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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창조적 회계와 창조적 통계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2(Wed) 08: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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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1년 12월2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거대 기업집단 엔론이 파산신청을 했다. 전기·천연가스·통신·제지 등 사업을 거느린 이 복합기업은 파산신청 전까지 약 2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2000년 기준 매출이 1000억 달러를 상회했다. 또 그 직전까지 ‘포춘’지는 이 회사를 6년 연속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렇게 ‘잘나가던’ 회사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파산 규모를 기록하며 갑자기 파산하자 이 회사 투자자들은 물론 미국 정·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1985년 여러 회사가 합병해 탄생한 이 회사는 한때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매우 부실한 이 회사가 회계준칙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엄청난 규모의 부채는 숨기고, 손실은 과소계상하며, 이익은 부풀리는 기법을 활용한 결과였다. 게다가 그때까지 미처 적절한 회계원칙이 정립되지 않은 신종 파생상품 거래도 대거 동원됐다. 

 

여기에는 이 회사의 회장인 케네스 레이의 사업확장 욕심과 이를 ‘부적절한’ 회계 처리까지 동원해 도운 CEO(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의 출세욕이 작용한 것이다. 엔론의 회계를 맡았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도 이를 방조하거나 도와줬다. 엔론 파산 이후 민·형사 소송이 잇따랐다. 케네스 레이와 제프리 스킬링 모두 24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최고경영진의 상당수는 감옥에 갔고, 한때 세계 5대 회계감사법인이었던 아서 앤더슨도 면허 취소 후 결국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엔론 사태가 터지고 여러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창조적 회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게 됐다.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회계준칙을 ‘창조적으로’ 활용했을 뿐이지 어긴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창조적 회계’란 말은 ‘회계준칙의 허점을 악용하는 엉터리 회계처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2: 2002년부터 자국 통화였던 드라크마를 버리고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쓰게 된 그리스가 2009년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다. 

 

당시에 많은 경제학자와 국제금융기구에서 그 원인을 조사한 내용도 많이 보도됐다. 이 나라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각각 국내총생산의 3%와 6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규정을 애당초 만족시키지 못했다. 더군다나 유로화 도입 이후에도 계속 지켜야 하는 이 규정을 한 번도 제대로 지키기 못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이 나라는 ‘유로존’으로 가입시키지 말아야 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면 이 나라는 어떻게 가입할 수 있었을까. 이것도 역시 막대한 부채를 숨긴 ‘창조적 회계’의 힘을 빌린 결과이며, 이에는 영미의 유수한 투자은행들이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 등을 동원해 도와준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3: 소설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1906년에 발표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숫자들은 자주 나를 속인다…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빌어먹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현 정부 들어와 적폐청산의 일환인지, 지난 정부의 정책기조가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전 정부가 썼다는 이유로 용어도 안 쓰이는 경우도 있다. ‘창조경제’ 등에 들어간 ‘창조’라는 단어도 그렇다. 얼마 전 통계청장이 통상적인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됐다. 새로 청장에 임명된 사람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쓴 인물이라며 야당의 공격이 거셌다.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고, ‘창조적 통계’란 말도 아예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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