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현오 전 경찰청장, 댓글 통해 공권력 사유화
  • 유지만·조해수·박성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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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경찰조직으로 발전시켜 줄 것을 믿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때 경찰이 조 전 청장의 개인적인 사안에 가장 많은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사저널은 조 전 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한 2010년 1월8일부터 8월29일까지의 댓글 911개를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 내정자 신분이던 때 조 전 청장에게 우호적인 댓글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찰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안인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단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청장은 그동안 줄곧 “경찰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댓글의 양은 조 전 청장의 개인적인 사안에 집중됐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0월4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시사저널 분석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조 전 청장의 경찰청장 내정자 청문회와 관련된 댓글이 전체 911개 중 195개로 1위를 기록했고, 천안함 사건이 133개로 2위에 올랐다. 경찰 업무와 관련된 사안인 민주노동당 서버 압수수색(85개), 경찰 강압수사 의혹(77개),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59개) 등은 3위 이하로 나타났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이에 대해 조 전 청장의 개인적인 사안을 비호하고, 경찰 업무와 별개로 정부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조 전 청장을 비호하는 내용의 댓글은 2010년 8월9일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시점부터 작성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에서도 조 전 청장을 비호하는 댓글을 달며 조 전 청장에 비판적인 시선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고소영? 고대, 영남인 거는 맞는데 소망교회 다닌다는 소리는 처음인데.. 학연, 지연 이런거 안 따지고 오직 일 잘하는 사람을 제일로 친다는 평가가 많던데 한번 기대해 봅시다”


“성과주의를 부각해서 경찰청장 내정자로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청장이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리더쉽이 내포돼 있어 능력과 실력이 두루 갖춰져 있기 때문에 경찰청장 내정자로 지명받았지 않았을까요? 감탄고토를 되새기면서...”


“세상은 남이 잘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더욱 매진하여 이 땅에 빛나는 금자탑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함다. 임명되시면 대한민국 최고의 경찰조직으로 발전시켜 줄 것을 믿슴다~~”

 

 

2위에 오른 천안함 침몰 사건 댓글은 경찰 업무와 무관한 일임에도 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의 댓글이 달렸다. 2010년 3월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실종자 수색과 사건 경위 파악 등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거웠던 때였다. 

 

“왜 일부러 안찾겠냐...그렇게 불신을 해서야 원….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어찌 살래? 그냥 좀 지켜봐라.. 왜 자기 동료들을 안 구하고 싶겄냐... 그렇게 생각을 짧게 하니... 음료수 지원이 뭐냐.. 일.. 너가 그럼 지켜라.. 바다...”(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해군 해체를 주장하는 다음 아고라 글에 달린 댓글)


“참여연대는 추방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지 어디 한국사람이라면 그렇게 할수 있나여??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이땅에서 숨쉬는 것도 치욕스럽다.”(천안함 사건에 대해 유엔에 서한 보낸 참여연대에 대한 댓글)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10월4일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비공식 사이버 여론대응 조직의 신설을 강행”했고 “인터넷상에 마치 조 전 청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거나, 형성된 것으로 보이게 할 목적으로 운용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청장이 온라인 여론에 인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주문했고, 댓글 운용팀을 사조직화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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