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처별로 흩어졌던 라돈 관리 ‘일원화’된다
  • 김종일·조유빈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4 18:48
  • 호수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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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현 의원, 생활방사선 통합체계 구축 입법 예정

국회가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라돈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라돈과 같은 생활주변방사선을 환경부·국토교통부·원자력안전위원회·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서 ‘방출처’를 기준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최근 라돈 관리체계 부실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국회가 일원화된 관리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TO)가 폐암 발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밀폐된 공간에서 고농도 라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폐암 등에 걸릴 수 있다. 시사저널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라돈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올해 초 시사저널이 단독 보도한 ‘침묵의 살인자, 당신 아이를 노린다’ 기사(1486호)를 통해 400개가 넘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실내 라돈 농도가 권고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침묵의 살인자 라돈, 유치원도 덮쳤다’(1490호) 등 후속 보도들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사저널 보도 이후 국내 많은 언론들이 후속보도를 이어가 라돈에 대한 국민적 공포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라돈 같은 생활방사선 관리에 대한 체계적 책임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현재 라돈 관리 부처는 원안위 외에도 환경부·국토부·교육부·국방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 연합뉴스

 

입법조사처 “라돈 관리, 통합체계 구축해야”


국회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부처별로 흩어졌던 라돈 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신 의원은 체계적인 입법 발의를 위해 우선 국회 싱크탱크인 입법조사처에 ‘생활방사선 통합 자문운영위원회 신설 관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분석 의뢰해 최근 제출받았고, 이 내용을 토대로 국회 법제실에 입법안을 조사 의뢰해 놓았다. 신 의원은 ‘생활방사선 관리 기본법’이라는 제정법을 새롭게 만들지, 기존 관련법을 개정할지 등을 두고 법제실과 긴밀히 논의 중이다. 


입법조사처는 신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해외 주요국은 라돈을 일원화된 체계하에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각 분야별 소관부처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통합적 관리대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일원화된 관리체계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라돈 관리 및 대국민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11년 연방기관이 공동으로 실내 라돈의 위해도 저감을 위한 전략인 ‘연방 라돈 실행계획’을 수립해 집행하고 있다. 독일 역시 2004년부터 연방환경부에서 대부분의 라돈 업무를 일원화해 맡고 있다. 이외에도 스위스는 ‘국가 라돈 관리대책’을 수립해 관리하고 있고, 영국도 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라돈 측정 및 분석·교육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기존에도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던 업무를 통합한 사례들이 있다”며 라돈 관리의 일원화된 통합체계 구축에 힘을 실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나정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보는 “시설물 안전관리의 경우 기존에 국민안전처와 국토교통부로 나뉘어 있던 구조를 2017년부터 국토교통부 중심으로 일원화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국민안전처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국토부의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이원화돼 관리되던 구조를 일원화시켰다는 설명이다. 김 조사관보는 “이를 통해 소규모 시설물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을 보다 세밀하게 하여 안전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례는 또 있다. 지난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등으로 1994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의 상하수도 기능이 환경부로 일부 이관됐지만, 이후에도 물 관리는 큰 틀에서 국토부가 수량 관리, 환경부가 수질 관리를 각각 맡아 국토 전체의 물 관리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올해 6월부터 하천 관리를 제외한 수량, 수질, 재해 예방 등 대부분의 물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일원화시켜 책임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현재 라돈과 같은 생활방사선 관리에 기본이 되는 법률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이다. 생활방사선법은 라돈과 같은 생활방사선의 안전관리에 대한 체계적 관리 책임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 규정하고 있다. 생활방사선법 25조(생활주변방사선 정보의 관리 등)에 따르면, 원안위는 생활주변방사선의 안전관리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활주변방사선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안위는 관계기관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생활방사선법은 “관계기관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원안위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라돈 관리 부처는 원안위 외에도 환경부·국토부·교육부·국방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라돈과 같은 생활주변방사선을 하나의 컨트롤타워가 아닌 방출처를 기준으로 나눠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게끔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방사선물질 또는 이를 포함한 제품은 원안위가 관리하지만, 실내 공기질 관리는 환경부, 건축시설에 대한 라돈 관리 등 건축 자재는 국토부, 화장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학교 시설 등은 교육부 등이 담당하고 있다.

 

ⓒ 시사저널 미술팀

 

부처별 제각각 기준에 일선현장은 ‘혼란’


이러다 보니 부처별로 라돈 관리의 기준이 제각각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신규 공동주택의 라돈 관리 기준은 200㏃/㎥이었고, 학교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기준은 148㏃/㎥이었다. 최근 환경부가 공동주택의 기준도 다중이용시설의 기준인 148㏃/㎥로 강화했지만, 여전히 부처별 라돈 관리 기준은 다원화돼 있다. ㏃/㎥은 공기 중 라돈의 농도를 표현할 때 사용되는 단위로, 148㏃/㎥이란 공기 1㎥ 중에 라돈 원자가 148개 떠다닌다는 뜻이다. 148㏃/㎥은 미국의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독일은 100㏃/㎥, 영국·캐나다·스웨덴은 200㏃/㎥ 이하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부처별로 기준이 달라 혼란을 빚는 부작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예가 환경부와 교육부의 라돈 관리 기준 충돌이다. 학교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환경부 라돈 관리 기준은 148㏃/㎥인데, 교육부는 600㏃/㎥이 넘어야만 시간대별로 정밀 점검하는 2차 측정과 시설개선 같은 저감 조치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이중 기준 때문에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148㏃/㎥이 넘어도 600㏃/㎥만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얘기인데 솔직히 교사인 저희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저감 조치를 취하라는 학부모들의 항의는 빗발치는데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저감 설비 도입은 일종의 예산 낭비가 되는 셈”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 기준은 과연 아이들의 안전을 얼마나 담보할까. 시사저널이 만난 전문가들의 판단은 교육부와 달랐다. 강건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시설개선 등 저감조치의 기준인 600㏃/㎥이란 수치는 꽤 느슨하다”며 “건강을 기준으로 했다기보다는 예산 등 경제적인 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지금 기준치인 148㏃/㎥이 담배 8개비를 흡연하는 정도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데 교육부의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고 비판했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방사능에 취약한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예산 등 현실의 어려운 조건을 감안해도 최소한 지금의 절반 수준인 300㏃/㎥ 정도가 적당한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학부모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라돈의 위험성을 알게 되면 당장 학교로 쫓아올 것”이라면서 “고농도 라돈이 검출된 학교에는 과잉 조치라고 할 만큼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입법조사처가 신용현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 ⓒ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실

 

“라돈 통합DB 구축해야”


라돈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입법조사처는 현재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라돈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크게 5가지로 지적했다. 즉 역으로 라돈 관리체계를 통합해 일원화하면 지금의 이런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입법조사처는 먼저 각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라돈 기준을 원안위 및 산하기관이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라돈 통합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점을 강조한다. 조승연 교수는 “라돈 정책을 부처별로 관리하면 자문 전문가도 다를 수밖에 없고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라돈 연구 동향도 반영하기 어렵다”며 “라돈 정책 관련 전문가 시스템 일원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여러 부처를 통괄하는 ‘통합자문위’ 구성과 국가 라돈 통합DB가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입법조사처는 “실내·실외 등 분야 혹은 부문별로 라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 원칙을 마련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스크리닝 체계와 안전성 검증절차를 더욱 세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보는 “라돈 등 생활방사선의 국민 건강에의 영향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가적으로 통합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 일원화된 안전지침 마련 및 감시, 대응관리가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라돈 절감을 위한 강력한 관리기준 의무화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일원화된 통합체계를 구축하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을 통해 전문적인 원인 규명이 이뤄질 수 있게 관련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또 관리 규정 위반 시 강제적 제재를 취할 수 없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외에도 라돈 측정 시 건축업자와 측정업체뿐만 아니라 건물에 실제 입주할 주민 등도 함께 참관하는 등 신뢰성 있는 측정 및 결과 공유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축업자와 입주민 등 이해당사자 간 이견 조율 및 전문가 의견 청취, 공개 포럼 개최 등을 통해 다각적인 의견 수렴 및 조정 방안을 마련하라는 제언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부처별로 흩어졌던 라돈 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 신용현 의원실 제공


이와 관련해 신용현 의원은 “제2의 라돈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과 현황, 제도적 문제점을 꼼꼼히 점검해 개선해야 한다”며 “라돈은 물론 생활방사선 관리의 일원화 체계 구축을 통해 그간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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