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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축구, 당당하고 강렬했던 첫인상

‘벤투호’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분석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5(Sat) 10:00:00 |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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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러시아월드컵의 실망감을 카타르월드컵의 환호로 바꿔야 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 첫 반응 대다수는 실망감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앞서 협상을 가진 인물들에 비해 중량감이 다소 떨어졌다. 무엇보다 직전에 중국 무대에서 실패했다는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그를 택한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보여준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8월20일 입국한 벤투 감독은 20일도 안 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9월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2대0으로 승리한 그는, 나흘 뒤 FIFA랭킹 12위이자 남미의 챔피언 칠레와 대등한 승부 끝에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차례 평가전을 마친 뒤 벤투 감독을 향한 여론은 ‘기대를 갖고 믿어보자’로 급변했다. 성공적인 첫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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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지배하라’…확고한 벤투 스타일

 

취임 기자회견 당시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묻는 질문에 “경기를 지배해야 한다”고 가장 먼저 답했다. 그에 앞서 대표팀을 맡았던 외국인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는 ‘공을 소유해야 한다’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지배(domination)와 소유(possession)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근본적 차이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의미할 정도로 공 소유권에 대한 확률적 집착을 했다.

 

지난 월드컵에서 스페인·아르헨티나·독일 등이 압도적 볼 소유를 통한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조기 탈락했다. 70%에 가까운 볼 소유가 숫자 놀음으로 끝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오히려 점유율에 관계없이 확고한 전술적 방향과 효과적인 플레이로 얼마든지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할 수 있음을 프랑스·크로아티아·잉글랜드 등이 확인시켜줬다.

 

벤투 감독은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확실한 목적의식으로 다양한 움직임, 부분 전술을 9월 A매치 2연전에서 보여줬다. 속도와 템포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포백에 기반한 4-2-3-1 포메이션을 코스타리카·칠레전에서 우직하게 가동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에도 플랜A로 활용한 포메이션이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양 측면 수비수(풀백)의 공격적인 활용이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풀백을 측면 공격수(윙어)에 가까운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앙을 좁힌 밀집 수비로 실점 상황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상대를 풀백들이 측면에서 부수고 들어가며 와해시키는 것이 공격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용·김문환(오른쪽), 홍철·윤석영(왼쪽)을 차례로 기용했지만, 하나같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주로 하프라인 위에 위치했다. 홍철은 “처음엔 수비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코칭스태프가 그 부분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대신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기성용·정우영 등)가 센터백들과 조합을 이루며 상대 역습에 대비하는 치밀한 전술적 움직임을 보였다.

 

최전방과 공격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은 고정 포지션 없이 중앙과 측면, 위아래로 움직였다. 지동원과 황의조는 하프라인까지 내려오며 상대 수비를 끌어내렸고, 그렇게 나온 공간으로 손흥민·남태희·이재성·황희찬 등이 움직이면 뒤에서 빠르고 예리한 패스가 들어왔다. 벤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 선발 출전한 기성용·정우영·김영권·장현수를 칠레전에 그대로 내보냈는데, 이들은 모두 후방에서 정확하고 빠른 침투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선수였다.

 

과정에도 중점을 뒀다. 특정 선수를 노린 긴 패스 한 방이 아니라 3명의 선수가 존을 만들며 2대1 플레이를 반복하며 찬스를 열었다. 수비가 그런 플레이를 의식해 라인을 올리면 곧장 후방에서 긴 패스가 배후 공간에 떨어졌다. 코스타리카의 로날드 곤살레스 감독은 “한국의 속도,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칠레의 에이스 아르투로 비달은 “한국의 움직임은 강렬했다.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 경기”라고 평가했다.

 

두 차례 친선전에서 나온 긍정적인 경기 내용은 훈련 과정에서 확실히 의도된 바였다. 벤투 감독은 역대 외국인 감독 중 가장 많은 4명의 코치와 동행했다. 길게는 8년 동안 함께해 온 자신의 사단을 꾸려온 것이다. 부임 후 한국인 코치 2명(김영민·최태욱)까지 추가하며, 상시 운영되는 코칭스태프로 가장 많은 7명이 벤투 사단을 구성했다.

 

 

“훈련부터 다르다”…손흥민이 엄지 척!

 

벤투 사단의 훈련은 전문적이고 분업적이며 협동적이었다. 훈련은 보통 60분에서 80분 정도 시간으로 구성되는데 그 집중력과 강도가 매우 높았다. 2개의 훈련장을 한꺼번에 활용하면서 코치별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과거 대표팀의 훈련이 감독에 의해 전적으로 주도되고, 코치들은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보조자에 그치던 것과 정반대다.

 

벤투 감독은 전체 훈련을 디자인하고 총괄했다. 각 훈련은 전문 코치에게 최대한 맡기고 정말 본인이 포인트를 짚어줄 때만 나섰다. 그의 오른팔인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는 상대 분석에 맞춘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벤투 감독의 옆에서 계속 소통한다. 수비 코치인 필리페 코엘류는 압박 방법과 라인 조정, 존 형성 등을 담당했다.

 

골키퍼 코치인 비토르 실베스트레는 만 35세지만 코치 경력이 10년 차다. 그는 대표팀 공격수들을 능가하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키퍼들을 맹조련했다. 벤투 감독이 빌드업을 강조하는 만큼 발을 쓰는 다양한 훈련도 준비했다. 피지컬 코치인 페드로 페레이라는 선수 부상 방지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이들의 훈련은 개별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혼합되기도 했다.

 

손흥민과 이승우 등은 벤투 감독과 그의 사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특히 훈련 프로그램은 호평 일색이었다. 손흥민은 “결국 어떤 과정을 했느냐가 실제 경기에서 나온다. 벤투 감독의 훈련은 유럽에서 경험한 어떤 훈련보다 전문적이고 수준 높다”고 말했다.

 

물론 벤투 감독의 진짜 축구를 확인하는 것은 10월 이후부터다. 열흘이 안 되는 짧은 소집 기간 동안 꽤 큰 변화를 줬지만 벼락치기에 가까웠다. 새로운 사령탑의 부임으로 인한 동기부여 효과도 있다. 대표팀에서만 7명째 감독을 경험하고 있는 기성용은 “새로운 감독이 온 뒤엔 늘 좋았다”라며 현실적인 지적도 했다.

 

일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를 더 깊이 파악해야 한다. 그가 추구하는 측면 중심의 빌드업, 빠른 속도와 전환은 기존 한국 축구와 잘 맞는 편이다. 그러나 칠레전에선 상대 압박이 강할 때는 그에 밀려 빌드업부터 어려운 모습도 보였다. 벤투 감독 본인도 “스타일은 유지하되 상대에 따라 우리의 방법도 유연하게 변할 줄 알아야 한다”며 아쉬움을 인정하기도 했다.

 

선수 선발도 다음 소집부터가 본격적인 벤투 감독의 선택이다. 부임 후 곧바로 명단을 발표해야 했던 터라 황인범·김문환처럼 아시안게임에서 돋보인 일부 선수만이 코칭스태프가 온전히 뽑은 케이스다. 나머지 선수들은 월드컵 예선과 본선을 중심으로 보고, 김판곤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의 조언을 들었다. K리그를 본격적으로 챙기며 자신의 축구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새 얼굴 찾기가 시작된다. 연속성에 초점을 맞춘 9월 명단과 꽤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10월에도 벤투 감독은 파나마와 우루과이라는 9월에 준하는 상대와 만난다. 그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대표팀에 대한 간절함을 보일 때 뽑는다”며 다음 소집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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