된 정신질환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조현병이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300여 건 중 조현병이 차지하는 비율은 42%였습니다. 다음으론 지적장애가 15%, 정동장애가 14%였습니다. 정동장애란, 기분이 너무 좋거나 우울한 증상을 말하는, 흔히 ‘조울증’으로 알려진 병입니다. 이외에도 알코올 의존증과 망상장애가 7%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생각보다 알코올 중독이 심신미약 판정을 받은 사례는 적었습니다. 2008년 미성년자를 납치해 성폭행하고도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게 받아들여져 15년을 복역하게 된 조두순 사건이 큰 지탄을 받아서일까요. 3년간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러 심신상실 판정을 받은 경우는 22건에 불과했습니다.



4. 감형, 공평하지 않아 vs 약자 보호 필요

이번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습니다. 법리학계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는데요. 박의우 전 건국대 법의학과 교수는 시사저널에 “심신미약 상태의 범행은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특히 주취감형에 대해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악용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의사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배척할 게 아니라 치료하고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 행위를 용서해선 안 된다”며 “심신미약과 범죄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조계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감형에 대한 국민 정서는 날로 나빠지는데, 법을 바꾸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영상 변호사는 “법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처벌 감형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할 조직을 둔다든지 해서 법을 보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앞선 논문에 방향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해당 논문을 저술한 경찰대학교 최이문 교수와 대구지방법원 이혜랑 판사는 “정신장애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법원 판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신장애 판단은 정신건강 전문가가 하되 법원과 긴밀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신의학자와 법원의 판결이 일치하는 비율이 93%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이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5. “사건 중계한 의사, 윤리 위반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불똥이 피해자를 담당한 의사에게도 튀었습니다. 피해자 담당의는 10월19일 자신의 SNS에 긴 글을 올리며 피해자의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워낙 자세하게 피해자의 상처를 묘사한 지라, 이번 사건이 커지는 데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의료계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해당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환자의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한 건 의료윤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윤리위원회가 가동될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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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7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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