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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인천퀴어축제에 난입한 기독교인들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7(Mon) 17:00:00 |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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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으로 분노할 일이 일어났다. 인천에서다. 인천퀴어축제가 열리기로 한 인천 동구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예정된 축제장소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며 행사를 방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방조를 넘어 거의 박해에 가담한 수준이었다고 하고, 사태를 이렇게 되도록 행정적인 잘못을 저지른 구청장은 아직도 사태를 직시하지 못한다. 

 

퀴어축제에 반대세력의 집결은 예견된 것이었던 만큼, 동구청은 이들이 한 공간에서 모이게 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없애야 했는데 그 반대로 했다. 서울과 여타 지역의 사례로 보아 기세등등한 기독교계 일부 단체들이 폭력행위를 할 것임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음에도 경찰은 대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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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든 구청장이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었다. 퀴어든 아니든 모두 국민이며, 자신을 표현할 사회적 자유를 폭력으로 저지당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과, 공권력은 바로 그것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장치라는 사실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할 권한이 주어진 유일한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오랜 투쟁 끝에 겨우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물꼬를 튼 민주국가와 경찰의 신뢰가 다시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내 가슴을 아프게 한 또 한 가지는, 난민 반대를 비롯해 모든 혐오 조장 세력의 한복판에 예수의 이름을 내건 사람들이 등장한 일이었다. 태중교우로서 나는 주님의 이름을 이렇게 망령되이 부르는 일에 저절로 민감하다. 이 기독교인들은 ‘사랑하니까/반대합니다’라는 손피켓을 들고, 못이 든 각목으로 차바퀴에 구멍을 내고, 행사 참가자의 팔뚝을 물어뜯고 때렸다고 했다. 울리는 꽹과리 소리를 사랑이라고 그들은 불렀다.   

 

스테파노 앞에서 돌을 든 사울을 보았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사랑한다면 ‘포도밭 주인’처럼, ‘돌아온 탕자’를 받아들인 아버지처럼 해야 하는 것이지 돌을 든 사울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일은 기독교인의 기본 지식이다. 동성애에 대한 다양한 반대논리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것은 어떤 반대도 폭력적으로 해서는 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 일부 기독교인들은 주님이 보시기에 가장 끔찍할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것일까.

 

어떤 집단이 외부의 적을 만들고 그 적에 대한 증오심을 극대화하고 있다면, 내부모순이 극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 기독교의 실상은,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이 거듭 고발되고 재산이 엄청난 대형 교회가 세습되고 있으며 신학은 후퇴하고 교회 간의 빈부격차도 심해지며 주류를 차지한 세력의 자기성찰이 약화되고 있다. 

 

세속권력이 타락할 때 그에 맞서야 할 교회가 성소수자라는 약자들에 맞서서 폭력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는 일은 나쁜 방향으로 정치화되는 일을 보는 것 못지않게 괴롭다. 동성애자가 나에게 어떤 사회적 고통도 안겨주지 않는 그 개인의 내적 지향인 데 반해, 교회의 타락과 폭력은 사회적 문제이며 사회를 불행하게 한다. 사회의 일원이자 교회의 일원으로서, 교회는 동성애에 반대할 권리가 없지만 나는 교회에 반대할 권리가 있다. 나는 기독교를 여전히 사랑한다. 그래서 지금 기독교 일부의 동성애 반대 폭력에 절대 반대한다.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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