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직도 끝나지 않은 비 월드투어의 악몽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5 10:12
  • 호수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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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이매진아시아 50억 규모 손배소…패소할 경우 경영에 큰 부담 전망

가수 비(본명 정지훈)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2006년 10월 서울 논현동 임페리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 캐나다 등 12개 나라에서 비가 월드투어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공연을 주관한 스타엠플래닝 측은 “티켓 판매와 공연 판권료 등으로 1000억원대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른바 ‘레인스 커밍 (Rain’s Comming)’ 프로젝트였다. 이 공연으로 비는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연예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가수 비는 2006년 10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12개국 월드투어에 나섰지만,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 잡음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10년도 지난 이슈 최근 다시 부각


2006년 10월 중순 비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레인스 커밍의 화려한 스타트를 끊었다. 12월말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첫 해외공연을 가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지 언론들이 ‘동양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라고 평가할 정도로 비는 미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듬해 6월 하와이 공연이 갑자기 취소됐다. 미국 네바다주의 음반기획사 레인코퍼레이션이 2017년 2월 ‘레인’이란 이름에 대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현지 법원은 그해 6월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LA와 캐나다 등에서 잇달아 공연이 취소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연기획사였던 스타엠과 JYP는 공연 취소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법적 공방을 벌였다.


하와이 공연기획사였던 클릭엔터테인먼트도 당시 공연 취소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비와 JYP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현지 법원은 80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평결했다. 비와 JYP 측은 30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고 클릭엔터테인먼트와 합의했다. 스타엠과 JYP의 법정 다툼 역시 JYP의 승리로 끝나면서 몇 년간 계속된 월드투어 논란 역시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또 다른 소송이 제기되면서 비의 월드투어 악몽이 10년여 만에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와이에 본사를 둔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클릭엔터테인먼트가 올 초 이매진아시아를 상대로 50억원의 지급명령을 서울중앙지법법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과거 스타엠의 공연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213만6700달러를 클릭엔터테인먼트에 지급하라는 미국 하와이 지방법원의 2008년 5월 판결이 근거였다. 이승수 클릭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0월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손해배상금은 한화(韓貨)로 23억원 규모지만, 10년 넘게 지연된 이자와 함께 위자료 등을 포함시키다 보니 50억원이 됐다. 5월 중순 한국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여 지급명령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현재 양측은 팽팽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매진아시아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이 회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한규정 온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클릭엔터테인먼트가 과거 미국 법원에서 스타엠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법원 판결은 어디까지나 스타엠에 대한 것이다. 스타엠은 과거 이매진아시아의 자회사였지만 지금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자회사의 채무를 모회사가 책임지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니만큼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릭엔터테인먼트 측의 입장은 반대다. 이 회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중수 변호사는 “당시 스타엠과 이매진아시아는 같은 건물에서 영업을 했고, 재산이나 업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돼 있었을 뿐 아니라 정관 등에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이매진아시아가 공동으로 이 사건 판결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공은 결국 법원으로 넘어갔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매진아시아의 최근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302억원의 매출과 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321억원)과 비교해 5.92% 감소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38억원에서 57억원으로 5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26억원에서 151억원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에 패해 50억원을 물게 될 경우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매진아시아 측 “소명 가능한 사안”


특히 이매진아시아는 현재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청호컴넷이다. 2016년 5월 변종은 대표로부터 이 회사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청호컴넷이 인수한 후 회사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청호컴넷은 현재 보유 중인 이매진아시아 지분을 처분하고, 이매진아시아 자회사인 세원을 분리해 인수(스핀오프)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무법인을 통해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1곳이 청호컴넷 보유 지분(보통주 1000만 주)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덕분에 이매진아시아의 최근 주가 역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월13일 1855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10월4일 2885원으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M&A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을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런 상승 흐름을 이어오는 상황에서 10년도 더 된 이슈가 불거져 나와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스타엠은 과거 반기보고서 등에서 “소송이 있지만 따로 충당금을 적립하지는 않았다”고 밝힌바 있어 우발 채무로 인한 피해를 특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매진아시아 측은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회사 측은 최근 언론에 “회사의 주력은 매니지먼트 사업을 기반으로 한 영상콘텐츠 제작”이라며 “지난해 콘텐츠 제작 기반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인건비와 판관비가 증가했다. 올해는 드라마 라인업과 배급 기반을 확대해 매출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진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이 회사의 법률 대리인인 한규정 Attorney of Law 대표변호사는 “회사 경영진도 소송이 진행되는 사정을 알고 있다. 법률적으로 얼마든지 소명이 가능한 사안으로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향후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를 예정이니만큼 투자자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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