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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사태’ 목청 돋웠던 한국당, 딜레마 빠져

한국당, 정국 주도권 장악 노렸지만 오히려 수세 몰린 형국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10.04(Thu) 18:12:48 | 1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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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했던 ‘심재철 사태’의 승부가 조금씩 한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9월21일 심재철 의원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을 때만 해도 청와대와 정부의 ‘무리수’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청와대가 켕기는 게 있어 수사를 서두른다”는 심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심 의원의 자료 취득 사실이 처음 밝혀졌을 때만 해도 큰 반응이 없던 자유한국당 역시 압수수색 이후 ‘야당 탄압’을 앞세워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였다.


그러나 이후 심 의원이 국가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취득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부분 부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상황은 심 의원에게 더욱 불리해져 갔다. 대통령 해외순방 때 사용한 업무추진비와 청와대 직원들에게 지급된 회의 수당 등이 부당하다며 심 의원이 제기한 문제마다 청와대는 사안별로 즉각 반박해 나갔다. 그때마다 심 의원은 또다시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새로운 ‘공격거리’를 찾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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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대한 대정부질문을 앞두고도 심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40분 가까이 진행된 대정부질문 동안 심 의원은 세월호 미수습자 마지막 참배일과 을지훈련 기간 등 주요한 날 청와대 직원들이 술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썼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은 곧장 해당 비용을 사용한 시간과 장소, 당일 사정 등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반박 입장을 내놓았다. 


심 의원의 폭로와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이 되풀이되자, 그가 내놓을 카드가 더 남아 있느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확실한 ‘한 방’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더 공개할 게 없으니 ‘호화’ ‘술집’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여론전을 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대정부질문 자리에 갖고 나온 게 사실 가장 큰 무기였을 텐데 그조차 큰 효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심 의원이 기재부 장관실 명의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를 렌트했다며 야심 차게 제기한 의혹 역시, “직원 휴게실에 있다”는 김 부총리의 답변 한마디로 단번에 일단락되기도 했다. 


공방이 길어질수록 한국당 내부에서도 초반의 기세와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결정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는 한, 별것 아닌 내용으로 심 의원과 한국당이 무리한 싸움을 이어가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려다 오히려 심 의원과 한국당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다. 심 의원이 청와대와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을 문제 삼자, 즉각 민주당을 중심으로 심 의원이 과거 사용했던 국회 특수활동비에 관한 문제들도 제기되고 있다. 그가 국회부의장 시절 받은 특활비가 6억원이었다는 사실이 제기되면서 한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김 부총리 또한 2일 대정부질문 중 “심 의원께서 국회 보직을 맡았을 때 주말에 쓰셨던 것, 해외출장 중 의정활동을 하며 쓰신 것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역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당은 자료 내용 하나하나보다도 검찰의 섣부른 압수수색과 신규 택지 후보지를 사전 공개한 신창현 민주당 의원과의 수사 형평성, 정부의 허술한 자료 관리 등에 더욱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당도 반갑지 않은 심재철 사태


지금은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한껏 전투력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당에서도 언제까지 심 의원을 지원사격할지 미지수다. 애초에 당 차원이 아닌 의원실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었을뿐더러, 심 의원이 갖고 있는 자료 전부를 당 전체가 공유하고 있지 않아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년 초 예정돼 있는 당권 경쟁 구도를 고려했을 때,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현재 심 의원을 지원하는 세력이 언제까지 같은 목소리를 내줄지 장담할 수 없다.


한국당 내에선 심재철 사태 블랙홀로 인해 국정감사 등 국회 주요 현안과 일정들에 차질을 빚을 경우, 그 책임론이 오롯이 한국당에 돌아올 수 있다는 고민도 나온다. 국감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한국당이 현 정부의 경제 문제를 강하게 질책할 기회를 예정보다 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를 감사하는 기획재정위원회에 심 의원이 위원으로 소속돼 있어 국감 내내 쟁점이 흐려질 수 있는 것이다.


심재철 사태 블랙홀로 인한 피해는 당장 한국당에도 찾아왔다. 한국당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인적쇄신 등 대대적인 당 혁신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던 터였다. 혁신작업을 통한 이미지 변화를 제대로 꾀하기도 전에 이 사태가 터지면서 여론의 관심은 더욱 멀어져버렸다. 그나마 당협위원장을 일괄적으로 물갈이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하기로 발표하면서 겨우 혁신의 불을 유지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심 의원이 치킨게임이 돼 버린 싸움에서 승리를 가져오려면 향후 폭로를 예고한 내용이 얼마나 결정적인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즉, 불법성 여부 등 각종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사실이 나와야만 그의 폭로전에 다소 미지근해진 여론을 다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격전이 장기화되는 데 부담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 의원과 한국당은 이를 당분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이 정부·여당으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만한 별다른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관계개선으로 인해, 주춤했던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살아나면서 한국당은 더욱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혹시라도 심 의원이 자료에서 문제가 될 만한 추가 사실을 밝혀낸다면 촛불로 시작한 현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가하고 정국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 


10월2일 대정부질문에서도 자료를 즉각 반납하고 사법 당국과 감사원의 판단을 기다릴 것을 촉구한 김 부총리의 말에 심 의원은 싸움을 계속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향후 국정감사에까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폭로를 이어갈 계획이다. 대정부질문이 끝난 직후 심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사법 당국에서 내 자료 취득이 불법이라는 판결도 안 났고, 지난번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도 이미 다 털어갔는데 뭘 더 내놓으라는 건가”라며 “지금까지 나온 문제점들을 계속 언급하며 (국정감사에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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