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검사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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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재료연, 하이드로젤 이용한 새로운 검출 기술 개발

 

지난해 여름 살충제 달걀이 전국민의 식탁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정부가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에 대해 전수 조사한 결과 총 49곳에서 시중에 유통하면 안 되는 ‘살충제 달걀’을 발견했다. 당시 이 계란에서 닭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을 검출했다.

 

충격에서 벗어 난지 1년여 만에 국내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센서를 이용해 달걀 속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술폰(Fipronil sulfone)을 시료 전처리 없이 검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살충제 성분을 검출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 연구팀과 재료연구소 김동호 박사 공동 연구팀은 생체 시료에 들어있는 미량의 분자를 직접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센서는 전하를 띠는 하이드로젤 미세입자 내부에 금 나노입자 응집체를 캡슐화한 형태다. 이로써 생체 시료 내에 존재하는 분자를 직접 분석해야 하는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생체 시료 분석법은 실제 분석이 필요한 분자를 검출하기 위해 대형 장비를 이용한 시료 전처리 과정이 필수다. 그래서 시료의 신속한 현장 분석이 어렵고 결국 시간과 비용이 증가한다. 이러한 일이 먹거리와 연관 됐을 경우 비용과 시간은 소비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빠르고 저렴하게 달걀 속의 살충제 성분을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KAIST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검출법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료의 정제 과정 없이 분자를 직접 검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해답으로 하이드로젤에 주목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콘텍트렌즈나 기저귀의 흡수제 등이 대표적인 하이드로젤이다. 

 

하이드로젤은 친수성(親水性) 나노 그물 구조를 이루고 있다. 단백질처럼 크기가 큰 분자는 배제하고 작은 크기의 분자만 내부로 확산시킨다. 또한 하이드로젤이 전하를 띠는 경우 반대 전하를 띠고 있는 분자를 선택적으로 흡착시켜 농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리를 센서에 구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미세유체기술을 이용해 금 나노입자 응집체를 형성하는 동시에 전하를 띠는 하이드로젤 미세입자 안에 캡슐화 하는데 성공했다. 미세유체기술이란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좁은 미세유로에서 유체흐름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하이드로젤 미세 입자는 생체 시료에 도입돼 단백질로부터 금 나노입자 응집체를 보호하고, 동시에 반대 전하를 띠는 표적 분자를 응집체 표면에 선택적으로 농축시킨다. 이를 통해 표적 분자의 ‘분자 지문’이 단백질의 방해 없이 증대하고 시료의 전처리 과정 없이 빠르고 정확한 분자 검출이 가능해진다.

 

김신현 교수는 “새롭게 개발한 센서는 식품 내 살충제 성분 검출 뿐 아니라 혈액과 소변, 땀 등 인체 속 시료에 들어있는 약물, 마약 성분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의 직접 검출에도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연구소의 기관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글로벌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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