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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현오 댓글’ 1만2400여건 전수조사…‘가짜뉴스’식 댓글 뿌려

조현오 전 경찰청장 범죄일람표 단독 입수…진보 성향 ‘다음·아고라’ 표적 삼아

조해수·유지만·박성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0(Wed) 11: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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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명박(MB) 정부 시절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10월5일 구속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 전 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조 전 청장이 인터넷·SNS 공간에서의 여론형성에 개입하기 위해 경찰청 및 각 지방경찰청 산하 정보경찰, 보안수사대 소속 경찰, 홍보담당 경찰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특수단이 영장에 첨부한 범죄일람표를 단독 입수했다.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홍보 부서에서 5086건, 정보 부서에서 5746건, 보안 부서에서 663건의 댓글을 달았다. 또한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에도 정보 부서에서 934건의 댓글을 달았다. 조 전 청장이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경찰 조직을 움직여 모두 1만2429건의 댓글을 달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영장에 첨부하지 못한 댓글까지 포함할 경우 6만여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1만2429건의 댓글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경찰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제주 강정마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과 관련된 집회·시위에 불법·폭력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색깔론·흑색선전 등 ‘가짜뉴스’라고 볼 수 있는 댓글을 집중적으로 달았다. 해당 이슈들이 불거진 시기를 전후해 댓글이 두드러지게 늘어났으며, 진보진영이 주로 활동하는 포털사이트 ‘다음’과 토론 게시판 ‘아고라’가 주요 표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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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는 정권 초기 광우병 촛불집회를 겪은 후 ‘명박산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집회·시위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경찰의 댓글이 집회·시위를 불법으로 몰고 가는 데 집중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청장은 시사저널 측에 “경찰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했을 뿐, 특수단의 주장처럼 나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단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나의 지시가 있었다면 별도의 조직을 통해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다양한 부서와 지역에서 댓글이 나오고 있다. 이는 자발적으로 댓글을 단 것이다”고 주장했다(하단 [조현오 입장문] 기사 참조).

 

 

희망버스·민주노총·한미FTA 반대집회에 ‘불법·폭력’ 프레임 

 

특수단은 ▲경찰업무 무관 정부옹호(정치관여적) 행위(788건) ▲집회·​시위 관리 빙자 정부정책 옹호(5311건) ▲정치인·​선거사범 등 수사관련 대응(247건) ▲조현오 개인비호(664건) ▲경찰시책​제도 개선 옹호(3096건) ▲경찰 비난 대응(1712건) ▲기타 경찰활동 옹호(611건) 등 7가지로 댓글을 분류했다. 이 중 ‘집회·​시위 관리 빙자 정부정책 옹호’의 경우, 전체 댓글의 42%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했다.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이 집회·​시위 대응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능동적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 “여론을 업고 집회·​시위 관리를 해야 한다”​ “​여론대응팀을 구성․운영하라” 등의 지시를 해왔다고 보고 있다.  

 

 

시사저널은 ‘집회·​시위 관리 빙자 정부정책 옹호’와 관련해, 주요 집회·​시위에 얼마만큼의 댓글이 달렸는지 분석했다. 대상 기간은 조 전 청장이 서울지방청장으로 재직한 시기를 제외한 2010년 9월부터 2012년 4월까지다. 전체 경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때가 경찰청장 재임 기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댓글의 유형도 포털사이트와 트위터로 나눠서 살펴봤다. 트위터는 포털사이트의 댓글보다 더 큰 파급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 댓글의 경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가 1위(645건)를 차지했다. 희망버스는 트위터에서도 2006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집회·​시위 댓글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포털사이트에서 2위(406건)에 오른 민주노총 시위는 트위터에서는 4위(221건)를 기록했다. 한미FTA 비준반대 시위는 포털사이트(342건)와 트위터(971건)에서 각각 3위와 2위를 기록했다. 반값등록금 촉구 시위는 댓글에서 152건으로 4위(트위터 5위​56건),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는 트위터에서 471건으로 3위(포털사이트 5위​114건)를 차지했다.

 

월별 댓글 추이를 살펴보면, 경찰의 집회·​시위 댓글이 조직적으로 작성됨을 보여주는 정황도 포착된다. 한미FTA 비준안은 2011년 11월22일 날치기 통과됐는데, 이를 반대하는 시위는 2011년 10월부터 본격화됐다. 8,9월의 경우 경찰 댓글이 포털에서는 158건​197건, 트위터에서는 67건​36건에 그쳤는데 10월에 들어서면서 포털은 412건, 트위터는 1466건으로 폭증했다. 11월에도 포털과 트위터에서 592건, 1059건을 기록했다. 이는 경찰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정일 후예”“북한 수법” 등 색깔론까지 동원 

 

댓글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경찰 댓글은 주요 집회·​시위를 불법​폭력시위로 단정하며, 가짜뉴스식의 거짓정보를 퍼트리고 있다. 집회·​시위를 평화적으로 관리해야할 현직 경찰이 오히려 집회·​시위에 불법성을 덧입혀 강제 진압을 정당화한 것이다.  

 

다음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대한 경찰 댓글이다. 경찰관이 댓글을 작성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그 경찰인가 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실소까지 나오게 한다. 

 

“얼마나 했으면 그 경찰인가 하는 사람들이 잡아가겠습니까? 우리 모두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냥 가만히 있는데 경찰들이 검거해서 가자고 합니까!! 아니잖아요!! 사실 지금 우리나라가 이웃 일본에 대해 감사하면서 애도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못해도 이렇게 모두들 비방하고 싸우고 하면 됩니까! 우리 모두 자중하십니다요!!!”

 

시위로 인해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도 반복되고 있다.

 

“희망버스.. 불법행위 없었나요? 부산시민들은 희망버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항의 하고 있는데...과연 희망을 가져다주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충돌 우려가 있어 조치를 취한 것이고 보수든 진보든 충돌을 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닙니까”

 

여지없이 색깔론도 등장한다. 배우 김여진씨가 한진중공업 농성에 참여해 연행된 것에 대해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댓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상한 여자 연예인이라고 하는데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연예인?? 그래 맞아요. 인기가 없으니 근로현장에서 선량한 근로자들을 선동하고 있겠지요??있어야 할 자리에 없고 근로현장에서. 혹시 김정일 지시 받은 거 아니야?? 경찰에서 조사해보세요. 틀림없이 뭔가 있을 거예요. 연예인이 근로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선동할리 없잖아요?? 그죠, 경찰 아저씨들. 참 기가 막히네요.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던가?? 그래도 거짓말부터 배운 것 보니 북한에서 시킨 것 같은데??” 

 

북한 지시설은 다른 시위에 대한 경찰 댓글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김정일의 후예들 한미FTA비준안 처리는 국민 다수의 뜻인데...왜들 난린지...도로점거해서 꽉 막히게 하고 주변 상가 장사 망치게 하는 폭도들 모두 구속시켜야...이번 기회에 이런 폭도들 제거해서 평온한 사회 만듭시다.”(한미 FTA 비준 반대에 대한 댓글)

“경찰이 아무런 이유없이 공권력을 투입하나요??민노총은 북한에서 쓰는 수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마비시키려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아우성은 어찌하란 말인가요?경찰이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할 수 있나요??법의 규정에 따라 국민을 위한 길이 어디에 있는지 원칙에 따라 처리하지요. 그렇지 않나요??민노총은 이제 사라져야 해요 저 우주 속으로”(‘유성기업 사태 해결 촉구’ 금속노조 잔업 거부에 관한 댓글)​

 



이 밖에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조 전 청장 개인을 비호하는 댓글도 상당수(664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인‧​선거사범 등 수사관련 대응과 관련한 댓글(247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조 전 청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논란에 중심에 선 바 있다.
 

 

 

“문재인 님은 (조 전 청장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검찰에 왜 수사를 하지 않고 미루느냐고 하면서 항의 방문을 하면, 검찰이 문재인 님의 말을 듣고 수사를 바로 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대한민국 검찰이 어느 특정인의 항의방문을 받으면 수사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사를 하지 않나요. 검찰이 다 알아서 수사를 하겠지요. 그렇지 않을까요?? 수사를 미루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검찰을 어떻게 하기라도 하겠다는 뜻인가요??검찰들 무서워서 벌벌 떨겠네요.”



 

경찰 댓글은 다음과 아고라에 집중돼 있다. 다음의 경우 전체 댓글의 68%를 차지하고, 아고라 역시 25%로, 네이버(18%)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네이버가 포털사이트 점유율 70% 상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찰 댓글은 오히려 다음과 아고라에 집중된 것이다. 다음과 아고라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띄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이 “(경기청장 시절에) 쌍용차 여론 대응팀을 정보기능에 만들어 아고라 좌파세력에 대응했다(2011년 2월23일 전국 홍보담당관 워크숍)”라는 말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 전 청장이 진보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다음과 아고라에 집중적인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댓글 공작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역은 역시 서울이었다. 이와 관련해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비공식 사이버 여론대응 조직을 만들 것을 검토하게 했고, (이 결과) 조 전 청장의 지휘방침에 긍정적​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진 지방청​일선서 직원들 70여명으로 구성된 사이버여론대응팀(SPOL, Seoul Police Opinion Leader)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지역 경찰서가 작성한 댓글은 7150건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이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의 관할이었던 부산지방경찰청이 3085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서울과 부산을 합하면 전체의 80%를 넘어선다.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특수단은 “조 전 청장의 행위로 인해 국가기능 행사의 공정성, 민주주의의 기본질서가 훼손됐다”면서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동시에 국가의 기능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현오 입장문] “직무범위 벗어난 지시는 전혀 없었다”


“인터넷 여론 조작은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결국 구속됐다. 조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월5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경찰 수장이 검찰이 아닌 경찰의 수사로 인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댓글공작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는 조 전 청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사저널이 조 전 청장의 구속영장에 첨부된 댓글 목록(범죄일람표) 전체를 분석한 결과 특정 조직이나 개인이 댓글을 전담해서 단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 전 청장의 지시 여부는 재판에서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청장은 시사저널을 통해 “3월 특수수사단이 꾸려질 때부터 ‘조현오가 타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자신에 대한 ‘표적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결코 불법적인 지시는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음은 조 전 청장이 시사저널에 보낸 입장문 전문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 입장문>

 

문재인 정부 덕분에 사법농단이 드러나면서 나의 뇌물죄 사건에서 억울함이 풀리는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전원 복직된다는 소식에 나 또한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그런데 국정원 정치댓글사건이 불거지고 기무사도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 청와대에서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했는데 경찰이 안했을 리가 없고 댓글 쓴 사람이 무슨 잘못이냐, 시킨 사람이 문제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나는 민갑룡 청장이 이러한 수사 가이드라인에 항의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 3월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꾸려질 때부터 조현오가 타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경찰청장의 의지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고 외교관이 돼서도 경찰이 너무 좋아서 외교관을 포기하고 경찰관을 택했다. 지금은 내가 평생 사랑했고 자부심을 느꼈던 경찰에게 처벌받는 처지가 됐다. 그래도 경찰조직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사회 질서 유지라는 본연의 역할을 해나갔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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