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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9·9절 열병식의 ‘베트남전 참전 부대 공개’가 對美 압박용?

탈북자 출신 안찬일 소장이 꼽은 열병식 3가지 포인트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3(Thu)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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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


문화예술계에서 통용되는 이 논리를 국제사회에 적용해보면 북한이 가장 근접해 있다. 은둔의 나라이자 동북아시아 평화에 균열을 내온 북한은 말 그대로 뭘 해도 주목받았다. 비핵화·개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표정, 내부 행사의 작은 특징 하나하나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북한으로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최고의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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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절에 베트남전 참전 사실 등 최초공개, 왜?

 

지난 9월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에 있었던 열병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대미(對美) 유화 메시지를 드러냈다는 평이 많았지만,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탈북자 출신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최초로 등장한 3가지를 통해 북한의 숨겨진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베트남전(戰) 참전 공군 종대의 깜짝 출연이다. 열병식 영상을 중계한 북한 조선중앙TV는 "비엣남(베트남) 전쟁에 참가하여 수적·기술적 우세를 자랑하던 적의 공중 비적들을 무자비하게 박살내어 조선인민군의 본때를 남김없이 보여준 공군 종대"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은 여태껏 베트남전 참전 사실을 비공개에 부쳤다. 공식적인 참전 선언 없이 이뤄진 파병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66년부터 1970년까지 공군 조종사·정비사 200여명, 심리전 요원 100여명 등을 베트남전에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베트남 등과의 '반(反)미·반제국주의 공동전선' 구축 차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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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싸웠던 전력을 하필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 최초로 홍보한 이유는 뭘까.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해당 장면을 연출했다고 본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반미 국가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안찬일 소장은 "사회주의권에 '단결하자' '우리(북한)가 고난에 처하면 도와 달라'고 호소한 측면도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다. 전체 의도를 100이라 하면 20 정도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가장 큰 의도는 베트남에 대한 섭섭함의 표시"라며 "앞서 북한이 베트남에 고위 대표단을 (9·9절 열병식 행사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베트남이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놓고 반대하거나, 6·25전쟁을 언급하는 등 (현재 북·미 화해 무드에 반하는) 민감한 내용은 없었다"면서 "이제 평화와 경제 발전을 중시하는 '정상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이 열병식 전반에 깔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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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의도 '열린 해석' 한계…"실제 행동 지켜봐야"

 

북한은 아울러 판문점 경비를 서고 있는 경무대도 열병식에 처음 등장시켰다. 이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판문점 경무대는 미군(유엔사령부)과 마주하며 경비를 서고 있다.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년 8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에게 도끼로 살해당한 사건)을 저지른 부대이기도 하다. 해석에 따라 민감한 상황과 기억이 도드라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안찬일 소장은 "판문점에 상존하는 긴장과 대결을 없애고 종전 선언을 하자는 게 현재 북한의 목표"라며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평화 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판문점 부대를 전 세계에 부각시켰다"고 해석했다.

 

이 밖에 이번 열병식에선 역대 최초로 중국 해남도(하이난섬) 전선부대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대는 1950년대 북한의 대중(對中) 군사 지원 대표 사례다. 국공내전(1927년 이후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두 차례의 내전) 때 중국에 파병됐다. 안찬일 소장은 "북한이 열병식에 참석한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앞에서 중국에 (혈맹 관계 상기, 상호 경협 촉진 요구 등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의 9·9절 열병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부는 "많은 언론, 외신들에서 'ICBM이 빠진 열병식', '수위 조절을 했다'는 평가 분석들이 있었다"며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좋은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반색한 가운데, 이번 열병식을 기점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열병식의 의미에 대한 '열린 해석'을 감안하면 회의론도 여전한 게 사실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두루뭉술하게, 간접적·다의(多義)적으로 의도를 드러내고, 국제사회는 '맹인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분석을 쏟아내는 현실에서 미래를 예단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열병식에서만 말고 실제로 ICBM이 북한에서 반출·폐기될 지 등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 또 '협상 그 후'까지 계속 냉철하게 북한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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