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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의사가 환자 입장이 돼 보니…

“의사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도 환자는 불안해해”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6(Sat) 16:00:00 | 1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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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좋은 날씨 덕분에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 성묘하고,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필자는 추석 연휴 내내 병원에 있었다. 진료한 게 아니라, 딸이 아파서 입원하는 바람에 환자 보호자 입장이 됐다. 좁은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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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형 병원에 입원하니 이것저것 검사할 것이 많았다. 검사 통증이 수반돼 아이를 공포스럽게 하는 검사도 있었고, 이미 했던 검사를 다시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진단을 정확하게 해야 하는 대학병원의 특성은 알지만, 아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검사까지 해야 하나라는 불편한 생각을 했다. 의사인 나도 이런데, 일반 환자는 얼마나 불안할까 생각했다. 


두 번째, 의사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는 매일 수십 명의 환자를 대면하고, 같은 설명을 반복한다. 필자도 매일 환자를 보면서 “퇴행성입니다” “관리를 잘하셔야 해요”라고 설명한다. 의사는 매일 하는 이야기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퇴행성’이라는 말에 좌절하기도 한다. 의사가 고개 한번 갸우뚱해도 환자는 불안할 수 있다. 환자가 받는 충격을 덜어주기 위한 완곡한 표현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다. 

 


의사에겐 일상이지만, 환자에겐 청천벽력


또 이번 일과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예를 들어, 우연히 발견한 종양이 혹시 악성일 가능성이 있으니 꼭 조직검사를 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환자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며칠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치 본인이 암에라도 걸린 것처럼 확정되지 않은 불안감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렇게 큰 병을 진단하는 의사들은 무심코 하는 말과 몸짓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이지만 환자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화합이다. 사춘기의 딸이다 보니 그동안 부모와 말다툼이 있기도 하고,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부녀간에 진솔한 대화를 해 본 지도 오래다. 이번에 입원해 꼼짝없이 종일 같이 있다 보니 그동안 못 한 이야기도 나누고, 가족 간의 화합도 더 강해진 것 같다. 역시 위기가 오면 가족은 뭉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나라에 위기가 있을 때 국민은 뭉쳤었다. 외세 침략 때 의병의 봉기가 그랬고,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다. 우리 민족은 그런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그러나 위기가 끝나면 그 견고했던 단결이 무너지면서 두 패거리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한다. 조선왕조 500년이 당파 싸움 때문에 국가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고,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상 세계를 정복했던 나라들은 국가에 위기가 없을 때 국민이 단합해 그 힘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했었다. 우리나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외침이 없는 지금 분열돼 싸울 것이 아니라 단합해 다른 나라를 정복해야 한다. 전쟁이 아닌 무역으로, 교육으로, 한류로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 


황금연휴에 역대급 푸른 하늘을 병원의 좁은 창문을 통해 바라봐야 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다. 딸과 많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필자가 무심코 하는 말이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말의 선택에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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