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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험하다

퍼거슨 감독 은퇴 후 5년째 부진…무리뉴도 경질되나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3(Sat) 16:00:00 |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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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이 뛰며 한때 국민클럽으로 불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여러 별칭 중 하나는 ‘제국’(Empire)이다.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누린 덕이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맨유는 절반인 13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1999년에는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리그와 FA컵에 이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석권하는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제국의 황제는 알렉스 퍼거슨 전(前) 감독이었다. 1986년 부임해 2013년 여름 은퇴하기까지 27년간 집권하며 오늘의 맨유를 완성했다. 강력한 위닝 멘털리티를 팀에 심은 그는, 스타가 된 데이비드 베컴의 얼굴에 축구화를 던질 정도의 철권통치로 선수단을 지배했다. 그의 헤어드라이어(라커룸에서 벌어지는 퍼거슨 감독의 불같은 분노를 빗댄 표현)를 맞은 전사들은 거짓말처럼 승부를 뒤집곤 했다. 퍼거슨 시대의 맨유가 세계 최고의 구단이었다는 평가를 부정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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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퍼거슨 감독이 떠난 뒤의 맨유다. 퍼거슨 감독이 지휘봉을 직접 물려주고 간 것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었다. 프리미어리그의 에버턴을 11년간 맡으며 강등권 팀을 경쟁력 있는 상위권 팀으로 리빌딩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에겐 스타들을 통솔할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맨유는 이미 다수의 스타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팀으로의 경쟁력은 있지만 선수 개개인의 자존감이 높지 않은 에버턴과는 달랐다. 부임 초기부터 라커룸에서 맨유 선수들이 신임 감독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웨인 루니와의 갈등이 컸다. 결국 모예스 감독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 했다.

네임 밸류가 높은 명장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한 맨유 수뇌부의 다음 선택은 루이 판 할이었다. 아약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을 이끈 그는 2014 FIFA 브라질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끌며 능력을 다시 증명한 터였다. 월드컵을 마치고 곧바로 사인을 하고 맨유에 합류한 그는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여름 이적 시장에 투입해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퍼거슨 감독 시절 여름 이적 시장에 쓴 평균 자금이 6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투자였다.


5년째 부진, 적신호 켜진 맨유의 미래

그러나 또 한 번의 실패가 맨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비 불안 속에 기복 심한 경기력을 보이며 리그 4위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겨우 확보했다. 맨유 수뇌부는 1년의 시간을 더 줬다. 문제는 독불장군 같은 판 할 감독의 캐릭터였다. 바르셀로나와 뮌헨 시절에도 강압적인 팀 운영으로 선수들과 큰 마찰을 일으켰던 그는 부진한 선수들을 독설로 자극하고, 이메일로 선수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퍼거슨 감독은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하지만, 당근과 채찍을 절묘하게 활용하는 지도자였다. 반면 판 할 감독은 한번 찍힌 선수는 다시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두 번째 시즌인 2015~16 시즌에 맨유는 FA컵만 챙기고 리그 5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 등의 실패를 맞았다.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결국 판 할 감독도 경질됐다. 다음은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였다. 퍼거슨 감독이 퇴임 당시 자신의 후계자 1순위로 고려했지만, 당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었던 탓에 데려올 수 없었던 무리뉴를 결국 올드 트래퍼드로 데려온 것이다. 전 시즌에 첼시에서 중도 사임했지만, 가는 팀마다 리그 우승을 안기고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2회나 해낸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이니만큼 퍼거슨 시대의 재림을 기대하게 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는 듯 맨유 수뇌부도 총력 지원했다. 무리뉴 감독 부임에 맞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폴 포그바, 헨리크 미키타리안 등 유럽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며 스쿼드를 강화했다. 포그바에겐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인 1300억원을 투자했다. 첫 시즌은 나쁘지 않았다. 리그에서는 6위를 기록했지만 유로파리그를 정복했고, 리그컵도 차지하며 모예스, 판 할 두 감독보다 나은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2017~18 시즌이다. 무리뉴 감독은 이전에 맡았던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 부임 2년 차에 항상 리그 우승을 안겼다. 이번에도 많은 이들이 ‘무리뉴 2년 차’에 기대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경쟁은 전보다 더 심해져 있었다. ‘이웃집’ 맨체스터 시티는 무리뉴의 숙적 펩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리버풀과 토트넘은 세련된 전술가인 위르겐 클롭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체제에서 안정된 경기력을 보였다.

무리뉴 감독은 특유의 수비적인 전술과 공격진 개인의 능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맨유에 이식시켰지만 시대 흐름에서 밀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맨유는 리그 2위를 기록했지만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에 무려 19점 차나 뒤떨어졌다.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반면, 맨유는 16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FA컵도 준우승에 그치며 무리뉴 2년 차는 허무한 무관(無冠)으로 끝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2018~19 시즌은 맨유의 정체성, 자존심은 물론이고 미래가 걸린 시즌이라고 언급했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뒤 5년째를 맞지만 방향성의 정립 없이 엄청난 이적료만 낭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지적에도 맨유는 여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2년과 달리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지 않자 수뇌부에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팀의 에이스인 포그바와는 심각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의 경기 방식을 연일 질타했고, 포그바는 자신의 SNS와 에이전트의 인터뷰를 통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새 시즌 들어서도 맨유는 휘청거리는 중이다. 리그 8경기를 마친 현재 이미 3패를 기록하며 8위에 처져 있다. 리그컵은 첫 경기에서 탈락했고, 챔피언스리그도 무승부로 출발했다. 실망한 팬들과 언론은 감독 경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SNS에 올라온 무리뉴 감독 경질에 대한 찬반 투표 게시물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 논란을 일으켰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물러난 지네딘 지단이 후임 감독으로 올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안팎에서 흔들리고 있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공개적으로 수뇌부에 자신을 지지할 것인지, 내칠 것인지를 공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구단이 자신을 지지한다면 유벤투스, 바르셀로나 등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원하는 포그바부터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팀 최고경영자인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에 대한 질타도 많다. 맨유는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중국에서 새로운 스폰서를 끌어들이며 경영 성과는 상승하고 있다. 수익 창출에 도취한 수뇌부의 안일한 투자와 팀 운영이 정작 스포츠의 핵심인 경기력에서는 심각한 저하를 낳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를 선도했던 제국은 휘청거리고 있다. 한때는 그들과 경쟁이 되지 않았던 맨시티, 리버풀, 토트넘이 새로운 주인으로 부상 중이다. 반면 맨유는 여전히 퍼거슨 시대의 추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23일 뇌출혈 수술을 극복하고 올드 트래퍼드로 돌아온 퍼거슨 전 감독 앞에서도 맨유는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무기력한 무승부에 그쳤다. 그날 퍼거슨 감독을 향한 7만여 팬들의 기립박수에는 옛 영웅의 건강과 귀환뿐만이 아닌 영광의 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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